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로열티율 공개로 빅파마·K바이오텍 힘의 불균형 ‘수면 위로’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2월 12일, 오전 08:31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미국 머크(MSD)가 알테오젠(196170)과의 계약 로열티율을 공시하면서 알테오젠이 전방위 타격을 입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로열티율 공개 전후 과정에서의 MSD 태도를 근거로 이번 사태의 본질을 빅파마와 한국 바이오텍 간 구조적 힘의 불균형에서 찾는 지적이 제기된다. 만약 중요한 정보로써 공시해야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면 공시 이전에 파트너사인 알테오젠과 협의를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2% 로열티가 명시된 MSD의 2025년 3분기 보고서(FORM 10-Q) (자료=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로열티율 공개는 공시 의무? “선례 본 적 없어”



4일 알테오젠에 따르면 키트루다의 피하주사(SC) 제형인 '키트루다 큐렉스'의 판매로 알테오젠이 수령하게 되는 로열티 비율(순매출의 2%)은 양사 합의없이 공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법무팀이 외부 법률자문단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후속 대책에 대해서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MSD 관계자 역시 '실제로 로열티율을 비공개하기로 양사간 사전 합의가 됐었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계약의 세부사항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다"고 답변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레귤레이션 S-K’에 따르면 기업의 사업구조상 의존도가 높은 라이선스 계약을 중요 계약(Material contracts)이라 부르고 공시토록 하고 있다. 이런 양사 합의에 선행하는 공시 의무 때문에 MSD가 로열티율을 공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추정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계약의 존재와 핵심 구조 등을 밝히는 것은 공시사항이지만, 로열티율의 정확한 숫자는 경쟁상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민감 정보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공시할 의무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미국은 공시 책임을 기업에 폭넓게 부과하고 있어 공시 사항으로 적시하지 않았더라도 중요한 투자 정보로 보이면 기업이 자체적인 판단을 거쳐 공시를 결정할 수도 있다. 중요 정보를 누락할 경우 소송 공화국인 미국에서는 곧바로 투자자 소송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바이오업계에서는 로열티율의 정확한 숫자 공개는 적시된 공시 규정을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재무 관련 담당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었거나 실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글로벌 빅파마 사업개발(BD) 부서 출신의 바이오텍 임원은 “로열티 산정 방식이 정액형인지 매출연동형인지 등 계약 구조를 공개하거나 회계기간 동안 전사 차원에서 로열티 지급에 투입된 총비용을 밝히는 사례는 있다. 로열티율의 대략적인 범위를 언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도 “한 제품을 콕 집어 특정 계약의 로열티율이 얼마인지 정확한 숫자까지 공시하는 사례는 재직 중 경험한 적이 없었다. 키트루다가 MSD의 핵심 제품이라 하더라도 정확한 숫자를 밝힐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계약이 종료된 후 ‘파트너사 A에 계약기간동안 지급한 총 로열티는 얼마였다’고 알리는 것도 아니고 이번 사례와 같이 계약기간이 남아 있고 향후 체결할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로열티율을 공개한다는 것은 담당자의 실수라고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에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알려져 있을 경우 이를 정정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 동의로 여겨져 기업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머크의 재무 관련 담당자가 로열티율의 구체적인 숫자까지 공시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회계법인에서 국내 법인의 해외 증시 상장을 담당하는 한 회계사는 “미국 공시규정에서 명시적으로 로열티율 숫자까지 밝히라는 조항을 보지는 못한 것 같다”며 “다만 재무 담당자가 판단하기에 '시장의 이해 관계자들이 이 정도는 알아야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시장에 잘못된 로열티율이 기정사실화돼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기업이 이를 공시를 통해 정정하지 않는 것이 상황에 따라 소송의 빌미가 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MSD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알테오젠의 SC제형 변경 기술인 ALT-B4를 적용해 개발한 '키트루다 큐렉스' (사진=MSD)




◇“플랫폼 기술, 로열티율 높아야 3%”



