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글로벌 무대 쏟아지는 K-바이오…AACR부터 바이오코리아까지 '대격돌'[바이오 월간 맥짚...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06일, 오전 08:11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4월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국내 K-바이오 기업들도 미국과 유럽, 일본을 넘어 안방까지 이어지는 굵직한 글로벌 무대에 총출동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실질적인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과 투자 유치,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를 위한 진검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증명하는 학술대회부터, 자본 조달의 사활이 걸린 IR 콘퍼런스, 공급망을 다지는 B2B 파트너링 행사까지 K-바이오의 4월 캘린더는 쉴 틈이 없다.

4월 글로벌 제약바이오 행사 현황 (그래픽=GPT, 팜이데일리 재구성)




◇글로벌 무대 오르는 K-항암신약·의료AI…AACR서 진검승부



4월의 포문을 여는 핵심 무대는 단연 학술대회다. 특히 세계 3대 암 학회로 꼽히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가 4월 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다. AACR은 전임상 및 초기 임상 데이터가 대거 최초 공개되는 자리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이전 논의가 촉발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올해 AACR에서는 K-항암 신약의 눈부신 발전이 돋보일 전망이다. 국내 유망 바이오텍들은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등 차세대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의 초기 데이터를 들고 나선다.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선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된 기술력이 관건이다.

AACR에 출격하는 국내 기업은 루닛, 리가켐바이오, HLB그룹, 삼성바이오로직스, 신라젠, 오름테라퓨틱, 알지노믹스 등 7개사 이상이다. ADC(항체약물접합체), AI 기반 바이오마커, CAR-T 세포치료제까지 발표 모달리티도 다양해졌다.

의료 AI 기업 루닛은 2019년부터 8년 연속 AACR에 참가한다. 올해는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Lunit SCOPE)' 활용 연구 성과 6편을 공개한다.

발표 내용은 크게 두 축이다. 하나는 전이성 유방암 임상 샘플에서 HER2 저발현·초저발현 정량 분석을 위한 디지털 AI 알고리즘 비교 연구다. 다른 하나는 AI를 활용한 비소세포폐암 분석이다. 임상 현장에서 AI가 치료 결정에 직접 기여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을 데이터로 입증하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초기에는 AI가 암 진단 보조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치료 결정에 기여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루닛의 행보는 K-의료AI가 단순 진단 솔루션을 넘어 글로벌 신약 개발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는 상징적 사례로 읽힌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번 AACR에서 자체 ADC 플랫폼 'ConjuAll' 기반 차세대 BCMA 표적 ADC 2종(LCB14-2524, LCB14-2516)의 전임상 데이터를 최초 공개한다. 다발성 골수종 치료 타깃이다.

두 후보물질 모두 현재 글로벌 임상 IND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번 AACR 발표를 기점으로 'BioBest 전략 BCMA ADC'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가치를 입증하겠다는 목표다. ADC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리가켐바이오의 파이프라인 확장 속도가 주목된다.

HLB그룹은 미국 자회사 두 곳을 동시에 AACR 무대에 세운다. 먼저 베리스모 테라퓨틱스(Verismo Therapeutics)는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 'SynKIR-110'의 미국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처음 공개한다. 고형암 CAR-T는 혈액암 대비 개발 난도가 높다는 점에서 글로벌 임상 1상 데이터 첫 발표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이정표다. 아울러 엘레바 테라퓨틱스(Elevar Therapeutics)는 미국 FDA 심사 중인 FGFR2 표적 항암제 '리라푸그라티닙(lirafugratinib)'의 비임상 분석 결과를 공개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AACR에 처음 참가해 부스를 운영한다.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이 암 연구 학회에 나선다는 것이 다소 이례적이지만, 전략적 의도는 명확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학회에서 오가노이드 기반 약물 스크리닝 서비스 '삼성 오가노이드(Samsung Organoids)'와 위탁개발(CDO)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다. 단순 생산 수탁에서 나아가,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고객사를 '조기 락인(Lock-in)'하는 전략이다. CDMO에서 CRO(위탁연구)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국내 CDMO 업계에 유리한 외부 환경도 주목된다. 미국 바이오시큐어법(BioSecure Act) 이후 중국 CDMO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발주 전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전략적 기회다. 4월 CPHI Japan과 바이오코리아는 이 수요를 글로벌 수주로 전환하는 핵심 무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 밖에 신라젠은 항암제 'BAL0891' 연구 결과 2건을 포스터 발표로 공개하고, 오름테라퓨틱과 알지노믹스도 각각 포스터 발표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AACR은 단순한 데이터 발표를 넘어 라이선스아웃 협상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특히 ADC와 AI 바이오마커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 수준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니덤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 사이트 모습 (사진=니덤 헬스케어 컨퍼런스 홈페이지 갈무리)




