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정정’ vs ‘큐비트 늘리기’···LG전자도 뛰어든 양자컴 개발전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2월 04일, 오후 07:16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처럼 0.1나노미터 남짓의 미세한 중성원자를 정교하게 배열해 글자를 표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중성원자 연구실에서 만난 문종철 박사는 모니터 화면을 가리키며 중성원자 제어 기술의 정밀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연구실에서는 차세대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터의 핵심 기술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문 박사는 “중성원자는 다른 양자컴퓨터 방식에 비해 큐비트 수를 상대적으로 쉽게 확장할 수 있고, 큐비트 간 연결성도 자유로워 다양한 양자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데 유리하다”며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해, 향후 LG전자(066570), SDT, 우신기원 등과 협력해 궁극적으로 1000큐비트 규모의 플랫폼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터가 가진 기술적 가능성과 확장성을 실제로 입증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종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가 중성원자 기반 컴퓨터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인공지능(AI)의 뒤를 이을 차세대 핵심 기술로 양자기술이 부상하면서, 중성원자를 비롯한 국산 양자컴퓨터 개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춘 독자적 양자컴퓨팅 역량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양자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8년을 목표로 완전 국산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선다. 이와 함께 일부 해외 기술을 차용해 구현하는 양자컴퓨팅 개발 챌린지를 병행 추진해, 관련 기업과 연구 생태계 육성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양자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응용 서비스에 이르는 전 주기 생태계를 조성하고, 차세대 전략기술로서 양자컴퓨팅의 산업화를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중성원자 기반 컴퓨터 큐비트 확장 용이

양자컴퓨터는 ‘얽힘’과 ‘중첩’이라는 양자역학의 법칙을 이용해 계산하는 컴퓨터다. 0과 1 중 하나인 비트를 기본 단위로 이용하는 컴퓨터와 달리 0과 1이 섞인 중첩 상태의 ‘큐비트’를 기본 단위로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큐비트가 커질수록 다룰 수 있는 문제의 크기와 난도가 달라진다.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은 확장성, 안정성, 정밀 제어에 대한 강점을 갖춰 차세대 양자컴퓨터로 유망한 플랫폼이다. 진공 상태의 원자를 레이저로 잡아 제어하는 기술로 칩 없는 ‘공중형 컴퓨터’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방식의 강점은 원하는 큐비트를 자유롭게 이동시키고, 인접한 큐비트들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효율적으로 설계해 큐비트를 늘리기가 쉬운 반면 연산 속도는 느리고, 정밀한 광학 제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술적 난도가 있다.

이 방식은 특히 AI와의 접점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내에서는 양자분야 대형 연구사업인 ‘양자플래그십’ 사업을 통해 표준연을 중심으로 LG전자, SDT, 우신기연이 참여해 궁극적으로는 1000큐비트급 중성원자 양자컴을 개발할 계획이다. 문 박사는 “중성원자 양자컴은 상대적으로 큐비트 늘리기가 쉽고, AI와의 연결성도 크다”며 “연구팀이 목표로 하는 양자 단열 연산의 경우 본질적으로 ‘최적화 문제’를 푼다는 점에서 AI 알고리즘과 비슷하며 앞으로 양자컴 개발을 통해 물류, 공정, 금융 포트폴리오 등에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0.1 나노미터 남짓의 중성원자를 정교하게 배열한 모습.(자료=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양자컴 대세 아직 없어...총성 없는 전쟁


일반적으로 양자컴은 큐비트가 커질수록 양자오류가 발생해 상용화가 쉽지 않다. 초전도 방식과 이온트랩 기반 기술이 상용화에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지만, 아직까지 안전성과 성능을 모두 갖춘 확실한 양자컴 유형은 없다.

반도체 칩 위에서 전자파로 제어하는 방식인 초전도 기반 양자컴은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과 마치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관계처럼 상호보완적인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컴퓨터 유형이다.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이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특이한점은 국산 초전도 방식 양자컴 개발이 ‘큐비트 늘리기’에서 ‘양자 오류 정정’으로 선회했다는 점이다. 초전도 양자컴은 표준연을 중심으로 LG전자, 울산과학기술원, 성균관대 등이 참여해 20큐비트 규모 컴퓨터를 개발한뒤 내년까지 50큐비트 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초 1000큐비트 개발까지 염두했던 것에서 변화했다. 양자컴은 큐비트가 클수록 오류가 발생하는 양자오류 발생 확률도 커지는데 오류 정정부터 하겠다는 취지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난해 양자오류정정기술 선두주자인 구글 퀀텀AI가 오류정정용 프로세서인 윌로우로 100큐비트급 양자 오류정정 가능성을 제시했고, IBM도 2030년께 양자오류정정이 가능한 양자컴을 목표로 제시하며 양자오류정정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용호 표준연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은 “오류정정을 위한 고성능 양자프로세서 핵심기술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며 “양자컴퓨팅 공급망 구축 등을 통해 국내 양자컴퓨터 연구생태계가 활성화되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자컴 관련 대형 연구와 함께 양자컴에 필요한 냉각기, 케이블 등을 총 망라해 순국산 컴퓨터 개발부터 소부장 성능시험 인프라 조성, 보급형 양자컴퓨팅 챌린지 등을 해나갈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핵심 프로세서는 대형 연구로 개발하되 요소기술까지 국산화해보고, 챌린지를 통해 해외 기업과 협업해서라도 특정 성능 목표치를 달성하는 양자컴 개발 등을 통해 산업화를 장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는 기본적으로 칩 위에 구현된다.(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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