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 장착한 크롬, AI탭으로 맞서는 네이버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22일, 오전 05:45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구글이 전 세계 점유율 1위 웹 브라우저 ‘크롬’에 자사 최신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전격 탑재하면서 브라우저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AI 대중화의 핵심이 ‘별도 앱 실행’이 아니라, 사용자가 가장 오래 머무는 브라우저 안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웹 검색, 문서 작성, 정보 탐색 등 일상적인 디지털 활동이 브라우저 내부에서 즉시 AI 지원을 받는 구조로 바뀌면서, AI 활용 장벽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 배경이다.

사용자가 웹페이지와 여러 탭을 오가며 하던 작업을 브라우저 안에서 직접 처리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한 정보 탐색 도구였던 브라우저가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개인 비서’로 진화하면서, 국내 검색 시장 1위 네이버(NAVER(035420))도 ‘AI탭’ 신설이라는 승부수로 정면 대응에 나선다.

'제미나이 인 크롬'은 브라우저 우측 상단의 '제미나이에게 물어보기(Ask Gemini)' 아이콘을 실행하면 된다.(사진=구글코리아)
◇요약부터 쇼핑 비교까지…‘제미나이 인 크롬’의 공습

구글이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3.1’을 크롬 브라우저에 통합한 ‘제미나이 인 크롬’을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확대 출시한다고 21일 밝혔다. 해당 기능은 데스크톱과 iOS 환경에서 우선 제공되며, 안드로이드에서는 앱 사용 중에도 제미나이를 즉시 호출할 수 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크롬 브라우저 우측 상단의 ‘제미나이에게 물어보기(Ask Gemini)’ 버튼을 클릭하면 측면 패널이 활성화된다. 화면 전환 없이 현재 보고 있는 긴 학술 논문을 즉시 요약하거나, 여러 쇼핑 탭을 열어둔 상태에서 “열려 있는 제품들의 가격과 사양을 표로 비교해줘”라고 입력하면 AI가 바로 결과를 제공한다.

핵심은 브라우저가 현재 보고 있는 웹 페이지의 맥락을 실시간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기존 방문 기록까지 연결해 정보를 종합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여러 탭을 오가며 일일이 비교·정리할 필요가 줄어든다.

샤메인 드실바 구글 크롬 제품 총괄은 온라인 설명회에서 “기존에는 20여 개 탭을 오가며 20분 이상 걸리던 작업을 몇 분 안에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유능한 비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능은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와 영상까지 확장된다. 멀티모달 AI를 통해 별도 설명이 없는 뉴스 사진도 인물, 장소, 상황 맥락을 분석해 설명해주며, 유튜브 영상 역시 전체를 시청하지 않고 핵심만 요약해 원하는 구간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이미지 생성 AI 모델 ‘나노바나나 2’가 결합돼 브라우저 안에서 즉석 시안 제작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 사이트에서 가구 이미지를 보며 “이 거실을 보헤미안 스타일로 바꿔줘”라고 요청하면 AI가 시각화된 결과를 바로 제시한다. 이렇게 생성된 정보는 지메일, 캘린더, 구글맵 등 구글 생태계 서비스와 연동돼 작업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제미나이 인 크롬에서 우측 상단 '제미나이에게 물어보기' 아이콘을 눌러 웹상에서 보고 있는 유튜브 화면 내용을 요약할 수 있다.(영상=구글코리아)
◇구글의 AI 생태계 ‘록인’ 전략

구글의 크롬 기반 AI 강화 전략은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록인(lock-in) 효과’ 강화와 맞닿아 있다. 최근 미국 법원이 반독점 소송에서 크롬 강제 매각 요구를 기각한 직후, 구글이 제미나이를 중심으로 한 AI 기능을 핵심 서비스 전반에 빠르게 통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규제 결과가 오히려 브라우저 기반 AI 생태계 확장의 기회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픈AI, 앤트로픽, 퍼플렉시티 등 신흥 AI 기업들도 독자적인 검색·브라우저 서비스를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약 65%를 차지하는 크롬이 AI 허브로 자리잡을 경우, 사용자의 정보 탐색 방식이 기존처럼 포털에 접속해 검색하는 구조에서 브라우저 내 AI와 직접 대화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샤메인 드실바 구글 크롬 제품 총괄은 “AI는 검색 시장의 확장을 이끌고 있다”며 “사용자들이 더 복잡한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검색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미나이 인 크롬에서 우측 상단 '제미나이에게 물어보기' 아이콘을 눌러 해당 거실에 잘 어울리는 모던한 가구를 배치해달라고 요청하면 나노 바나나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영상=구글코리아)
◇네이버, ‘실행형 에이전트’와 ‘고품질 데이터’로 승부

구글의 공세에 맞서 네이버는 ‘한국어 특화 데이터’와 ‘서비스 실행력’을 앞세워 대응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2분기 내 ‘AI탭’ 베타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며, 지난 17일부터는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용성 테스트(CBT)에 돌입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네이버 검색창 메뉴에 뉴스, 블로그 등과 함께 배치될 ‘AI탭’은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서비스’를 지향한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와의 차별화를 위해 고품질 데이터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EBS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학습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여 AI의 대표적 한계인 ‘환각(할루시네이션)’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올해 초 김광현 최고데이터·콘텐츠책임자(CDO)를 선임해 데이터 자산 관리 체계를 강화한 점도 같은 흐름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모델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는 국면에서는 결국 정제된 ‘AI 레디 데이터’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며 “국내 사용자에게 가장 신뢰받는 콘텐츠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는 63.8%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구글은 28.7%로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여기에 윈도우 운영체제와 결합된 마이크로소프트(MS) 엣지의 ‘코파일럿’과 구글 크롬의 ‘제미나이’ 통합이 본격화되면서 네이버를 향한 압박도 커지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향후 AI탭 성과를 기반으로 자사 브라우저 ‘웨일’에 AI 기능을 결합한 ‘웨일 AI 브라우저’를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IT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정보 주권에 대한 인식이 높은 시장인 만큼 글로벌 AI 기업들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며 “범용성을 앞세운 구글과 로컬 데이터 기반의 네이버 중 누가 사용자 일상에 먼저 깊이 들어가느냐가 향후 검색 주도권을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 포털 메인 화면에 'AI 탭'이 배치된 가상 이미지(사진=AI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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