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다리가 3개" AI 사용 미고지 사과한 붉은사막…환불사태 우려

IT/과학

뉴스1,

2026년 3월 25일, 오전 06:20

펄어비스의 신작 '붉은사막'을 플레이한 이용자가 게임 내 이미지 일부가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것 같다는 글을 레딧에 게시했다. (레딧 갈무리)

글로벌 출시 첫날에만 200만 장이 판매되며 화제를 모은 펄어비스(263750)의 신작 '붉은사막'이 제작 과정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일부 이미지가 AI로 합성돼 어색하다는 불만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게임 업계의 생성형 AI 도입이 일상이 되면서 AI 활용을 둘러싼 논쟁에도 불이 붙는 모양새다. AI는 게임 제작은 물론 구동 과정에서도 활발히 사용되지만, 활용 사실의 사전 고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말 다리가 3개…펄어비스, AI 사용 미고지 사과
25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22일 붉은사막 공식 엑스(X)를 통해 "AI 활용 사실을 명확히 공개했어야 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지했다.

이어 "커뮤니티 제보를 통해 (생성형 AI로 만든) 일부 자산이 최종 배포 버전에 의도와 다르게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내부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전적으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개발 초기 단계에 실험용으로 생성형 AI를 사용해 일부 2D 시각 소품을 제작했지만, 최종 작업과 아트 및 개발팀 검토를 거쳐 출시 전에는 이를 교체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게임 내모든 자산을 검토 중으로, AI의 영향을 받은 콘텐츠는 순차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한 붉은사막 이용자가 게임 속 이미지가 AI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글로벌 커뮤니티 레딧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게시글에 첨부된 이미지 속 말은 뒷다리가 3개이거나 관절 형태가 비정상적이다.

이에 일부 이용자들은 AI 사용 여부를 사전 고지하지 않았다며 유통 플랫폼인 스팀에 환불을 요청했다. 커뮤니티에서는 스팀이 규정하는 환불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AI 사용 미고지를 이유로 환불을 요청하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붉은사막 공식 엑스 갈무리)

일상 된 게임 AI 도입…스팀, AI 활용 밝히도록 해
스팀의 운영사 밸브는 생성형 AI 활용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게임 제작 과정에 AI를 사용했다면 반드시 명시하도록 규정한다.

스팀은 2024년 1월부터 개발자가 게임을 제출할 때 작성하는 설문조사에 'AI 공개' 항목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 항목에서는 게임 개발·실행 과정에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밸브는 출시 전 게임을 검토할 때 해당 정보를 활용하고, 일반 이용자에게 공개되는 스팀 스토어 페이지에도 이를 명시하도록 규정한다.

밸브는 "이번 정책 변경은 AI를 사용하는 게임 개발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생성형 AI 분야의) 현황과 위험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게임 업계의 AI 도입은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AI 퍼스트' 비전을 선언한 크래프톤은 지난해 3월 앞서 해보기(얼리 액세스)로 출시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에서 엔비디아와 협업한 CPC 모델 '스마트 조이'를 최초로 선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또 다른 CPC '펍지 앨라이'(PUBG Ally)를 공개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AI 기반 게임 개발 전문 스튜디오 렐루게임즈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AI 자회사 NC AI는 지난해 12월 선보인 3D 애셋(자산) 생성 플랫폼 '바르코 3D'를 중심으로 게임 개발용 생성형 AI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바르코 3D는 4주 이상 걸리는 게임 제작 기간을 최대 3분 이내로 단축해 준다. 비용 역시 애셋 1개당 500원 수준으로 절감된다.

(스팀 AI 정책 갈무리)

AI 기본법도 투명성 의무 규정…'AI 창작'의 명암
이번 사태가 펄어비스의 사과문 게재로까지 이어진 배경에는 단순히 AI 활용 여부가 아니라, 이를 규제하는 AI 정책과 AI를 바라보는 양가적인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스팀 약관 외에도 1월부터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된 'AI 기본법'은 AI 사업자가 AI에 기반한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할 때 이 사실을 이용약관 등을 통해 사전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투명성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사전 고지 여부와 관계없이 7년간 준비한 대작을 AI가 제작했다는 사실 자체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창작 분야에서 AI가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인식되지만, 생성한 콘텐츠 결과물을 보면 오히려 완성도가 낮거나 심리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콘텐츠문화진흥원은 '2024 게임백서'를 통해 "게임 개발의 생성형 AI 기술 고도화는 사용자마다 고유한 환경을 제공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줄일 수 있어 혁신적"이라면서도 "윤리적·법적 문제와 저작권 등 논란도 함께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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