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시장의 관심은 이제 선두 유지보다 추격 속도에 쏠린다. 앤스로픽이 기업용 AI 수요를 발판으로 빠르게 외형을 키우고 있는 데다,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앤스로픽 모델 공급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AI 경쟁은 한층 거세지는 양상이다.
(오른쪽부터)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2월 19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임팩트 서밋에서 악수를 거부한 채 손을 들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해 말 214억달러(31.8조원) 수준에서 두 달 만에 17%가량 늘어난 규모다. 챗GPT 유료 구독은 물론 기업용 서비스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매출이 함께 확대되며 성장 속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겉으로는 오픈AI의 우위가 이어지는 흐름이다. 챗GPT는 여전히 생성형 AI 시장에서 가장 강한 소비자 접점을 확보하고 있고, 대규모 사용자 기반은 유료 전환과 기업 고객 확대를 동시에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픈AI 리셀러인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018260))가 영업을 본격화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기업용 솔루션인 ‘챗GPT 엔터프라이즈’로 고려아연, 아이크래프트, 티맥스소프트, 섹타나인, 하나투어 등 10곳이 넘는 고객사를 확보했다.
먼저 사용자를 장악한 사업자가 결국 매출에서도 앞선다는 공식을 오픈AI가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은 더 이상 오픈AI만 바라보지 않는다. 앤스로픽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가파르기 때문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앤스로픽의 연환산 매출은 최근 90억달러(13.3조원)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절대 규모에서는 여전히 오픈AI와 격차가 있지만, 증가 속도만 놓고 보면 무시하기 어렵다. 한때 오픈AI의 독주로 보였던 생성형 AI 시장이 점차 2강 구도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MS 변수에 판 커졌다…독주 아닌 멀티모델 경쟁
이번 경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수는 MS의 선택이다. MS는 미 국방부가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대상으로 지정한 이후에도 국방부를 제외한 고객에게는 앤스로픽의 클로드 모델을 계속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M365, 깃허브, MS AI 파운드리 등 자사 플랫폼에서 클로드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법률 해석을 넘어 시장 전략의 성격이 짙다. AI 시장의 주도권이 특정 모델 하나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금 빅테크가 벌이는 경쟁의 본질은 어느 모델이 더 뛰어나냐보다, 어떤 플랫폼 안에서 고객이 AI를 쓰게 만드느냐에 가깝다.
MS는 오픈AI와의 핵심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앤스로픽까지 끌어안으며 기업 고객의 선택지를 넓혔다. 특정 모델 한 곳에 베팅하기보다 여러 모델을 자사 플랫폼 안에 올려 고객을 붙잡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는 오픈AI에도 부담이다. 시장 1위 사업자이긴 하지만 기업 고객이 특정 모델 하나에만 의존할 이유는 없다. 성능, 가격, 안정성, 보안, 업무 적합성을 따져 여러 모델을 병행하는 멀티모델 전략이 확산될수록 오픈AI의 독점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앤스로픽은 독자 플랫폼이 상대적으로 약하더라도 MS 같은 기술 유통 채널을 발판으로 기업 시장을 넓힐 수 있다.
◇승부처는 코딩 AI…실제 예산 집행 시장으로 이동
오픈AI와 앤스로픽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곳은 코딩 AI다. 단순한 코딩 보조를 넘어 실제 업무 단위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개발자 도구 시장이 AI 산업의 핵심 수익처로 떠오르고 있다.
오픈AI는 코덱스 계열을 앞세워 개발자 생태계 확대에 나서고 있고, 앤스로픽도 클로드 코드로 맞서고 있다.
이 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코딩 AI는 일반 챗봇보다 기업이 비용을 지불할 유인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실제 업무 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직접적이어서다.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고객 응대 같은 범용 사무 업무 자동화도 중요하지만, 개발 업무는 비용 절감 효과가 더 뚜렷하고 측정도 쉽다.
전문가들은 결국 누가 더 똑똑한 AI를 만들었느냐보다, 누가 더 빨리 기업의 비용 구조 안으로 들어가느냐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앤스로픽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소비자 시장에서는 오픈AI가 앞서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화려한 데모보다 실제 업무 적합성이 더 중요하다. 안전성, 긴 문맥 처리, 코드 품질, 통합 편의성이 확보되면 후발주자도 충분히 점유율을 넓힐 수 있다. AI 시장이 보여주기 경쟁에서 실제 구매가 이뤄지는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매출 넘어 플랫폼·인프라 경쟁으로 확전
한편 AI 시장 경쟁은 이제 매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초거대 언어모델 운영에 필요한 서버, GPU, 네트워크, 전력 인프라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핵심 변수가 됐다.
오픈AI와 앤스로픽 모두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승부는 매출뿐 아니라 플랫폼과 인프라를 함께 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AI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이제 모델 성능을 넘어 매출, 유통, 인프라가 동시에 맞물린 전면전에 들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