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승패 좌우하는 현대전…고정밀지도 '레드버튼' 마련 시급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06일, 오전 08:29

[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대표] 현대전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복합전’으로 진화했다. 최근 이란·미국 갈등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가 공격당하고, AI 기반 시스템이 전투 승패를 좌우하는 사례는 데이터가 곧 안보 최전선임을 보여준다. 전쟁은 이제 화력이 아닌 누가 더 정교한 지도와 데이터를 확보하고, 빠르게 분석·판단하느냐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민 세수 수조원을 투입해 구축한 1대 5000 축척 고정밀지도가 미국 최대 빅테크 구글에 조건부 반출됐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산하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가 지난 2월 27일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다. 2007년 첫 신청 이후 안보 이유로 두 차례 거부된 지 19년 만의 결정이다.

이르면 올가을 구글은 국내 고정밀지도를 활용한 지도 서비스를 선보일 전망이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자국에서 쓰던 구글 지도로 국내 곳곳에서 실시간 길찾기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단순 길안내를 넘어, AI 학습과 미래 산업 주도권까지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결정은 곧 누가 우리의 도시와 공간을 정의할 것인가라는 ‘데이터 주권’ 문제로 확장된다.

1대 5000 축척 지도는 실제 거리 50m를 1㎝로 압축해, 건물 입구·가로등·지하시설물까지 담은 정밀 데이터다. 자율주행·디지털트윈·공간 AI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누가 산업의 중심에 설지를 결정하는 국가 전략 자산이다.

정부의 조건부 허가는 △위성·항공사진 보안 처리 △군사·보안시설 가림 △좌표 표시 제한 △국내 제휴사 서버 내 가공 △지도 전담관 국내 상주 등이다. 특히 ‘레드버튼’ 조치는 안보 위협 시 정부가 데이터 접근을 즉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의미한다. 원칙상 레드버튼은 국내에 있지만, 좌표 데이터는 한번 유출되면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자산이라, 실제 작동 여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관건은 반출 이후의 실효적 통제권이라고 볼 수 있다. 레드버튼이 선언적 문구에 그치지 않으려면, 반출 전·가공·사후 관리까지 아우르는 통합 감독 체계가 필수적이다.

반출 전 단계에서는 단순히 국내 서버를 거치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원본 데이터 반입 경로와 국내 기업의 가공 과정을 정부가 투명하게 승인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가공·활용 단계에서도 지도 데이터는 원본 그대로 사용되지 않는다. 국내 제휴 기업의 재가공 과정뿐 아니라, 구글이 길찾기 외 자율주행·공간 AI 등 AI 학습에 무단 활용하지 않는지 상시 감독해야 한다. 이미 학습된 AI 모델은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후 관리 단계에서는 구글 계열사·협력사·글로벌 클라우드를 통한 제3국 유출을 막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전 절차 없는 복제나 유출이 감지되면 즉시 감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비가시적 워터마크 등 기술적 장치 도입도 검토 대상이다.

이번 결정이 성공적 개방이 될지, 아니면 디지털 주권의 첫 균열이 될지는 레드버튼의 실효성에 달려 있다. 지도 반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금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다음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대표

1993년부터 지리정보시스템(GIS)·공간정보를 연구해온 33년 경력의 전문가다. 1997년 한국공간정보통신을 창업해 29년간 운영 중이다. 도로명주소정보체계, 수도권 버스정보시스템, 국가공간정보통합체계 등 국가 핵심 공간정보 인프라 구축에 힘썼다.

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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