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명분의 지분 분산, 역설적으로 ‘위기관리’ 무너뜨릴 우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2월 10일, 오전 11:28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10일 ‘디지털자산 거래소 소유구제에 대한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규제는 대주주의 의사결정 속도를 느리게 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도입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고민을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데일리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황 교수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율 제한(15~20%) 정책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이른바 ‘빗썸 사태’로 촉발된 소유 구조 투명성 강화 움직임이 자칫 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거래소 소유규제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인위적 지분 분산…책임 소재 불분명 및 기업 의사결정 속도 떨어뜨려”

황 교수는 지분 제한이 거래소의 거버넌스 구조와 의사결정 효율성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산업 특성상 보안 사고나 시스템 장애 발생 시 즉각적이고 단호한 최종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그는 “지배구조는 의사결정 권한의 배분과 책임 귀속의 명확성과 직결된다”며 “인위적으로 지분을 분산시키는 방식은 의사결정 단계를 다층화하고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비상 상황에서의 대응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투명성을 높이려다 오히려 위기 관리 능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간접적 규제 보다 직접 행위 규제 고려해야”

황 교수는 규제 설계 관점에서도 ‘표적’이 잘못 설정됐다고 짚었다. 그는 가상자산 산업의 위험 요소를 고객 자산 통제, 내부 통제 메커니즘, 감사 및 공시 체계의 미흡 등으로 규정하며, 이는 제도적 설계를 통해 관리 가능한 ‘행위 통제 변수’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분 구조는 이러한 행위 통제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로 형성되는 ‘구조적 귀결’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황 교수는 “동일한 지분 구조 아래서도 내부 통제 체계에 따라 위험 수준은 천차만별”이라며 “지분 제한이라는 간접적인 구조 변수에 개입하는 것은 규제 효과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막대한 구조적 비용만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 정책 측면에서의 불확실성 증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황 교수는 “지분 구조 제한 정책은 정책적 판단이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디지털자산 산업에 보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왼쪽부터), 김종승 엑스크립톤(xCrypton) 대표, 박혜진 서강대 AI·SW대학원 교수, 한서희 광장 변호사,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 김효봉 태평양 변호사,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거래소 소유규제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글로벌 기준 역행…“국내 사업자에게만 부담 집중”

글로벌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 싱가포르 등 주요 금융 선진국은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나 공시 감독 강화를 통해 위험을 관리할 뿐, 지분율 자체를 숫자로 묶어두는 경우는 드물다.

황 교수는 “국내에서만 유독 지분 제한이라는 특수한 규제를 신설할 경우, 이는 국내 사업자에게만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고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의 경쟁력 저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 교수는 정책의 ‘상징성’과 ‘기능성’을 구분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논의되는 15~20% 수치가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수단으로서는 이해하기 쉬울지 모르나, 실제 이용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기능적 측면에서는 실효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그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은행컨소시엄 지분(51%), 지분 제한(15%), 징벌적 과징금(매출액 10%) 등 여러 숫자가 오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책임의 분배와 제재의 집행력”이라며 “지분 제한이 최적의 수단인지, 아니면 행위 통제 중심의 다른 대안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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