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IT메카 판교 정조준…'모회사가 책임져라' 쟁의 줄이어

IT/과학

뉴스1,

2026년 3월 11일, 오전 05:50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NHN지회는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NHN 사옥 앞에서 NHN 그룹사 고용안정 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계열사 사업 종료에 따른 일방적 구조조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6.03.04. © 뉴스1 신은빈 기자

하청 노동자도 원청 사용자에 근로조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사용자 개념을 넓힌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계열사 문제의 책임을 본사에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자 쟁의행위 대상을 넓히면서, IT 노조는 수익성 악화로 서비스를 종료한 계열사의 고용불안이나 계열사 임금·복지 문제까지 모두 본사와 교섭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법이 규정하는 '사용자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 이 해석을 두고 노사 갈등이 번질 우려가 있다.

11일 IT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다음날인 12일 노동쟁의 집회를 예고했다.

지난해 11월 카카오(035720)와의 품질관리(QA) 업무 계약을 실주한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의 고용불안 문제를 두고 본사인 카카오에 사용자로서 책임을 촉구하는 것이 집회의 주 내용이다.

이는 전날인 1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된 데 따른 행보다. 개정안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지녔으면 사용자로 인정하고, 근로자의 지위나 임금·근로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넓혔다.

이에 계열사가 많은 카카오와 네이버 등 IT 대기업 역시 노란봉투법의 표적이 됐다. 노조는 계열사의 매각이나 서비스 중단 등 경영 결정과 이에 따른 고용 문제까지 본사가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개정법이 단순 임금·복지를 넘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판단도 쟁의대상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노조는 2월 28일 카카오와의 QA 업무 계약이 종료된 후 디케이테크인에서 해당 업무를 맡았던 직원 40명 모두 타 부서나 업무로 전환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디케이테크인은 카카오가 지분을 100% 보유한 완전 자회사다. 다만 디케이테크인은 계약 종료 후 신규 또는 기존 다른 프로젝트에 새롭게 인원을 배치 중이란 입장이다.

네이버(035420) 노조 역시 노란봉투법의 6개월 유예기간이었던 지난해 9월 손자회사 6곳의 임금·단체협약 결렬을 두고 본사인 네이버에 책임을 물었다. 당초 노조는 네이버가 6개 법인의 임금과 복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용자라고 주장하며 임단협 체결을 촉구했다. 이후 10월 6곳의 노사 간 교섭이 재개되면서 임단협도 체결됐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가 8월 11일 오후 경기 성남시의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 앞에서 법인 6곳의 임단협 체결을 촉구하는 1차 집회를 개최했다. 2025.08.11. (공동성명 제공)

NHN(181710) 노조는 4일 자회사 NHN에듀 서비스 종료에 따른 일방적 구조조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본사인 NHN도 NHN에듀 지분을 84% 보유한 실질적 지배주주인 만큼 고용불안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서비스 종료 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해당 서비스를 담당하던 직원들의 그룹사 단위 전환배치 안착률이 20% 안팎인 약 10명에 그쳤다고 밝혔다. 또 NHN에듀가 3월까지 전환배치가 완료되지 않는 노동자에게 3개월 치 급여와 함께 희망퇴직을 통보했다며, NHN 본사에 고용안정 협의체 참여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NHN은 "NHN에듀는 누적된 영업적자와 성장 한계로 서비스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며 "NHN에듀 인력 조정 과정에서 구성원과 충실히 소통하며 정해진 법규와 규정을 준수하겠다"고 설명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다만 노란봉투법이 확장한 사용자 개념은 여전히 모호하다. 사용자의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근로조건'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을 해석할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시행 초기라 판례 역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은성 샛별 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원칙적으로는 개정법에 따라 원청(본사)이 하청(계열사)의 사업이나 서비스 존속 결정 주도권을 쥐었고 그에 따른 인력배치를 결정할 힘이 있다면 근로조건을 포함해 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하청의 교섭 대상이 된다"면서도 "교섭 대상이 되는 것과 원청의 교섭 내용 수용 의무는 다르다"고 말했다.

결국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사용자의 범위를 정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노사 양측은 모두 이 범위의 해석을 두고 법리적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 노무사는 "(노란봉투법상) 근로조건에 포함되는 대상을 지금 당장 명쾌한 답으로 내리기는 어렵다"며 "기업별 노사 상황을 고려해 실질적 지배력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수익과 직결된 경영 결정이 쟁의대상에 포함돼, 혁신이 필요한 플랫폼 기업의 사업 구조 재편이나 의사결정 과정이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정안이 쟁의대상으로 규정한 근로조건이 다소 넓은 개념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노조의 교섭 요구와 기업의 협상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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