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AI 시대, ‘머리만 쓰는 직업’은 위험”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05일, 오후 06:5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AI는 인류가 26만 년 동안 건드리지 않았던 인지 노동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부만 잘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구현모 전 KT 대표(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겸임교수)는 지난달 31일 이데일리·이데일리M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온누리’ 강연에서 AI를 생산비용과 고용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구조적 전환으로 규정했다.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혁명과 달리 생산성 증가가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구현모 KT 전 대표(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겸임교수)
◇“좋은데 싸지기까지”… 확산의 본질은 비용

그는 먼저 AI 확산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비용이라고 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기술도 쓰는 데 돈이 많이 들면 확산되지 않는다”며 “지금 AI는 성능은 계속 좋아지는데 비용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좋은데 싸지기까지 하니까 누구나 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I 비용은 연간 약 30%씩 하락하고, 에너지 효율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구 전 대표는 “가성비가 계속 좋아지면서 채택 속도가 바뀌었다”며 “이미 기업과 개인의 생산 활동에 AI가 일상적으로 들어온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생산성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생산성이 10~40% 개선되는 사례가 나온다”며 “이제는 재미있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돈을 버는 도구가 됐다”고 강조했다.

◇“AI 하나가 주니어 3~4명 역할”… 채용 줄어든다

문제는 생산성 향상이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현장에서 들리는 얘기는 명확하다. AI 하나가 주니어 3~4명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코드를 시키면 AI가 짜오고, 디버깅도 시키면 다 해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신입을 여러 명 뽑을 필요가 없어졌다”며 “AI를 잘 쓰는 숙련 인력 몇 명으로도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고용 없는 성장’으로 정의했다.

구 전 대표는 AI가 과거 기술혁명과 다른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마부는 사라졌지만, 공장·정비·도로 같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며, 하지만 “AI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AI 시대에 프롬프트 엔지니어, 가상세계 디자이너, AI 에이전트 운용가 같은 직업이 나오긴 하겠지만 숫자가 많지 않다”며 “몇몇 고급 인력이 하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데이터 영역 변화도 짚었다. 그는 “이제는 데이터도 AI가 스스로 만들고 정리하기 시작했다”며 “과거처럼 데이터 관련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AI는 기존 경제 공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는 생산성이 올라가고 가격이 떨어지고 수요가 늘어나면 기업이 사람을 더 뽑았지만, 지금은 생산성이 올라가고 수요가 늘어나도 사람을 더 뽑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줄이는 방향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수천 년 유지돼 온 ‘생산성 증가 → 고용 증가’ 연결고리가 끊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구현모 전 KT 대표(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겸임교수)
◇“머리와 몸을 함께 써라”

이에 따라 직업 선택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구 전 대표는 “반복적인 인지 업무, 표준화된 프로세스, 디지털 전환이 쉬운 일은 위험하다”며 “회계·법률 리서치 같은 보조 업무는 100%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일자리를 가지라고 조언해 줄 수 있을까. 먼저 그가 제시한 기준은 산업의 영역이다. 구 전 대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30년 지나서 보니 성적, 성격, 배경 다 상관없고 결국 어떤 산업에 있었느냐가 성공의 전부였다”며, AI 시대 유망 분야로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전력·에너지를 꼽았다. “AI가 에너지를 엄청나게 쓰기 때문에 전력 산업은 같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일의 기준도 제시했다. 그는 “머리만 쓰는 일은 AI가, 몸만 쓰는 일은 로봇이 대체한다. 결국 몸과 머리를 같이 쓰는 직업이 오래 간다”고 했다.

이어 “이를테면 진단은 AI가 더 잘하고 있다, ”진단과 의사는 줄어들고, 외과 의사는 상대적으로 오래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사보다 간호사가 더 오래 간다“며 ”사람을 직접 돌보는 일은 대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월급만으로는 어렵다“… 자본소득 필요

AI 시대에는 소득 구조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근로소득만으로는 평생 먹고 살고 자산을 축적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며, ”아이들에게는 성적보다 자본소득 개념을 가르쳐야 한다. 투자 경험을 어릴 때부터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시대의 핵심 역량으로는 회복 탄력성을 꼽았다. ”기술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그건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이다. 변화를 읽고 대응하는 힘이 미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소득 논의 불가피“

AI 확산은 사회 시스템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구 전 대표는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면 기본소득 같은 제도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기술을 이해하고 사회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생산비용을 낮추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고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며 ”AI와 경쟁하기보다 함께 갈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생존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구현모 전 KT 대표는…

-1964년생, 서대전고 , 서울대 산업공학 학사, KAIST 경영공학 석·박사, 1987년 KT 입사, 2020년 KT 대표 취임, 2022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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