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리스크 점검’ 돌입…네이버는 재택, 삼성SDS는 ‘워룸’ 가동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3월 05일, 오후 07:19

[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이란발 중동 전쟁의 충격파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면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도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비대면 사업 비중이 높고 중동 매출 의존도가 크지 않은 만큼, 시장 전반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는 우선 현지 인력 안전과 물류·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3월 현재 중동에 법인을 두고 사업을 이어가는 국내 주요 기업으로는 네이버(NAVER(035420)), 카카오(035720),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018260)), 넥슨 등이 꼽힌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중동 거점 있는 기업들 “안전·운영부터 점검”

네이버는 지난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역 본부 ‘네이버 아라비아’를 설립한 뒤 현지에서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는 현지 법인 인력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하고, 현지와 본사 간 실시간 핫라인을 운영하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디지털 트윈, 지도 기반 슈퍼앱 개발 등 주요 프로젝트와 관련해 현재까지 직접적인 사업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SDS는 IT 사업보다는 물류 부문에서 변수가 커졌다고 보고 공급망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회사는 전쟁에 따른 물류·공급망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워룸(War Room)’ 조직을 운영하고, 디지털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를 통해 고객사에 최적 운송 경로 등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게임·블록체인, 두바이 거점은 재택 전환 분위기

게임 업계는 중동 사업 비중이 크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넷마블은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설립했던 법인을 지난해 1월 청산했다. 넷마블 매출의 약 73%는 해외에서 발생하지만, 지역별 매출 비중은 북미(39%), 한국(23%), 유럽(12%), 동남아(12%), 일본(7%) 순으로 중동 비중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두바이에 거점을 둔 게임사 블록체인 계열사들은 긴장 속에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국내 주요 게임사 ‘3N+K’(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 가운데 중동에 법인을 둔 곳은 넥슨이 유일하다. 넥슨은 2023년 말 두바이에 블록체인 자회사 ‘넥슨 유니버스 글로벌’과 ‘넥스페이스’를 설립하고 메이플스토리 IP 기반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바이에는 네오위즈홀딩스의 블록체인 손자회사 ‘네오핀’, 넥써쓰의 ‘넥써쓰 허브 FZCO’, 카카오게임즈 산하 ‘메타보라’ 두바이 법인 등도 모여 있다. 이들 기업은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안 업계는 전쟁 국면이 중장기적으로 ‘수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사이버전과 공격 리스크가 늘 수 있어 보안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랩(053800)은 2024년 사우디 보안 기업 ‘사이트(SITE)’와 합작법인 ‘라킨(Rakin)’을 설립해 현지 사업을 확대 중이다. 지니언스(263860)도 두바이에 사무소를 개설해 중동 시장을 공략하고, 사우디 공공기관을 엔드포인트 탐지·대응(EDR) 솔루션의 첫 고객으로 확보한 바 있다. 지니언스 관계자는 “사무소 영업 측면에서 단기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사이버전이 늘어나는 환경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보안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거시 지표로 보면 중동의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5년 대(對)중동 ICT 수출액은 20억4900만 달러(약 3조원)로 전년 대비 15.6% 증가했지만, 전체 ICT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수출 비중만 보면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물류·현지 운영·프로젝트 일정 등은 즉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1차 대응은 ‘사업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에 맞춰지는 모양새다. 현지 인력 안전을 우선 확보하고, 항공·물류 차질과 공급망 비용 변동에 대비하며, 보안 수요 변화까지 함께 점검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김진수 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회장은 “미국과 이란은 CCTV 해킹 등 이미 사이버전을 진행하고 있었고, 물리적 전쟁이 일어나며 사이버 전쟁 역시 극대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회장은 “보안 솔루션을 갖고 있는 나라가 중국, 러시아, 한국, 이스라엘 정도인데, 중동지역 무슬림 국가가 가장 신뢰할만한 국가가 한국”이라면서 “미국의 경제제재로 반미 국가에게 판매하기는 어렵지만, 친미 성향을 가진 나라는 우리가 경쟁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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