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좌측 넷째) 네이버 대표, 김유원(좌측 다섯째)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오스카 로페스 스페인 디지털전환공공기능부 장관과 만나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주스페인한국대사관)
22일 IT업계에 따르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오스카 로페스 디지털전환공공기능부 장관과 AI 담당 차관을 만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소버린 AI 구축과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공공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로페스 장관은 “안전하고 윤리적이며 공동선을 지향하는 AI를 네이버와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며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착한 AI(AI for Good)’ 의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3일에는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스페인 과학혁신대학부 후안 시구도사 차관과 만나 데이터 주권 확보와 개인정보 보호를 중심으로 공동 연구개발(R&D)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네이버의 스페인 전략은 ‘투트랙’으로 요약된다. 왈라팝을 기반으로 한 B2C 사업 확장과, 정부·기업을 대상으로 한 AI·클라우드 인프라 수출(B2G·B2B)을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다.
네이버는 지난 1월 약 9029억원을 투입해 스페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 지분 100%를 확보하며 완전 인수를 마쳤다. 월간 활성이용자(MAU) 1500만명 이상을 보유한 왈라팝은 이탈리아와 포르투갈로 사업을 확장한 남유럽 최대 C2C 플랫폼으로, 네이버는 이를 통해 현지 이용자 기반과 테스트베드 환경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번 유럽 확장 전략은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역할도 컸다는 평가다. 한 장관은 재직 시절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을 인수해 네이버랩스유럽으로 성장시켰고, 왈라팝 초기 투자 등을 주도하며 유럽 시장 기반을 다져왔다.
김유원(우측 넷째)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후안 시구도사(우측 다섯째) 스페인 과학혁신대학부 차관과 만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주스페인한국대사관)
네이버의 소버린 AI 전략은 미·중 AI 경쟁시대에 유럽연합(EU)의 현실적 대안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스페인 외에 프랑스도 네이버가 전략적으로 공들이는 지역이다.
최 대표는 지난 3일 국빈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갖고 AI·클라우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프랑스는 미스트랄 AI를 중심으로 역내 자국형 AI 생태계 구축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에 네이버와 다방면에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최 대표가 스웨덴 스포티파이 본사를 직접 찾아 알렉스 노스트롬·구스타브 소더스트롬 공동 CEO와 검색·마케팅·콘텐츠 등 전방위 협력 확대를 논의하는 등 유럽 파트너십을 다각도로 다지고 있다.
네이버의 소버린 AI 경쟁력은 LLM(하이퍼클로바X)부터 클라우드·데이터센터·디지털 트윈·로보틱스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구조에서 나온다. 특히 중동에서 실증을 하고 있는 것이 유럽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주택부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지도 기반 슈퍼앱을 추진 중이고, 사우디 뉴 무라바 신도시에는 서비스 로봇과 운영 플랫폼을 납품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트윈은 네이버의 핵심 수출 카드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서울시 3차원 지도 플랫폼 ‘S-Map’ 구축에 활용됐고,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메디나·제다 등 5개 도시에도 이미 수출됐다. 각국의 언어·문화·보안 요건에 맞춘 AI를 모델부터 인프라까지 일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도시 전체를 디지털로 복제·운영하는 이 기술은 AI 주권을 추구하는 유럽 각국 정부에도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최 대표는 지난해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자체 AI 인프라나 LLM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다른 국가의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사업자가 됐다”며 본격적인 신흥국 진출을 선포했다.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CEO 직속 ‘테크비즈니스’ 부문까지 신설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단순한 기술 수출 기업이 아니라 국가별 맞춤형 AI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고 구축하는 파트너로 포지셔닝하고 있다”며 “중동에서 쌓은 레퍼런스가 유럽 수주 영업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