앞서 알테오젠은 입장문을 통해 △로열티 수령 기간이 통상적인 기간(허가 후 10년)보다 긴 기간(허가 후 18년)이라는 점 △키트루다가 최대 예상 매출이 370억달러(54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는 점 △계약 당시 알테오젠의 ALT-B4가 아직 상업화되지 않아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당초 시장의 추정치였던 5%보다 낮은 비율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알테오젠 측은 “후속 계약들은 산업 내 통용되는 통상적인 범위 수준에서 로열티가 협의됐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바이오업계에서는 애초에 시장에서 추정했던 로열티(매출의 5%)가 통상적인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울러 바이오업계는 후속 계약의 로열티율도 한 자릿 수 초반에서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국내 바이오텍 BD담당 임원은 “플랫폼 기술은 원래 로열티율 1~3%가 일반적이고 정말 협상을 잘 하면 4%가 된다”며 “비독점으로 여러 차례 재기술수출 할 수 있다는 점이 플랫폼 기술의 장점이지만 제형변경 기술로 신약후보물질 기술 이전 계약과 비슷한 수준의 로열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알테오젠의 다른 계약 중 ‘최대 두 자릿 수 퍼센티지(%)의 로열티’라는 문구에서도 ‘최대’라는 조건이 걸려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바이오텍 BD담당 임원도 “신약후보물질의 로열티가 5~7%, 잘 된 계약일 때 8%선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플랫폼 기술이 뇌-혈관장벽(BBB) 플랫폼이나 항체-약물접합체(ADC)의 링커 등 신약개발 과정 자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로열티율을 높은 한 자릿수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형변경이나 약물전달시스템(DDS) 기술은 상용화된 약물을 개량신약이나 바이오베터로 만듦으로써 특허를 연장하는 정도의 역할이기 때문에 높은 로열티율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로열티율 공개가 MSD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번 사태가 이를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글로벌 빅파마 출신 임원은 “앞으로 MSD가 플랫폼 기술을 도입할 때 알테오젠과의 계약 내용을 근거로 잠재 파트너사에 낮은 로열티율을 요구할 수는 있겠다”면서도 “이것이 알테오젠측 주장대로 양사간 비공개사항이었다면 로열티율 공개로 얻는 것보다는 신뢰 관계, MSD의 이미지 손상으로 잃는 것이 더 크다. 비공개사항을 계약 파기 리스크까지 감수해가며 공표하지 않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로열티율 1~2%포인트(p)를 낮출 수 있는 카드는 (빅파마에) 수없이 많다”고 했다.

(사진=알테오젠)




◇“로열티율 유출, 기울어진 파트너십이 근본 원인”



글로벌 빅파마와 한국 바이오텍 간 계약에서의 힘의 불균형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MSD가 알테오젠을 동등한 지위의 파트너사로 충분히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빅파마에 기술이전한 경험이 있는 바이오텍 임원은 “바이오텍은 빅파마와의 계약 실적과 단기 매출 확보 필요성 때문에 협상력이 약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계약 전후 과정에서 힘의 불균형이 구조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짐작건대 양사간 힘의 불균형이 고착화됐고 MSD는 관성대로 행동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짚었다.

같은 맥락에서 빅파마 출신 바이오텍 임원도 “만약 MSD가 공시 문서 작성 과정에서 로열티율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하더라도 알테오젠과 상호 비공개로 합의한 사안이었다면 공시 이전 알테오젠에 이 같은 내용을 먼저 알리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라고 지적했다.

공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알테오젠이 대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시장 관행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반면 알테오젠의 입장문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MSD가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 공시를 제출한 이후 로열티율이 공개된 것을 사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엎질러진 물·낮아진 기대치…해법 있나



이미 시장에 로열티율이 공개된 이상 알테오젠으로서는 다른 파트너사와의 후속 계약에서 로열티율을 2% 이상으로 크게 올리기 어렵게 됐다. 알테오젠의 주가는 상당부분 회복됐지만 시장에 관련 내용이 알려진 당일(21일)에는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6조원 가까이 증발할 정도로 주가 하락세가 거셌다.

하지만 알테오젠이 입은 타격을 근거로 계약 위반 손실을 보상받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중론이다. 손실액을 명확히 산정하기 어렵고 주가 하락이나 후속 계약에서의 손실은 이를 입증키가 어렵다는 것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꼭 로열티율 공개 때문에 떨어졌다고 입증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애초에 시장에서 로열티율을 5%대로 잘못 추정했던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이는 MSD의 잘못이라 볼 수도 없다”며 “앞으로의 계약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도 합리적 추론이지만 MSD에서 ‘ALT-B4 기술의 가치가 그정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면 반론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로열티율 재협의가 최선의 선택지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미 로열티율이 공개된 상황에서 공시를 철회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알테오젠이 입은 손해를 명확히 산정해 입증하기 어렵고 MSD가 파트너사임을 감안했을 때 강하게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로열티율 소폭 수정은 MSD 역시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빅파마 출신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알테오젠 입장에서는 ‘MSD의 실수로 로열티율이 공개돼 버렸고 이에 따라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로열티율을 재협의했다’고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재협의를 하더라도 로열티율 변동 폭은 최대 0.1%p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2%에서 2.1%로 소폭 상향해 재계약한 뒤 이를 상호비공개 사항으로 처리한다면, 시장은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 없어 일정 수준의 기대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알테오젠 관계자는 “아직 (후속 대책에 대해) 결론이 난 상태가 아니며 자사 법무팀과 외부법률자문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MSD와 논의하고 있다”며 “다만 MSD가 파트너사이기 때문에 파트너십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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