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약개발사업단 2단계 진입…"K바이오, 로슈·노보처럼 도약 가능"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16일, 오후 02:42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인구와 면적이 우리나라의 5분의1 정도 되는 스위스의 로슈, 노바티스와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가 얼마나 (신약 개발을) 잘 하나. 우리나라도 충분히 빠른 시간 안에 신약개발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김새미 기자)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단장은 KDDF 출범 5주년을 맞아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단계’ 전환을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간 신약 연구개발(R&D) 과제 확대에 집중했다면 이제 글로벌 승인,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 등 상용화 성과를 내는데 무게를 싣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박 단장은 "신약개발은 과거에는 마라톤으로 비유됐지만 이제는 110m 허들에 가깝다고 본다"며 "허들을 미리 예측하고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더욱 속도를 내고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1년 사업을 개시한 KDDF는 성공적인 1단계를 완수했다고 자평했다. KDDF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달성할 임무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유럽의약품청(EMA) 허가 신약 4종 달성 △글로벌 매출 1조원 이상 신약 1종 등을 제시했다.

KDDF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은 총 2162개로 집계됐다. 10여 년 전 약 1000개 수준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적지 않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다만 대부분이 초기 단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로 개발 단계별로 보면 디스커버리 39%, 비임상 35%로 전체의 70% 이상이 초기 단계에 몰려 있다. 임상 2·3상은 9%, 허가 단계는 2% 수준에 그친다. KDDF 역시 지원 과제의 67%를 디스커버리 단계에 배분해왔다.

반면 국내는 여전히 초기 파이프라인 비중이 높아 ‘기술이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KDDF는 2021~2025년 총 553개 과제를 지원해 기술이전 50건,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72건, 신약 승인 3건 등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전체 파이프라인 대비 실제 상업화로 이어지는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사업단은 이러한 구조를 ‘2단계 전략’을 통해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2단계 전략의 핵심은 △임상 단계 과제 비중 확대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 집중 지원 △글로벌 공동개발·사업화 강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활성화 등이다.

특히 임상 단계 지원 강화가 핵심 축이다. KDDF는 현재 임상 과제의 민간 부담 비율(50%)을 비임상 수준(25%)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바이오벤처의 임상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김순남 KDDF R&D본부장은 "정부에서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경우 2027년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글로벌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초기 연구보다 임상 2상 이후 ‘후기·고가치 자산’ 확보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신약 승인까지 가려면 후기 임상 과제가 많아져야 하지만 국내 바이오벤처가 임상 3상까지 자체적으로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글로벌 공동개발이나 파트너링을 통해 이를 보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후기 임상 지원은 약하지 않냐는 지적에 김 본부장은 “KDDF에서도 임상 2b상까지는 지원이 가능하다”며 “후기 임상 단계에서는 외부 투자를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펀드를 연결해주는 식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AI 신약개발도 주요한 축으로 부상했다. KDDF는 올해부터 'AI 신약개발 과제 지원'을 신설하고 AI 활용 과제에 대한 맞춤형 평가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다. 과제 선정 기준은 AI 기술력보다는 AI가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을 얼마나 높이는지에 방점을 뒀다.

김 본부장은 "(KDDF는) 2단계 사업을 통해 벤처기업의 임상 완주와 글로벌 시장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이라는 최종 임무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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