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밀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관련 이미지(사진=생성형 AI 이미지)
1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위한 보완 서류를 정부에 제출했으며, 애플의 지도 반출 신청에 대한 정부의 최종 심의 결정은 오는 3월 3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지도 서비스의 편의성 문제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정부는 그간 분단국가 특성상 안보와 산업 보호를 이유로 반출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장벽 해소 요구 등 통상 압박이 거세지면서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관세 중심의 한미 통상 협상이 이제는 디지털 부문이 비관세 장벽의 핵심 쟁점으로 주목받으며 고정밀지도 반출 문제는 단순한 기술 이슈를 넘어 외교적 사안으로 비화하고 있다.
관광객 편의용?…실체는 AI 데이터 주권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성과 국내 지도 서비스의 글로벌 표준화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국내 공간업계 등 전문가들은 해외 빅테크들이 1대 5000 축적의 고정밀지도를 원하는 진짜 목적은 AI 시대의 고부가가치 데이터 확보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구글 산하의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는 고정밀 지도 기반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라이다(LiDAR), 레이더, 카메라 등의 센서를 장착한 모바일 매핑 시스템(MMS)를 활용해 도로와 주변 지형 데이터를 수집하고, 후처리를 거쳐 고정밀 지도를 구축하는 형태다.
애플 역시 2018년경부터 LiDAR와 GPS 등이 결합한 백팩 형태의 장비를 개발해 미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직접 도보 정보 등을 수집해 애플 지도 서비스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에서도 MMS를 탑재한 차량을 이용해 지도 데이터를 수집, 자사 지도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박광목 이지스 대표는 2025년 자체적으로 국내 고정밀 지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GM의 사례를 언급하며 “왜 구글과 애플 같은 빅테크가 이를 무상으로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9일 고정밀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불허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사진=경실련)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지난 9일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요청과 관련해, 정부가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이를 단호히 불허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경실련은 “설령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더라도, 현행 제도하에서는 외국 빅테크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어렵다”며 “구글의 폐쇄적인 알고리즘 때문에 어떻게 재가공·결합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공간정보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한공간정보학회 역시 지난 3일 토론회를 열고 반출 이후 사후 통제 제도의 미비와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현행 규정상 국외 반출 이후 사후관리체계가 유권 해석의 영역이라는 점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단 한 번 만 고정밀 지도를 반출해가면 사후 국토지리정보원의 데이터가 없어도 자체 모바일 매핑 시스템(MMS) 장비나 파트너사 협력을 통한 업데이트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국내 서버 설치’ 여부다. 현행 규정상 지도 데이터는 국내의 물리적으로 통제된 보안 구역 내 서버에서만 가공해야 한다. 고정밀지도 반출을 위해서는 국내 데이터센터를 설치와 해당 지도 데이터의 가공 및 재처리 등 역시 국내 데이터센터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네이버, 카카오, 티맵 등 국내 업체들은 모두 이를 준수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상은 법인세를 내야 할 의무가 있는 자체 데이터센터 설치가 아닌 ‘임대 서버’ 형식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간정보업계에서는 임대 서버가 소유 주체가 구글과 애플 등 해외 빅테크가 아니며 언제든 계약 해지가 가능해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분석한다. 한국 정부의 통제는 물론 보안 사후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IT업계 관계자는 “언제든 계약 해지가 가능한 임대 서버는 우리 정부의 실질적인 관리·감독권이 미치지 않는 ‘가짜 서버’나 다름없다”며 “고정밀지도 반출을 위해선 100% 통제권을 지닌 자체 서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3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2026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대한공간정보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정밀지도가 반출될 경우 앞으로 10년간 국내 지도·모빌리티·건설 등 8개 산업 분야에서 최대 197조원의 비용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영세한 국내 공간정보 기업들이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될 위험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창훈 웨이버스 대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결국 구글 API를 쓸 수밖에 없게 되어 스스로 플랫폼을 포기하고 종속된 위치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정진도 한국교원대 교수는 “해외 플랫폼 의존이 심화하면 국내 기업의 R&D 투자 유인이 약화하고 결국 고사하게 될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 환경 마련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시, 국내 산업에 미치지 경제적 영향 분석 결과(자료=정진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