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지난 7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보로노이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새미 기자)
◇자체 개발 택한 'VRN11'…데이터 자신감 근거는?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최근 인천 송도에 위치한 보로노이 본사에서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데이터로 증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VRN11의 데이터 우수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의 자신감은 결국 데이터에서 나온다. 그는 “단순히 시험관(in vitro)에서 강한 것이 아니라 실제 환자 몸 안에서 타깃을 얼마나 강하게 억제하느냐가 중요하다”며 “VRN11은 그 부분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VRN11의 타깃 인게이지먼트(Target Engagement)를 핵심 지표로 제시했다. 이는 혈중 최저 유리 약물 농도를 암세포 성장 억제 농도(GI50)로 나눈 값으로 무진행생존기간(PFS)과 높은 상관관계(R²>0.9)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약물과 비교하면 VRN11의 위치는 더욱 뚜렷해진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1세대 EGFR 저해제는 타깃 인게이지먼트 7~9배 수준에서 PFS 약 10개월, 3세대 표준 치료제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는 약 16배에서 18개월 수준의 PFS를 기록했다.
반면 VRN11은 320㎎ 기준 타그리소 대비 4배 이상의 타깃 인게이지먼트를 보였다. 480㎎까지 용량을 올릴 경우 그 격차는 6~7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김 대표는 “타깃 인게이지먼트는 실제 환자 체내에서 약물이 얼마나 강하게 지속적으로 타깃을 억제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VRN11은 최저 농도에서도 억제가 유지돼 암세포가 다시 활성화될 틈을 주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안전성 역시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타그리소는 허가 용량(80㎎)에서 3등급 이상 부작용 발생률이 30% 이상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VRN11은 480㎎까지 증량했음에도 약 7% 수준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그는 “EGFR 활성 돌연변이에 대한 선택성이 100배 이상 높아 오프타깃 독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간질성 폐질환(ILD), 심장 독성, 빈혈 등 주요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했다.
뇌 투과성(CNS penetration)도 차별화 포인트로 꼽았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상당수가 치료 과정에서 뇌 전이를 경험하는 만큼 CNS 도달 능력은 중요한 경쟁 요소로 여겨진다. 김 대표는 “타그리소의 뇌 투과율이 약 20% 수준이라면 VRN11은 환자 뇌척수액 분석에서 혈중 대비 약 200% 수준의 농도가 확인됐다”며 “CNS에서의 억제력은 훨씬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데이터는 아직 초기 임상 단계에서 도출된 결과이다. 환자 수가 제한적이고 관찰 기간이 짧은 만큼 추가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차 폐암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표준 치료제와 비교 임상이 필수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초기 효능 지표만으로 경쟁력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데이터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그는 “수치가 워낙 좋다 보니 데이터를 손본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었다”며 “임상 데이터는 개별 의료진과 임상시험수탁기관(CRO)를 통해 관리되기 때문에 임의로 손을 댈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이어 “글로벌 학회에 데이터를 제출하는 것도 제대로 검증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보로노이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 글로벌 학회를 통해 데이터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AACR은 오는 17일(현지시간)부터 22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ASCO는 내달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다.
김 대표는 “AACR에서는 S797S 내성 돌연변이 환자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공개할 예정”이라며 “환자 수를 늘려 재현성을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ASCO에서는 뇌 투과성, 뇌 전이 환자 질병통제율(DCR), 고용량 안전성 프로파일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차 폐암치료제 시장 겨냥·자체 개발 '승부수'
VRN11의 개발 전략도 확장됐다. 보로노이는 VRN11을 3차 이상 후기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가속승인)을 추진하는 한편 별도로 1차 치료제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에는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군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더 넓은 환자군으로 확장할 근거가 마련됐다”며 “연내 1차 치료제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만에서 1b/2상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 IND도 하반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 전략이 변화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보로노이는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조기 기술이전 모델을 유지해왔지만 VRN11에 대해서는 자체 개발을 선택했다. 김 대표는 “초기에는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라이선스 아웃 전략을 택했지만 VRN11은 인체 대상 개념검증(Human PoC) 데이터를 확보한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면서 VRN11 전략 변경에 대한 배경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술이전이 어려워 방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데이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라며 “지금 단계에서 넘기면 제값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한 뒤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보로노이가 지난해 일라이 릴리 글로벌 임상개발부문 부사장보 출신 인 장(Yin Zhang) 박사를 최고의료책임자(CMO)로 영입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임상 경험을 갖춘 인재가 직접 파이프라인을 검토한 뒤 합류했다”며 “임상개발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국 VRN11의 가치는 향후 공개될 임상 데이터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초기 데이터에서 확인된 타깃 억제력과 약물 지속성, 뇌 투과율 등이 확대된 환자군에서도 재현될 경우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신약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대표는 “올해가 VRN11의 가치를 시장에 제대로 보여주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