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열린 ‘미국 지상파 기반 K-콘텐츠 채널 플랫폼 협력’ 간담회장. 미국 대표 지상파 방송 그룹 싱클레어의 기술 총괄 사장 델 팍스 기술 사장은 이같이 밝혔다. 한국 음식을 즐기고 젓가락질도 곧잘 하는 그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미국 최초의 한국 문화 전용 지상파 채널, ‘K채널 82’ 론칭을 알리기 위해서다.
델 팍스 기술 사장 부친인 델 팍스 2세의 군복무 시절 사진(사진=델 팍스 싱클레어 기술사장 제공)
팍스 사장과 한국의 인연은 그의 아버지 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친인 델 팍스 2세는 미 해병 1사단 7연대 소속으로 1950년 11월~12월 경 미군과 중공군의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인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다. 이 전투는 개마고원 장진호 일대에서 미 제1해병사단이 중공군 12만명의 포위망을 뚫고 흥남으로 철수한 6.25 전쟁의 결정적 전투다.
팍스 사장은 “아버지가 유담리에서 포위망을 뚫고 사투를 벌였으며, 하갈우리에서 심각한 동상을 입고 후송되셨다”며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용사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한국에 대해 각별한 기억이 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팍스 사장 본인도 아버지를 이어 미 육군 중령으로 26년간 예비역으로 복무했다. 보이스카우트 이사로도 오래 활동했고, 두 아들은 보이스카우트연맹 최고 등급인 이글스카우트를 받았다.
델 팍스 기술 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명동에서 개최한 '미국 지상파 기반 K-콘텐츠 채널 플랫폼 협력'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델 팍스의 이력은 그 자체로 미국 방송 기술사와 궤를 같이 한다. 그는 1972년 싱클레어에 입사해 올해로 무려 53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엔지니어링 및 운영 부문 부사장을 거쳐 SVP·CTO, 그리고 현재는 기술 총괄 사장으로 회사의 클라우드 전환과 차세대 방송 전략 전반을 이끌고 있다. 2015년에는 방송·영상 분야 최고 권위인 SMPTE 펠로우로 선정됐고, 2007년에는 Broadcasting & Cable 기술 리더십상을 받았다.
싱클레어는 현재 미국 86개 시장에서 185개 TV 방송국을 운영하는 미국의 대표 지상파 방송 그룹이다. 미국 전체 가구의 39%에 달하는 커버리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간 뉴스 편성 시간만 3,000시간에 이른다. 폭스·ABC·CBS·NBC·CW 등 주요 네트워크의 지역 방송국 역할을 맡으면서, 600개 이상의 채널과 4개의 자체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K채널 82, 올 하반기 론칭…미국 최초 한국 문화 전용 지상파 채널
싱클레어가 준비 중인 ‘K채널 82(K-Channel 82)’는 4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올 하반기부터 시범 론칭될 예정이다.
싱클레어의 차세대 방송 표준 ATSC 3.0(NextGen TV) 네트워크 기반의 가상 채널 ‘82번’을 통해 K팝·드라마·예능·뉴스·라이프스타일 등 한국 문화 콘텐츠를 미국 가정에 직접 전달한다. 미국에서 지상파를 통해 한국 콘텐츠를 전용으로 제공하는 채널은 이것이 처음이다.
SBS는 지난 19일 서울 목동 본사에서 미국 방송그룹 싱클레어와 K-채널 82 사업을 위한 전략적 협력 협약(SC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방문신 SBS 사장(왼쪽)과 델 팍스 싱클레어 기술 총괄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SBS)
그는 “넷플릭스나 FAST 채널은 앱을 설치하거나 검색해서 찾아가야 한다”며 “K채널 82는 별도 앱 설치 없이 채널 번호만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진짜 지상파 채널”이라고 말했다.
채널 번호 82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한국 국가 전화번호 +82와 결합해, 한국의 새로운 가치를 미국에 알리는 브랜드 정체성을 담았다. 프로그램은 K팝·드라마·예능이 60~70%, 뉴스·다큐·문화·라이프스타일·쇼핑이 30~40%로 구성된다. 특정 민족 커뮤니티를 겨냥한 틈새 채널이 아니라, Z세대와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한 주류 문화 채널을 지향한다.
팍스 사장은 이번 방한 기간에 한국과 협력을 위해 KBS, SBS, MBN 등 방송사를 잇따라 만났다. 또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한국 방송 콘텐츠의 미국 수출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ATSC 3.0이 여는 새 지평…인터랙티브, 개인화 광고 가능
K채널 82의 기반이 되는 ATSC 3.0은 미국이 2022년부터 본격 보급 중인 차세대 지상파 방송 표준이다. ATSC 3.0은 IP 기반 방송 전송 기술로, 기존 방송과 통신을 결합한 형태의 4K UHD 화질, 인터랙티브 기능, 개인화 광고, 데이터캐스팅 등이 가능하다.
기존 1.0 방식(ATSC 1.0)이 1:1 유니캐스트라면, ATSC 3.0은 1:N 브로드캐스트로 대규모 수신자에게 동시에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비용 효율성이 극적으로 높다. 싱클레어는 이를 활용해 콘텐츠 전달을 넘어 자동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FOTA), 정밀 측위(BPS), 재난 공공 메시지(EAS), CDN 오프로딩 등 국가 단위 공공 데이터 인프라로의 확장을 추진 중이다.
박 CTO는 “ATSC 3.0 보급률이 아직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무료 수신기 배포, 바우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모션이 계획돼 있다. 수신기가 늘어날수록 82번 채널의 노출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는 이미 더빙이 완료된 작품부터 우선 편성해 초기 비용을 낮추고, 광고 기반 수익 모델(ASRF)과 K커머스 커미션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더빙이 필요없는 K-팝 가수들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음악방송 등이 그 대상이다.
박 CTO는 “한국의 우수한 AI·미디어테크 기업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