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ICBM 전용 가능?”…결론은 ‘사실상 불가’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08일, 오후 07:15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나 미·이란 간 군사 충돌처럼 미사일 위협이 부각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일부 물리적 원리는 공유하지만, 실제 무기화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누리호는 액체연료 기반 우주발사체인 반면, ICBM은 고체연료 또는 상온 저장이 가능한 연료를 사용하는 등 추진제 체계부터 다르다. 여기에 대기권 재진입 기술 부재까지 겹치면서 구조와 설계 목적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누리호를 군사용 무기로 활용하는 것은 기술적·운용적 측면에서 현실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누리호 발사 장면.(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ICBM 전환 어려운 이유…극저온 연료가 가른 ‘즉시 발사’ 한계

국산 로켓 누리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독자 개발한 3단형 액체연료 발사체다. 추진제로는 케로신(연료)과 액체산소(산화제)를 사용하며, 총 중량 약 200톤 가운데 연료 56.5톤, 산화제 126톤이 탑재된다. 전체 중량의 90% 이상이 추진제로 구성되는 전형적인 액체로켓 구조다.

핵심적인 차이는 연료의 성격에 있다. 누리호는 저장성이 높은 연료가 아니라 케로신·액체산소 기반의 극저온 추진제를 사용한다. 액체산소는 영하 183도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발사 전 탱크를 충분히 냉각한 뒤 충전해야 한다. 이 과정에만 하루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발사가 필요한 운용 방식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주로 고체연료 또는 상온에서 장기간 저장이 가능한 액체연료(UDMH·N₂O₄ 등)를 사용한다. 이들 연료는 신속한 점화와 즉각 발사가 가능해 군사적 운용에 유리하다. 다만 독성이 강하고 환경 부담이 커 민간 우주발사체에서는 점차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박재성 우주항공청 우주수송부문장은 “러시아와 중국 등 일부 국가는 유독성 액체연료를 상온에서 저장한 뒤 충전 즉시 발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며 “누리호는 상온 장기 보관이 가능한 추진제가 아니어서 액체산소를 미리 주입한 채 대기할 수 없고, 발사 전 별도의 충전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즉각 발사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군사용 무기로 전환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위성은 올리고 탄두는 못 내린다”…누리호·ICBM, 설계 철학부터 다르다



사용 목적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ICBM은 사거리 확보와 목표 타격에 최적화된 무기체계로, 특히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핵심이다. 고고도에서 낙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열과 충격을 견디기 위해 내열·내압 구조가 필수적이며, 동시에 정밀 유도 기술을 통해 탄두를 목표 지점에 정확히 도달시켜야 한다.

반면 누리호는 전혀 다른 설계 철학을 따른다. 1단(75톤급 엔진 4기 클러스터링)은 대기권 돌파, 2단(75톤급 엔진 1기)은 고도 상승, 3단(7톤급 엔진 1기)은 위성을 정밀 궤도에 투입하는 역할을 맡는다. 즉 누리호는 ‘탑재체(인공위성)’를 목표 궤도에 안전하고 정확하게 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목표 지점 타격을 목적으로 하는 미사일과는 근본적으로 설계 개념이 다르다.

실제로 누리호는 지난해 11월 27일 발사를 통해 차세대중형위성 3호(주탑재 위성)와 12기의 큐브위성을 고도 약 600km 태양동기궤도(SSO)에 성공적으로 분리·안착시키며 발사체로서의 임무를 입증했다.

가정적으로 누리호에 탄두를 탑재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크다.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과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내열 구조가 없어 탄두가 소실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연료 충전에 수십 분에서 수시간이 소요되는 운용 특성상 발사 준비 과정에서 선제 타격에 노출될 위험도 커 군사적 실용성은 크게 떨어진다.

조상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누리호는 신속한 발사가 어렵다는 점에서 무기체계로는 부적합하다”며 “일반 발사체는 궤도 진입으로 임무가 종료되지만, ICBM은 고도 상승 이후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공기 압축으로 표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내열·내압 기술과 정밀한 자세 제어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유도 방식에서도 차이는 크다. 누리호는 위성을 목표 궤도에 정확히 투입하기 위해 속도와 궤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ICBM은 요격 회피 능력이 핵심이다. 패트리엇 등 방공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궤도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기동 유도, 다수의 탄두를 분리해 타격 범위를 넓히는 MIRV(다중탄두 재진입체) 기술 등이 적용된다.

조 책임연구원은 “ICBM은 요격을 회피하기 위해 궤도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기동과 유도 기술을 갖춘다”며 “탄두 분리나 기동 능력 등은 누리호와 구조·설계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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