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팩토리’ 쓰리빌리언 vs ‘케미버스’ 파로스아이바이오, AI신약 비교해보니[용호상박 K바이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17일, 오전 08:11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신약개발 기업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실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1세대 기업 다수가 사라졌고 글로벌 빅파마들은 자체 AI신약 플랫폼 개발에 한창이다.

그럼에도 일부 기술력이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빅딜을 성사시키고 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홍콩 상장 AI 신약개발 전문기업 인실리코 메디슨(인실리코)과 약 4조원 규모의 연구개발(R&D)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AI 신약 개발 강자 크리스탈파이도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도브트리 메디신스과 약 8조2000억원 규모의 AI 기반 신약 개발 계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도 조용히 성과를 내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는 AI신약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상장사이자 희귀질환을 타깃하는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쓰리빌리언(394800)과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의 경쟁력을 분석해봤다.

쓰리빌리언 AI신약개발 플랫폼 설명 내용 (자료=쓰리빌리언)




◇쓰리빌리언, AI신약개발 사업 출격...'방대한 데이터'로 승부수

쓰리빌리언은 원래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 회사로 알려졌다. 쓰리빌리언은 창업 이후 8000여 종의 희귀 유전질환을 대상으로 전장유전체(WGS)·엑솜(WES)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쓰리빌리언은 그 과정에서 10만건 이상의 실환자 유전체·임상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 데이터 자산이 신약개발로의 피벗(Pivot)을 가능하게 했다.

신약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관문 중 하나로 유효 타깃을 찾는 일이 꼽힌다. 임상 실패의 상당수가 잘못된 타깃 설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AI신약개발업계 공통의 인식이다.

쓰리빌리언은 이 문제를 '데이터로 이미 검증된 타깃만 쓰겠다'는 방식으로 풀어간다. 유전진단 과정에서 확보한 환자 데이터는 질병과 변이 사이의 인과관계(Causality)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 쓰리빌리언은 공공 데이터베이스가 아닌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확보한 리얼 월드 데이터로 승부하고 있다.

쓰리빌리언의 타깃 발굴 엔진인 SAGE(Searching for Actionable target with Genomic Evidence)의 핵심 철학은 단순하다. 공개된 데이터베이스에서 타깃을 검색하는 대신 실제 환자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치료 경로를 정의한다는 것이다.

쓰리빌리언은 이상 시그널 탐지 기법을 생물학에 접목한 독자 알고리즘을 통해 기존 화학 중심 AI로 접근이 어려웠던 생물학적 인과관계를 규명한다. 특히 쓰리빌리언은 질병을 유발하는 변이뿐만 아니라 증상을 완화하는 모디파이어 유전자의 기전까지 분석해 우리 몸이 가진 자연적 증상 완화 기전을 모방한 신약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기존 구조 생물학적 접근으로 한계에 부딪혔던 언드러거블 타깃도 이 플랫폼의 사정권에 있다. AI 기반 유전변이 해석을 통해 단백질 내 숨겨진 활성 부위인 크립틱 포켓을 정밀 타격한다.

쓰리빌리언은 상위 5개 포켓 내 적중률이 91%에 달한다고 밝혔다. 타깃이 정의된 후 후보물질을 설계하는 것은 MIN-T(Molecules Inventing Network for Target binding) 플랫폼이 담당한다. MIN-T는 Docking, QSAR(정량적 구조-활성 관계), 강화학습 세 가지 방법론을 융합한다.

MIN-T는 구매 가능한 10만여 종의 초기 물질을 재료로 100여 가지 합성 방법을 조합해 구조적으로 다양한 화합물을 설계한다. MIN-T는 의약화학자 검토 결과 95% 이상의 합성 가능성을 판정받았다. MIN-T는 신규 타깃에서도 30% 이상의 유효 물질 적중률(Hit rate)을 확보했다.

쓰리빌리언은 기존 약물의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특정 변이가 기능 획득형(GoF) 또는 기능 상실형(LoF)으로 규명되면 기존 저해제의 처방 근거로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범위를 실질적으로 확장한다. 이는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단축하는 핵심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쓰리빌리언 관계자는 "희귀질환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환자 전장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약물이 표적해야 할 단백질이 무엇인지 또 이를 위해 어떤 신약 후보물질이 필요한지 효과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 임상 현황 (자료=파로스아이바이오)




◇파로스아이바이오, 1상에서 성과 도출...2상 전망은

이와 다르게 파로스아이바이오의 핵심 플랫폼 케미버스는 'Best Target & Best Chemical'을 목표로 설계된 통합 AI신약개발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타깃 탐색 △히트·리드 도출 △후보물질 최적화 △독성·약효 예측 △적응증 확장까지 신약개발 전 단계를 9~10개 이상의 독립 모듈로 커버하는 풀스택 구조로 구성됐다.

플랫폼의 심장부는 트랜스포머 기반 분자 생성·예측 엔진 켐젠과 대형 언어모델(LLM) 기반 딥리콤 AI 엔진이다. 60억 개 이상의 화합물·바이오 데이터가 축적된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각 모듈이 △설계 △예측 △검증 사이클을 빠르게 반복한다. 퍼블릭 데이터베이스에 크게 의존하는 경쟁 플랫폼과의 차별점이 여기에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멀티오믹스 데이터와 AI를 융합해 질환 타깃을 찾고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발굴하는 전략도 구사한다. 유전체 분석 기업 지니너스 등과의 양해각서(MOU)를 통해 '유전체 기반 바이오마커 발굴 → 케미버스로 후보물질 선별·약효 평가 → 공동 개발'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임상 성과가 꼽힌다. 케미버스를 통해 설계된 첫 번째 대표 후보물질 'PHI-101(라스모티닙)'이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PHI-101은 차세대 표적항암제로 FLT3 변이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을 표적한다.

결과를 보면 기존 FLT3 저해제를 포함해 여러 차례 치료를 받은 고난이도 환자가 다수 포함됐음에도 평가 가능한 환자의 50%에서 종합완전관해(CRR)가 확인됐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67%를 기록했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도널드 스몰 교수 연구팀과 혈장 억제 분석(PIA)을 진행한 결과, 임상 1b상 환자의 97.4%에서 FLT3 활성이 85% 이상 억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미국·호주·국내에서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임상 2상 결과에 따라 조건부 품목 허가를 통한 조기 상용화도 추진한다.

임상 2상은 1상보다 훨씬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을 검증해야 하는 단계로 여겨진다. 재발·불응성 AML 시장에서 기존 FLT3 저해제인 길테리티닙(조스파타)의 한계를 얼마나 뛰어넘을 수 있는지가 핵심 평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PHI-101을 AML에만 묶어두지 않는다. 케미버스의 멀티오믹스·작용 기전 분석 기능을 활용해 난소암(Ovarian Cancer, CHK2 표적), 삼중음성유방암, 방사선 민감제 등 다양한 고형암 적응증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PHI-101-AML 1상의 성과는 기존 치료제의 약효를 기대할 수 없는 AML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자사가 보유한 신약 개발 역량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기존 AML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한 혁신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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