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대로 못 보나?…흔들리는 '보편적 시청권'

IT/과학

뉴스1,

2026년 3월 20일, 오후 02:54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20일 서울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관련 공개 시민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6.03.20/뉴스1 © 뉴스1 김민수 기자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중계권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보편적 시청권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계권료 상승과 미디어 환경 변화, 글로벌 OTT 확산 속에서 기존 제도의 한계를 짚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20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중계, 국민에게 듣는다' 공개 시민간담회에서는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둘러싼 공공성과 시장 현실 간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조영신 동국대 교수는 보편적 시청권의 본질을 '접근권'으로 규정하며 제도 전반의 재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국민이 비용이나 이용 환경의 제약 없이 실제로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형식적 기준이 아니라 실제 시청 가능 여부를 중심으로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최근 동계올림픽 중계 논란을 언급하며 "보편적 시청권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년째 보편적 시청권 보장위원회 공백
조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 배경으로 제도 운용 공백과 구조적 미비를 함께 짚었다. 특히 "보편적 시청권 보장위원회가 2년째 공석 상태"라고 지적하며, 시청권 보장 여부를 판단하고 조정할 콘트롤타워 부재가 제도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행 제도가 형식적 기준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조 교수는 "어떤 경기를 어느 범위까지 무료로 제공할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이에 따라 핵심 경기 위주로 중계가 집중되고 일부 경기가 배제되는 구조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발제에서는 해외 사례를 통한 제도 개선 방향도 제시됐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이벤트 목록(Listed Events)' 제도를 통해 월드컵과 올림픽 등 주요 경기를 공공재 성격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핵심 경기는 무료로 제공하되 일부는 유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공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내는 유료방송 가입 비율이 매우 높은 구조로, 사실상 무료 기반 시청 환경이 약화해 제도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왼쪽에서 7번째)이 20일 서울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관련 공개 시민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3.20 © 뉴스1 (방미통위 제공)

중계권료 상승 속 현실적 한계…접근권 중심 재설계 필요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현실적 한계도 제기됐다. 이종성 한양대 교수는 "월드컵은 중계권료가 급등해 전 경기 무료 중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고,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는 중계권료 상승과 광고 수익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체육계와 소비자 측에서는 접근권 보장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정섭 대한축구협회 마케팅실장은 "경기 수 증가로 단독 중계가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고,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유료 중심 구조는 시청권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간담회에서는 중계권료 상승과 미디어 소비 변화, OTT 확산 등 환경 변화 속에서 보편적 시청권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기존 '무료 시청 보장' 중심에서 벗어나 실제 접근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제도 설계와 시장 구조를 반영한 중계권 배분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관심 행사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보장은 방송법에 규정된 사업자의 중요한 책무"라며 "이번 간담회 논의사항을 반영해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더욱 두텁게 보장하는 한편 공적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법제 정비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류신환 비상임위원은 향후 대응과 관련해 "현행법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우선 진행하고 있다"며 "진행 결과를 지켜본 뒤 추가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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