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해리슨AI 플랫폼에 결합...美 등 해외시장 확대 '청신호'[only 이데일리]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3월 05일, 오전 10:32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토종 의료 인공지능(AI) 대표주자 루닛(328130)이 중대한 승부수를 던졌다. 글로벌 최초로 영상의학에 특화된 대규모 멀티모달 언어모델(LLM)을 보유한 글로벌 헬스케어 AI기업 해리슨AI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해외 시장 확대에 청신호가 켜졌다.

루닛은 해리슨AI의 오픈 플랫폼에 루닛 인사이트 MMG 솔루션과 루닛 인사이트 DBT 등 자사 솔루션을 직접 결합한다. 해리슨AI는 호주를 비롯해 글로벌 40개국 이상, 1000곳 이상의 병의원에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과거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 로슈진단과 체결한 대규모 소프트웨어 결합 형태와 유사한 파급력을 지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해리슨AI 제품 모습 (사진=해리슨AI IR자료)




◇해리슨AI, 1000곳의 글로벌 거점 뚫으며 유니콘 급으로 성장

4일 의료AI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해리슨AI'와 통합 솔루션 소프트웨어 공동 판매 및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의 이번 협력은 단순한 업무협약(MOU) 수준을 넘어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사용 중인 해리슨AI의 오픈 플랫폼에 루닛의 솔루션이 직접 결합한다. 이로써 루닛 인사이트 MMG 솔루션과 루닛 인사이트 DBT이 해리슨AI 플랫폼에 탑재된다.

특히 해리슨AI가 글로벌 최초로 영상의학에 특화된 대규모 멀티모달 언어모델(LLM)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결합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의료AI 업계에서는 해리슨AI의 거대한 유통망과 LLM 기술력, 그리고 루닛의 독보적인 암 진단 AI가 만나 호주 헬스케어 시장, 나아가 미국(US) 내 핵심 공급망 진입의 강력한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9년 설립된 호주 기반의 해리슨AI는 단기간에 글로벌 의료 AI 업계의 유니콘 급으로 성장했다. 앵거스 트란, 디미트리 트란 형제가 설립한 해리슨AI는 의료진 중심이라는 확고한 철학 아래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의료 현장에 자사의 솔루션을 안착시켰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약 3200억원에 달한다.

해리슨AI의 가장 큰 무기로 최근 론칭한 오픈 플랫폼이 꼽힌다. 기존 병원들은 새로운 AI 솔루션을 도입할 때마다 개별 업체와 복잡한 연동 작업을 거쳐야 했고 특정 업체의 시스템에 종속되는 이른바 벤더 록인(Vendor lock in) 현상에 시달렸다.

하지만 해리슨AI의 오픈 플랫폼은 기존 병원의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전자의무기록(EHR)과 단 한 번의 통합만으로 연결된다. 연결 후에는 루닛을 비롯해 에어라메드(AIRAmed, 신경 퇴행성 질환)와 코이오스 메디컬(Koios Medical, 유방·갑상선 초음파), 나녹스 에이아이(Nanox AI, 심혈관·간 건강)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 있는 AI 앱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벤더(공급처)를 거치는 중간 마진의 거품을 빼고 철저히 투명한 가격 책정과 병원의 투자수익률(ROI)을 최우선으로 한 개방형 생태계인 것이다. 특히 해리슨AI가 구축한 영상의학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Harrison.rad.1'의 존재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일반적인 텍스트 기반 LLM을 넘어선 영상의학 전용 멀티모달 대규모 언어모델이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독립적인 임상 평가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 시험(FRCR 2B Rapids)을 통과한 의사들보다 약 2배 높은 판독 성능을 입증했다. AI가 엑스레이나 전산화단층촬영(CT) 영상을 분석한 뒤 의사가 검토할 수 있는 리포트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해 준다. 의사의 업무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비서인 셈이다. 루닛의 정밀한 암 진단 기술이 이 강력한 LLM 기반 플랫폼에 탑재됨으로써 일선 의료진은 가장 완벽한 형태의 진단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이번 파트너십과 관련해 "해리슨 오픈 플랫폼은 루닛의 솔루션이 주요 시장의 고객들에게 소개될 수 있는 탁월한 기반을 제공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의료AI 업계 한 관계자도 "해리슨AI의 오픈 플랫폼은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와 같은 역할을 의료 현장에서 구현한 것"이라며 "여기에 영상의학 전용 LLM이 결합돼 있다는 것은 킬러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동시에 갖춘 격"이라고 평가했다.

해리슨AI 글로벌 지표 (사진=해리슨AI IR자료)




◇글로벌 기업 도약 전환점...호주 시장 선점 후 미국 진입

루닛에게 이번 파트너십은 단순한 판로 확대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대한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루닛은 이미 65개국 이상, 1만개 이상의 의료 현장에서 FDA 승인 및 CE 인증을 받은 암 진단 AI 솔루션을 제공하며 국내 의료AI업계의 위상을 높여왔다.

하지만 북미 헬스케어 시장, 특히 보수적인 미국(US) 시장의 핵심 공급망을 뚫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과제였다. 미국 시장은 철저한 임상적 검증은 물론 기존 의료 시스템과의 완벽한 호환성을 요구한다.

루닛은 해리슨AI라는 거대한 글로벌 고속도로에 올라탐으로써 호주, 영국, 아시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장 큰 타깃인 미국 시장 진입의 청신호를 켰다.

최근 실리콘밸리 헬스케어 포럼 버즈(Buzz)에서 발표된 현지 분석가의 리포트는 이 같은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해당 리포트에 따르면 "루닛의 AI 진단 솔루션이 해리슨AI의 플랫폼과 결합됨으로써 향후 미국 내 병원들의 표준 검진 툴(Standard Screening Tool)로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오픈 플랫폼을 통한 도입의 편의성과 루닛 알고리즘의 압도적인 정확도가 미국 의료기관들의 가장 큰 고민인 효율성과 정확도를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의료AI업계는 미국 정부 조달 시장 진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공공 의료 시장 및 정부 조달 부문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보안과 성능 검증을 거쳐야만 진입할 수 있다. 루닛이 해리슨AI 플랫폼을 통해 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이는 곧 북미 전역의 민간 및 공공 의료 시장 전체를 선점할 수 있는 강력한 특허 장벽이자 생존 방정식을 완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AI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단독으로 미국 보훈부나 공공 병원의 메인 시스템을 뚫는 것은 천문학적인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이미 FDA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연이어 받으며 기술력을 입증한 해리슨AI의 생태계에 루닛이 핵심 파트너로 합류한 것은 가장 영리하고 효과적인 국내 의료AI의 현지화 전략이자 성공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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