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디지털 정책 흔드는 美 압박…"협상하되 '얻을 것' 챙겨내야"

IT/과학

뉴스1,

2026년 3월 09일, 오전 05:30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무기화' 전략의 하나로 꺼내든 '무역법 301조' 카드는 본격화 수순을 밟으며 국내 디지털 정책 압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주에는 구글에 고정밀 지도 반출이 허용된 데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 내 쿠팡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처리에 반발해 청원한 301조 조사 개시 여부를 3월 7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조사가 확정되면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언급된 나머지 디지털 정책 역시 관세 압박의 대상에 오를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예고한 무역법 301조 조사가 국내 디지털 정책 추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만약 통상 협력을 이유로 국내 주요 디지털 정책의 기조를 변환해야 한다면 국익 우선 원칙으로 '얻을 것을 얻어내는' 절충안을 찾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쿠팡 사태'에 결정 임박한 301조 조사…"여러 사례 검토중"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최근 폭스비즈니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부과 중인 10%의 글로벌 관세를 일부 (국가)에 한해 15%로 올린다"며 "각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는 무역법 301조 조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사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에 따라 150일간 글로벌 관세를 10%로 부과 중인데, 이를 국가별로 최대 15%까지 차등 인상하고 이 기간에 301조 조사를 통해 추가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무역법 301조 조사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도 연결돼 있다. 앞서 미국 내 쿠팡 투자자들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전인 1월 22일(현지시간) USTR에 한국 정부가 쿠팡 사태를 처리할 때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한다며 무역법 301조 조사를 청원했다. 이에 따라 USTR은 접수일로부터 45일인 3월 7일 이내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원시 국토지리정보원 내 대동여지도와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 (레이어 합성)2016.11.17 © 뉴스1 이재명,최현규 기자

지도 반출은 허용…온플법·통신 지분 제한, 남은 숙제는
디지털 정책 중 대표적인 한미 통상 문제로 꼽혀온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이 지난달 끝내 허용되면서 향후 디지털 정책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나머지 관련 정책은 불확실한 정세 속에 답보하는 상태다.

앞서 USTR은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자(CP) 망 사용료 부과 △공공 시장 클라우드 서비스 진입 장벽 △외국인 통신·방송 투자 지분 제한 등을 무역 장벽으로 꼽았다.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으로 통칭되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정책은 현재 총 19개의 법안이 약 1년 반째 계류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미국이 우려하는 '독점규제법'을 또 다른 온플법인 '거래 공정화법'과 나눠 두 갈래로 추진하려 하지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온플법 논의 자체를 미루려는 모양새다.

한국 방송·통신 분야의 외국인 투자 제한 정책도 무역 장벽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법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을 최대 49%,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외국인 지분을 20%까지로 제한한다. 지상파 외국인 투자는 금지되고 뉴스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도 25% 이하로 규정한다.

통신업계는 외국인 지분 제한을 추가 완화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간접투자가 이미 허용돼 있어 실질적 시장 접근이 차단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통상 압박의 핵심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통상협상은 '패키지딜'…국익 우선하되 전략적 합의해야"
전문가들은 국익을 최우선시하되 통상협상을 '패키지 딜'로 인식하고 절충안을 찾는 전략에 미국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무역법 301조가 디지털 정책을 둘러싼 통상 환경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만큼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USTR은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꾸준히 반발해 온 만큼 무역법 301조 조사가 우리에게 상당한 압박이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통상 협상은 외교·안보·경제·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패키지 딜'인 만큼 디지털 분야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무기로 미국과 협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더불어민주당 정보통신특별위원회 부위원장)는 "전략적인 '기브앤테이크'로 디지털 정책에서도 미국과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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