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이 이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내놨다. 위성사진만으로 슬럼 지역을 찾아내고, 처음 보는 도시에서도 스스로 적응해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KAIST와 전남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위성사진 기반의 범용 슬럼 탐지 AI를 개발해 인공지능 분야 권위 학술대회인 AAAI 2026에서 ‘사회적 임팩트 AI’ 부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고 6일 밝혔다. 해당 부문에는 693편의 논문이 제출됐고, 최우수논문으로는 2편만 선정됐다.
연구진 사진(왼쪽부터 KAIST 이수민,박성원,김지희 교수,차미영 교수, 전남대 양재석 교수) 사진=KAIST
특히 개발도상국 상당수는 슬럼 위치를 사람이 미리 표시해 둔 데이터 자체가 부족해, AI를 훈련시키는 출발선부터 갖추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전문가 혼합(Mixture-of-Experts)’ 구조를 택했다. 하나의 모델이 모든 지역을 억지로 설명하려 하기보다, 서로 다른 지역 특성을 익힌 여러 모델을 두고 입력된 위성사진에 맞는 모델을 골라 쓰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자동호출하는 구조다
우간다 캄팔라 지역에서 학습된 모델이 선택한 전문가와 선택되지 않은 전문가의 결과 비교. 사진=KAIST
모델 전체 구조도. 사진=KAIST
오류를 줄이는 장치도 넣었다. 여러 전문가 모델이 내놓은 예측 결과를 비교해 서로 비슷하게 판단한 영역만 우선 신뢰하는 ‘일관성 기반 필터링’ 기법이다.
연구진은 정답 데이터가 없는 환경에서는 잘못된 판단이 누적되기 쉬운데, 연구팀은 이 과정을 통해 불확실한 예측을 걸러내고 보다 안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적용 결과도 의미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아프리카의 캄팔라와 마푸토, 다르에스살람 등 주요 도시에 적용했고, 기존 최신 기법보다 슬럼 지역을 더 정밀하게 구분하는 성능을 확인했다. 위성사진 속에서 슬럼 경계를 픽셀 단위로 나누는 세그멘테이션 작업에서도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이 기술이 현장에 쓰이기 시작하면 활용 범위는 적지 않다. 도시 인프라를 어디에 먼저 확충해야 할지 정할 때 참고할 수 있고, 재난이나 감염병에 취약한 밀집 거주 지역을 사전에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주거환경 개선 사업 대상 선정이나 국제기구의 빈곤 모니터링,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점검 같은 영역에서도 쓰일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AI 성능 경쟁을 넘어선다는 평가다.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던 지역을, 위성사진과 AI를 통해 행정과 공공정책의 시야 안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장조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한정된 자원을 더 필요한 곳에 배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연구는 KAIST 전산학부 차미영 교수와 기술경영학부 김지희 교수, 전남대 지리학과 양재석 교수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KAIST 전산학부 이수민 석사과정 연구원과 박성원 박사과정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논문 제목은 ‘Generalizable Slum Detection from Satellite Imagery with Mixture-of-Experts’이며, 지난 1월 2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AAAI 2026에서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