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제한에 '자문위원·업계' 반발 확산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2월 04일, 오후 07:17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두고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규제가 입법에 반영될 경우 헌법적 논란은 물론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민간 자문위원들은 4일 TF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앞둔 시점에서 금융위원회의 지분율 제한 제안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전 검토가 부족한 규제가 입법에 반영될 경우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의견서에는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비롯해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서병윤 DSRV랩스 미래금융연구소장, 유신재 디애셋 공동대표,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변호사, 최우영·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 9월 24일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발대식’을 열고 대한민국 디지털자산 산업의 제도화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자문위원들은 금융위가 지분율 제한의 근거로 제시한 가상자산거래소의 책임성·공공성 강화와 특정 주주에게 집중된 지배력으로 인한 이해상충 해소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효과적 수단인지에 대해 별도의 심층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면 사회적 책임성이 강화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논리적 근거나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거래소의 공공재적 성격을 이유로 한 규제 정당화에 대해서도 “공기업으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대주주 지분 감소가 곧바로 공공성 강화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 경로도 문제로 제기됐다. 자문위원들은 세계 시장이 민간 주도로 먼저 성장한 뒤 사후 규제를 통해 안정성과 책임성을 높여온 점을 언급하며, 이미 형성된 지배구조를 사후 입법으로 제한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헌법적 쟁점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자문위원들은 “이미 형성된 지분율을 사후적으로 특정 수치 이하로 끌어내리는 방식은 주주자본주의의 기본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며 “독과점이나 이해상충 우려만으로 재산권 제한이라는 헌법적 쟁점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안을 단순한 규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새 정부와 여당이 디지털자산이라는 신산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규정했다. 자문위원들은 “정부가 신산업을 관치의 시각에서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인식한다는 신호를 주면 창업과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분율 제한은 디지털자산 산업을 넘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금융당국의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 방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반대 이유로 법적 ‘신뢰보호 원칙’ 훼손, 갈라파고스 규제 신설에 따른 디지털 금융 경쟁력 저하, 현실성 없는 강제 매각과 국부 유출 우려, 은행 중심 규제로 인한 혁신 생태계 왜곡 등을 들었다.

협회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지배구조가 강제 변경될 수 있다는 인식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정책 리스크로 작용한다”며 “지분 규제는 벤처·스타트업 전반에 대한 투자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 거래소의 기업가치는 수조원대에 달하는 만큼, 단기간 강제 매각이 이뤄질 경우 기업가치 급락과 소액주주 피해, 경영 불확실성 확대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정부에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정책의 전면 재검토와 함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소급 규제 중단, 신뢰보호 원칙 준수를 요구했다. 협회는 “민간이 일군 혁신의 성과를 존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자산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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