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내고도…노조에 흔들리는 삼성바이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22일, 오후 04:29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2026년 1분기에도 ‘1~4공장 풀가동’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압도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화려한 실적 이면에는 유례없는 ‘노사 갈등’이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노조 이슈가 자칫 론자(Lonza), 후지필름(Fujifilm) 등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글로벌 경쟁사들에게 점유율을 내어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일 올해 1분기 매출액이 1조2571억원, 영업이익이 5808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5.8%, 영업이익은 35% 늘었다. 기존 1~4공장의 가동 효율을 극대화하며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한 결과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공격적인 글로벌 거점 확장이다. 지난 3월 미국 록빌(Rockville) 생산시설 인수를 최종 완료하며, 한국 송도와 미국을 잇는 이원화된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Big Pharma) 밀착 대응력을 높이고, 중단 없는 생산(Seamless Production)을 약속하며 수주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문제는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실적 성장이 가파를수록 보상 체계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파업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핵심 경쟁력은 ‘적기 생산(On-time delivery)’과 ‘압도적 속도’다. 만약 송도 공장에서 파업이 현실화되어 생산 라인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이는 단순한 실적 하락을 넘어 대외 신인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게 된다.

바이오의약품 특성상 생산 지연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며, 이는 곧 고객사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상시 검토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송도의 불확실성이 가중될수록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스위스의 론자나 공격적으로 설비를 확장 중인 일본의 후지필름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번 사태가 비단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한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이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등을 통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한국 바이오의 중심축인 삼성의 흔들림은 ‘K-바이오’ 전체의 위상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일라이릴리와 협력해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GL)’를 송도에 유치하는 등 혁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내부 진통이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마저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사들에게 파업 리스크는 더할 나위 없는 반사이익의 기회”라며 “최고의 품질과 ESG 경영으로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하며 쌓아온 신뢰가 내부 갈등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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