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클러스터도 못 살렸다”…매각 부인하던 우정바이오, 콜마에 경영권 넘긴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3월 06일, 오전 08:31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한국 1세대 바이오벤처 우정바이오(215380)가 콜마홀딩스(024720)에 경영권을 넘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에서 불거지던 매각설을 부인해오던 우정바이오는 반년 가까이 원매자를 물색한 끝에 350억원을 투자한 콜마홀딩스를 최대주주로 받아들였다.

경기 화성 동탄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우정바이오의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사진=우정바이오)




◇우정바이오, 잇딴 퇴짜 끝 콜마 품으로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정바이오는 전날(3일) 콜마홀딩스를 단독 인수자로 350억원 규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사채 납입일은 오는 31일로 정해졌다. 조달자금 중 200억원은 채무상환, 5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각각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CB 발행은 사실상 350억원 규모로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내년 CB가 전액 주식으로 전환되면 콜마홀딩스는 우정바이오의 지분 47.22%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천희정 대표이사를 포함한 현 경영진은 모두 사임하고 이달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콜마홀딩스측의 추천에 따라 후임 경영진 등이 결정될 예정이다.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는 지난해 10월 기사 '[단독]바이오 1세대 우정바이오, HLB(028300)와 매각 물밑진행'을 통해 우정바이오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단독보도했다. 당시 우정바이오는 매각설을 부인하며 중장기 경영 전략을 내세워 회사를 지속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양한 원매자들과 미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창업주인 천병년 회장 유고 이후 리더십 부재로 부침을 겪던 우정바이오는 고(故) 천병년 회장의 장녀인 천희정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이후 비임상임상시험수탁(CRO) 회사는 물론 국내 대형 전통제약사 등으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 2021년 준공된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덕에 알짜 매물로 꼽혔던 우정바이오지만 비임상CRO 산업의 침체, 650억원에 달하는 부채, 높은 고정비와 이자 부담 등이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원매자와 경영진 사이 가격 눈높이 차이도 커 거래 성사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정바이오 홈페이지 공지. 대주주 지분 전체에 대한 의결권 위임 계약 체결 사실을 주주들에게 알리고 있다. 지난 10월 이데일리에서 매각 보도가 나간 직후에는 같은 방식으로 홈페이지에 "매각은 사실무근"이라고 공지했다. (자료=우정바이오 홈페이지)




◇콜마, 바이오사업 확장 가속...기존 우정바이오사업 그대로 운영

지난해 12월 콜마홀딩스를 만나면서 경영권 매각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애초 매각가는 300억원 안팎에서 거론됐지만 시장에 매각설이 퍼지며 주가가 상승했다. 290억원(2025년 10월1일 기준) 수준이던 시가총액이 이후 400억원 안팎까지 올라 매각가도 상향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3일 장 마감 후 관련 내용이 공시되기 직전에는 전일 대비 주가가 28.94% 올라 시장이 갑작스러운 상승세에 의문을 갖기도 했다.

콜마홀딩스는 인수·합병(M&A)을 통해 HK이노엔(195940)(옛 CJ헬스케어), 넥스트앤바이오 등을 인수하며 바이오 산업에 투자 경험을 쌓아왔다. 지난해 말에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담당하던 콜마비앤에이치(200130)를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우정바이오까지 인수하게 되면 경기 화성 동탄테크노밸리 핵심 입지에 연면적 2만3194㎡(약 7020평) 규모 연구 인프라도 확보하게 된다.

콜마홀딩스는 기존 우정바이오 사업을 그대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CRO 사업의 핵심 인력 상당수가 이미 이탈한 상황이어서 우정바이오의 사업경쟁력이 어떻게 회복될지 주목된다.

우정바이오 내부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 전문성이 부족한 천희정 대표 취임 후 우정바이오의 주요 인력들이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며 “인건비 절감을 위해 사실상 퇴사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퇴사 러시가 이어지면서 남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졌다”며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주요 사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라고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우정바이오 실적도 악화됐다. 지난 2024년 일시적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1년만에 매출액 13%가 감소하며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임직원 수도 줄었다. 2023년 이후 140명 이상 규모로 유지되던 정규직 인원은 지난해 3분기 130명대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조만간 열릴 주주총회에서 콜마홀딩스가 뚜렷한 경영 정상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야 이탈했던 인력의 복귀나 신규 인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콜마홀딩스가 우정바이오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에도) 비임상CRO와 랩클라우드 등 우정바이오의 기존 사업을 그대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우정바이오는 우수한 비임상CRO 사업 역량과 바이오 연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콜마그룹은 우정바이오의 인프라를 활용해 그룹 내 바이오 R&D 효율을 높이고 우정바이오는 콜마그룹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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