◇봄바람 부는 '글로벌 IR·자본 조달' 총력전



글로벌 증권사 및 헬스케어 투자 콘퍼런스도 연달아 개최된다.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첫인사를 나누며 파트너링의 윤곽을 잡았다면, 4월의 콘퍼런스들은 실제 텀시트(Term Sheet·주요 거래 조건서)가 오가는 실전 무대다. 투자 혹한기라는 위기 탈출을 위한 국내 바이오텍들의 생존 전략이 시험대에 오른다.

미국에서는 14일 뉴욕에서 '니덤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열리며, 15~16일 보스턴에서는 '레이먼드 제임스 바이오파마 콘퍼런스'가 이어진다. 유망 바이오텍과 헬스케어 IT 기업들이 다수 참여해 투자자들의 눈도장을 찍을 예정이다. 20일부터는 '파이퍼 샌들러 스프링 바이오파마 심포지엄'이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화 전략도 눈여겨볼 만하다. 1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랭부이슨 헬스케어 투자 콘퍼런스'는 사모펀드(PE)와 M&A 거시 경제성을 다루는 유럽 최대 투자 행사다. 28일부터 30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씨티 바이오텍 인베스터 콘퍼런스'에는 글로벌 주요 제약사와 대형 투자 기관이 집결한다.

한 국내 증권사 헬스케어 애널리스트는 "바이오 투심이 서서히 회복되는 격변기 속에서, 4월 글로벌 IR 행사는 자본 조달의 중요한 시금석"이라며 "단순한 비전 제시를 넘어 명확한 임상 결과와 상업화 성공 방정식을 제시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코리아 작년 행사 전경 (사진=바이오코리아)




◇안방 '바이오코리아'·일본 'CPHI'…CDMO 수주 및 오픈 이노베이션 정조준



신약 개발과 투자 유치뿐만 아니라, 의약품 제조 및 공급망 확보를 위한 맞대결도 치열하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원료의약품(API) 분야의 파트너링 무대가 일본과 한국에서 연이어 열린다.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는 'CPHI Japan 2026'은 글로벌 공급망 락인(Lock-in)을 위한 세계 최대 규모 순회 박람회의 일본 에디션이다. 이 자리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대형 바이오 기업들의 수주 승부가 펼쳐진다. 글로벌 제약사들을 상대로 K-바이오의 압도적인 생산 능력과 품질 관리 역량을 입증하며 아시아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할 방침이다.

4월의 대미는 안방에서 장식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바이오헬스 산업 교류의 장인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6)'가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바이오 코리아는 국내외 제약사와 벤처, 스타트업 간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주축이 되는 행사다. 전통 제약사와 유망 바이오텍이 만나 파이프라인 도입을 논의하고, 산·학·연이 교류하며 새로운 벤치마킹 모델을 발굴한다. 최근에는 K-제약바이오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듯 해외 기업들의 참가 신청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바이오코리아의 관전 포인트는 '아웃라이선싱의 가속화'다. AACR에서 데이터를 검증받은 국내 기업들이 이 무대에서 글로벌 파트너를 만나 라이선싱 계약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1월 JP모건에서 시작된 파트너링 협상이 바이오코리아에서 결실을 맺는 그림이다.

한 증권사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4월은 K-바이오에게 글로벌 검증의 달이다. 학회에서 데이터를 보여주고, 투자자에게 가치를 설명하고, 파트너링 무대에서 계약을 닫는다. 이 사이클이 하나의 달에 집약됐다는 건, 그만큼 K-바이오가 글로벌 무대에서 빠르게 성숙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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