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학부 총학생회와 대학원 총학생회는 6일 ‘과학기술은 공백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제목의 성명문을 내고, 지난 2월 26일 이사회의 제18대 총장 선임안 부결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양대 총학생회는 “이미 1년간 지속된 총장 선출 지연 상황에서 내려진 이번 결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며 “총장 선임 부결 사태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다시 불확실성 속에 던져버린 무책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사진=KAIST
총학생회는 성명에서 “KAIST 이사회는 공동체가 감내해 온 시간의 무게를 외면했다”며 “설명 없는 결정은 책임을 다한 판단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총장 선임 부결 경위에 대한 설명과 사과, 총장 선임 절차 속행을 통한 학내 피해 최소화, 폐쇄적인 총장 선임 제도 개선과 학내 구성원 의견 반영을 요구했다. 총장 공백이 단순한 내부 행정 문제가 아니라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도 부각했다.
교수사회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KAIST 교수협의회는 5일 이사회의 제18대 총장 선임안 부결과 재공모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을 냈다. 전임교원 740명 가운데 252명이 성명에 참여했다. 교수들은 총장 선임 지연 장기화가 KAIST의 안정적 운영과 중장기 발전 전략 추진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간 이어진 후보 선정 과정과 이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노력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 채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에도 실망을 나타냈다.
◇공백 장기화 속 커지는 설명 요구
교수협의회는 재공모 일정과 절차, 평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KAIST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중심대학의 비전을 구현할 역량을 총장 선임의 핵심 기준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총장후보발굴위원회에 KAIST 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현재와 같은 이사회 중심의 폐쇄적 구조로는 학내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상황은 더 엄중해졌다. 이광형 총장은 2월 27일 사의를 표명했고, 3월 16일자로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균민 교학부총장은 5일 교수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이 총장이 “KAIST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AIST는 17일부터 교학부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총장 선임이 불발된 데 이어 현 총장까지 물러나면서 리더십 공백은 현실이 됐다.
문제의 출발점은 지난 2월 26일 열린 임시이사회다. 이날 이사회는 이광형 현 총장, 김정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이용훈 전 UNIST 총장 등 3인을 놓고 표결했지만 누구도 출석이사 과반 득표를 얻지 못했다. 결국 선임안은 부결됐고 이사회는 재공모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만 후보 3인 모두가 부결된 이유와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학내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김명자 KAIST 이사회 이사장은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상치 못한 정치적 격동기가 총장 선임과 맞물려 있었다”며 “앞으로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KAIST는 총장 공백기가 있지만 소위 레임덕과 같은 영향을 덜 받고, 입학식·졸업식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차기 총장 선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내에서는 이런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치적 격변기를 언급했지만, 그것이 왜 장기간 진행된 총장 선임 절차의 전면 부결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입학식과 졸업식의 정상 진행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KAIST의 중장기 전략과 연구 생태계, 대외 리더십 공백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선 지연을 넘어선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총장 공백이 1년 넘게 이어진 상황에서 후보 추천 절차를 거친 안건이 모두 부결됐고, 직후 현 총장까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우려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교수사회와 총학생회가 잇따라 문제를 제기한 만큼, 이사회가 판단 기준과 향후 절차를 보다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