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AX 관심 높아졌지만…日 '아날로그' 감성 여전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12일, 오후 08:47

[도쿄(일본)=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일본 내 AX(인공지능 전환)에 대한 수요는 분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실제 서비스 완성도와 활용 수준은 기대와 달리 아직 ‘태동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었다.

8일부터 10일까지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재팬 IT 위크’ 현장. AI 전시관은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린 공간 중 하나로, 일본 기업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각 기업들은 대형 부스를 꾸리고 자사 AI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소개했지만, 체감된 기술 수준은 다소 간극이 있었다.

8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일본 최대 IT전시회 ‘재팬 IT 위크’ 행사의 기버리(Givery) 부스에 관람객이 AI 솔루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안유리 기자)
현장에서 접한 다수의 서비스는 생성형 AI 붐 초기 단계, 이른바 ‘GPT 3.0 감성’에 가까운 기능 중심 제품들이었다. AI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구현은 음성 인식, 번역, 요약 등 기존 기능을 묶어놓은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AI 도입”이라는 메시지는 강했지만, 글로벌 AI 트렌드와 비교하면 혁신성 측면에서는 고개가 갸웃해지는 장면도 곳곳에서 보였다.

대표 사례로 기버리(Givery)는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카드형 AI 통번역 기기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음성을 녹음해 번역하고, 회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주요 논점과 할 일을 자동 추출하는 기능을 강조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TV 광고와 택시 광고까지 진행되며 적극적인 시장 확산에 나선 모습이었다.

4월 6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한 Givery Ai의 법인용 AI 레코더. (사진=Givery)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링형태의 AI 번역기 'TeweekAI X10'
이와 유사하게 스마트폰 후면에 부착하는 링 형태의 번역기 ‘TeweekAI X10’도 눈에 띄었다. 버튼을 누르면 AI 통역이 실행되는 구조로, 휴대성과 직관성을 강조한 제품이다. 다만 이러한 접근은 기능 자체보다 ‘디바이스’에 중심을 둔 설계라는 점에서 글로벌 흐름과는 차이를 보였다.

이 두 기기는 휴대성을 강조했지만, 글로벌 AI 서비스의 방향성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하나의 거대언어모델(LLM)과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앱 하나만 까면 될 서비스를 별도의 전용 하드웨어를 통해 구현하는, 이른바 ‘아날로그 감성’의 기기 중심 접근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8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일본 최대 IT전시회 ‘재팬 IT 위크’ 행사 AI 부스에 사람이 붐비고 있는 가운데, AI 면접 솔루션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안유리 기자)
AI 활용 사례에서도 유사한 온도차는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AI가 지원자의 면접을 진행하거나 역량을 평가하는 솔루션이 혁신 사례처럼 소개됐지만, 이미 한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상용화된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별 AI 활용 격차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AI 이코노미 인스티튜트가 발표한 ‘2025 AI 확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사용률은 30.7%로 세계 18위를 기록한 반면, 일본은 19.1%에 머물렀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기업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GPU 인프라 등 기반 기술을 확보한 한국 기업들에게는 일본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시장으로 기대된다.

재팬IT위크 현장을 찾은 이한범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장은 한국 기자들을 만나 격세지감의 소회를 전했다. 그는 “옛날에 방송통신 장비 글로벌 전시를 나가면 소니, 후지쯔 같은 일본기업이 우리보다 앞서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 반도체, AI 시대가 왔고 일본이 늦어졌다”면서 “협회사 12개사를 포함해 총 43개사가 이번에 전시를 꾸렸는데 우리 기업의 개척 정신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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