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3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미국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앞으로 한미 무역 합의와 관련한 서한을 발송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관세 인상 발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디지털 규제 정책과 관련한 미국의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주한미국대사관은 2주 전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과기부총리 앞으로 발송했다. 디지털 이슈 관련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서한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국내 IT 업계에서는 미국이 꼽은 '디지털 무역 장벽'에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비롯해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망 사용료는 이번 서한에 '네트워크 사용료'라는 명칭으로 직접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망 사용료는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데이터 전송에 따른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국내 통신사업자(ISP)에게 내는 비용을 의미한다.국내 통신사들은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들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만큼 망 투자 비용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2020년 망 사용료를 놓고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갈등이 심화되고, 소송전으로 이어지면서 망 사용료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까지 추진됐지만, 2023년 양사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흐지부지됐다. 글로벌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한국 시장 철수 이후 반대 여론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망 사용료는 이재명 대통령이 '망 이용대가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논의가 재점화했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총 4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이 과정에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CP가 속한 미국 측은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을 비관세 장벽으로 보고 통상 문제를 제기해왔다.
업계는 글로벌 빅테크의 입김이 미국 정부를 통해 통상 압박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통상 압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결정이 세 차례 유보된 고정밀 지도 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온플법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과 갑질 행위를 막기 위한 법안이지만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미국 빅테크 기업이 규제를 받을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꾸준히 나타냈다.
구글·애플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 협의를 두고 미국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구글 요청에 따른 고정밀 지도 반출 결정은 올해 2월로 세 차례 연기된 상태다. 애플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 결정도 유보됐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14일 관세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통해 한국이 디지털 서비스 관련 규제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서비스 이행에 필요한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히 한다는 원칙적 내용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국내외 기업에 차별 없이 적용된다면 통상 문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데, 지금은 오히려 망 사용료 등 해외 기업이 내야 할 대가가 미지불되면서 국내 기업에 역차별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미국 디지털 기업 이슈는 이전부터 통상 라인을 통해 계속 협의하던 사항"이라며 "저희는 상호 호혜적 차원에서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하려는 상황이고,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있다고 지속해서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