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는 뜨는데 라디오는 왜?…이상훈 KCA 원장이 라디오에 목숨 건 이유는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06일, 오후 07:19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숏폼과 유튜브가 미디어 생태계를 장악한 시대, 역설적으로 ‘오디오’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팟캐스트 시장은 연평균 27% 성장하며 2030년 약 2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 라디오 시장은 약 2400억원 수준에 머물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상훈 KCA 원장이 지난 3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라디오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플랫폼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이상훈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원장은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빛마루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K팝을 기반으로 한 국내 라디오도 충분히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라디오를 한 데 모아 ‘글로벌 오디오 OTT 플랫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 원장은 “광고는 계속 줄고 있고, 이대로는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게 현실”이라며 “국내 시장은 키워봐야 2배밖에 안되지만, 글로벌로 나가면 10배도 넘게 키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글로벌 음악 플랫폼인 스포티파이는 7억명 이용자 중 1억명 이상이 오디오 팟캐스트를 소비한다. 딜로이트는 올해 전 세계 팟캐스트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한 약 6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원장은 한국 라디오가 K팝을 앞세워 글로벌에 진출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원장은 최근 라트비아에서 열린 ‘라디오데이스 유럽 2026’ 박람회에 참가해 그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해외에서 K팝에 대한 인기는 어마어마하고, 자막도 더빙도 필요 없다”며 K팝 기반의 오디오 플랫폼이 팟캐스트처럼 해외에서 통할 것이라고 봤다.

이 원장은 작년 12월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를 직접 꺼냈다. 그는 “업무보고 때 ‘라디오는 너무 힘들기 때문에 살려야 된다’라고 말했고, 이 대통령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KCA는 작년 업무보고 전부터 KBS·SBS·MBC·EBS·CBS 5개 라디오 운영사와 작년 총 7~8차례 회의를 거쳐 공감대를 모았고, 올해는 본격적인 플랫폼화 추진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도 통합 앱 시도는 있었지만 지분·수익 배분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에 올해는 정부 예산 지원 없이 KCA 자체 예산 3억3000만원을 먼저 투입해 프로토타입 개발을 추진 중이다.

그는 ”티빙·웨이브 합병 같은 무거운 모델이 아니라, 라디오만의 독자적이고 빠른 길을 가는 것“이라며 ”올해 토대를 다진 뒤 내년 정부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플랫폼 구조는 두 가지 방향을 놓고 검토 중이다. 영국의 ‘라디오플레이어’와 손잡는 방식과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라디오플레이어는 이미 20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상훈 KCA 원장이 지난달 라트비아에서 열린 '라디오데이스 유럽 2026'에 참가해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KCA)
특히 이 원장이 그리는 라디오의 미래는 ‘자동차’에 있다. 라디오 청취의 약 80%가 차량 내에서 이뤄지는 만큼, 글로벌 완성차의 인앱(In-App) 플랫폼에 진입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영국의 라디오플레이어가 협업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며 ”국내 사업자들과 논의해 자체 플랫폼으로 갈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 송출을 넘어 ‘데이터 주권’ 확보에 있다. 기존 안테나 기반 라디오는 청취자를 파악할 수 없는 단방향 구조였지만, 인터넷 기반 플랫폼에서는 연령, 성별, 지역 등 청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올리브영 같은 브랜드가 10대 타깃 광고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며 ”라디오도 데이터 기반이 되면 광고주에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달라지고, 광고 시장 역시 다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는 라디오를 넘어 TV로도 확장되고 있다. IPTV 3사와 케이블TV 사업자들과 협력해 셋톱박스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개인화된 시청률을 검증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공공 검증 기관으로서 KCA가 역할을 맡아 광고 생태계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KCA는 실무적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이라며 ”정책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주도하더라도,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산업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