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값에 로봇 한 대?…기계연 "휴머노이드 상용화, 올해가 임계점"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08일, 오후 04:42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이 연구실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과 가정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업적 임계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2026년을 기점으로 로봇이 돈을 버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한국에 주어진 ‘골든타임’은 향후 5년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AI 생성 이미지
8일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은 ‘기계기술정책’ 제122호를 통해 2026년을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원년으로 선포했다. 인공지능(AI)이 물리적 신체를 얻는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단순한 기술 과시용 데모를 넘어 제한적이지만 실질적인 상업 실증이 시작되는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2026년은 상용화 원년”…J자형 급성장 가속화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전망을 인용해 휴머노이드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예고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8000대 수준이던 휴머노이드 판매량이 2030년 13.6만대를 거쳐 2035년 210 대로 급증하는 ‘J형 가속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강력한 동력은 가격 파괴다. 대량 생산과 설계 최적화가 이뤄지면서 현재 대당 3.5만 달러 수준인 제조원가는 5년 내 1.3~1.7만 달러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중고차 한 대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다. 실제로 중국 유니트리는 이미 5900달러(약 800만원)짜리 모델을 선보이며 가격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비용이 20% 가까이 하락한다는 ‘라이트의 법칙’이 로봇 산업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주요국(미·중·일·한·유럽) 휴머노이드 경쟁력 비교 그래프. (한국기계연구원 제공)
◇미국·중국 틈바구니 속 한국의 위치

글로벌 경쟁 지형은 냉혹하다. 미국은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필두로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반도체 설계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고, 중국은 140여 개 기업이 양산 경쟁에 뛰어들어 2025년 신규 모델의 70%를 점유하는 등 시장을 장악 중이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통신 등 하드웨어 인프라에서는 강점이 뚜렷하지만, 핵심인 AI 소프트웨어와 전용 부품 공급망이 취약하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가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통해 2028년까지 연 3만 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짓고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투자하며 추격에 나섰지만,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2030년까지가 골든타임…‘투트랙’으로 승부해야

기계연은 한국이 로봇 패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투트랙(Two-Track)’ 접근법을 제안했다. 제조 강국의 이점을 살려 액추에이터와 제어 시스템 등 핵심 부품을 내재화하는 동시에, 오픈AI나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와 손잡고 AI 모델 격차를 단숨에 좁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나 자동차 제조 공정처럼 한국이 잘하는 ‘수직 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기계연 역시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총 2208억 원 규모의 ‘자율성장 AI 휴머노이드 전략연구단’을 통해 한국형 휴머노이드 브레인(K-HB)과 표준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2027년에는 자체 개발 로봇 ‘카이로스(KAIROS)’ 버전 1을, 2030년에는 고도화된 버전 2를 선보일 계획이다.

김희태 기계연 기계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단순한 기술 과시용 데모는 끝났고, 이제는 실제로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돈을 벌어다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30년까지가 기술·시장 패권이 결정되는 골든타임으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지렛대 삼아 핵심부품 국산화와 AI 기술 흡수를 통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로봇 경제로 극복하는 전략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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