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英 데이터센터 보류…전력·규제 ‘이중 장벽’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12일, 오전 08:0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오픈AI가 영국에서 추진하던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보류하면서,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에서 전력 비용과 규제 환경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유사한 과제가 한국에서도 반복되며 정책 대응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영국 내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UK(Stargate UK)’를 잠정 보류했다. 높은 에너지 비용과 규제 불확실성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로이터통신은 오픈AI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인프라 투자가 가능한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프로젝트를 보류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철회가 아닌 조건부 중단으로, 향후 여건이 개선될 경우 재개 가능성은 남겨둔 상태다.

해당 프로젝트는 오픈AI의 글로벌 AI 인프라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엔비디아 및 영국 AI 인프라 기업과 협력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이었다. 초기에는 약 8000개의 고성능 GPU 도입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국의 높은 산업용 전력 가격과 전력망 연결 지연, 정책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았다.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 데이터센터 특성상 전력 비용은 전체 운영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왼쪽부터 샘 알트만 오픈AI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그렉 브록만 오픈AI 사장. (사진=Greg Brockman X)
이 같은 상황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추진되고 있지만, 전력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9일 전체회의에서 AIDC 특별법을 상정했지만, 정족수 미달로 처리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지각과 국민의힘 의원 퇴장,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의 출장,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불참 등이 겹치며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앞서 해당 법안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6개 법안을 병합한 형태로, 지난 3월 24일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바 있다. 주요 발의자로는 더불어민주당 한민수·정동영·황정아·조인철 의원,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 등이 참여했다.

법안의 핵심 역시 ‘전력’이다.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40~60%를 차지하는 전력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업이 전력을 직접 조달할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PPA) 특례 도입이 포함됐다. 여기에 인허가 절차 간소화, 입지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도 담겼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AIDC의 핵심은 전력 문제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며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의 목소리를 국회에 전달해 전력구매계약 특례까지 수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안 통과 시 국내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등 인센티브는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오픈AI 사례를 계기로 “AI 경쟁은 결국 전력과 규제의 싸움”이라는 인식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조차 인프라 투자를 보류하는 상황에서, 각국의 정책 대응 속도와 실행력이 AI 패권 경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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