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이 발령되자 방재복과 방사선 모니터링 장비를 착용한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화재로 방사성폐기물 드럼이 손상되고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 상황을 가정해 수습 조치가 이뤄졌다. 콘크리트 구조물 내 쏟아진 드럼을 옮기기 위한 작업 차량 진입로가 확보되고, 인근에 소방차와 구급차도 배치돼 비상상황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24일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에서 연내 본격 가동을 앞둔 표층처분시설의 첫 방사능 방재 훈련이 실시됐다. 이날 훈련은 방사선 비상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과 사고 확산 방지, 복구 역량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훈련은 비상 상황의 심각도에 따라 발령되는 백색비상과 청색비상 체계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KORAD 내 비상대책실에서는 방사선비상대책본부가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대응을 지휘했다. 현장에서는 한국원자력의학원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참여해 피폭 상황을 가정한 응급처치, 제염, 환자 이송까지 실제와 같은 절차를 수행했다.
표층처분시설은 지표면에 공학적 방벽을 구축해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는 시설이다. 이달 13일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이번 훈련은 해당 시설에서 실시된 첫 방재 훈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비상상황을 대비한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최근 인공지능 확산과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원자력발전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방사성폐기물 발생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고리 1호기 해체가 본격화되면서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표층처분시설이 가동되면 기존 동굴처분시설과 함께 지상과 지하에서 동시에 방폐물 처리가 가능해진다.
현재 방사성폐기물은 원전과 같은 발생지에서 예비검사를 거친 뒤 전용 선박인 ‘청정누리호’를 통해 월성 원전 물양장으로 운송된다. 이후 운반 트럭으로 KORAD로 이동해 인수·처분 검사를 거친 뒤 최종 처분된다.
앞서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해수면 아래 130m 자연암반에 콘크리트 사일로를 설치하는 동굴처분시설을 운영해 왔다. 이와 달리 표층처분시설은 지상 콘크리트 구조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기존 시설(8만 드럼)보다 많은 12만5000 드럼의 저준위 방폐물을 처리할 수 있다.
이날 인수저장건물과 인수검사시설도 함께 공개됐다. 기존 방폐물 드럼의 저장과 검사가 이뤄지는 곳이다. 처분 트럭이 도착하면 크레인을 이용해 드럼을 이동·처리한다. 향후 인공지능, 로봇팔 등을 이용한 전주기적 관리도 이르면 2028년을 목표로 준비중이며, 연내 동굴처분시설뿐만 아니라 표층처분시설에도 방폐물 처분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표층처분시설 하부에는 길이 약 183m에 이르는 지하 점검로가 설치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표층처분시설은 저장용기, 뒷채움(그라우트), 처분고(10.9m 높이), 덮개, 암반이라는 5중 다중차단구조로 구성되며, 처분고는 총 20기인데 지하 점검로를 통해 침출수 관리 등 지하에서 점검과 관리가 가능하다. 여기에 확장을 고려한 보조 점검로도 함께 구축됐다. KORAD 관계자는 “향후 시설 확장도 염두해 보조점검로도 구축한 것이 특징”이라며 “로봇팔, 센서 등을 적용한 스마트한 관리체계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에서도 침출수 등을 관리할 수 있게 주진입로와 보조진입로가 구축됐다.(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앞서 원자력규제 전문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2년 7월 표층처분시설에 대한 건설·운영을 허가한 데 이어 약 4년간의 심사를 거쳐 올해 3월 사용전검사 합격을 통보했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안전 점검을 이어갈 방침이다.
KORAD는 올해 8월께부터 표층처분시설 처분을 위한 방폐물 인수를 시작해 이르면 10월께부터 처분을 시작할 계획이다. 기존 동굴처분시설을 활용하다가 점차 표층처분시설 활용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표층처분시설에 대한 건설운영허가부터 사용전 검사를 통해 시설이 안전하게 설치됐는지를 확인했다”며 “이번에 사용 전 최초 훈련을 실시해 비상 대응 시나리오가 절차에 따라 적절히 수립되고 실행 가능한지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동굴처분시설에 이어 표층처분시설까지 운영을 앞두면서, 그 이후 극저준위를 처리하는 시설인 매립형 처분시설 준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연내 사업자가 건설·운영 허가를 신청하면 원안위에서 심사를 거쳐 5년내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위원장은 “고리 1호기 해체 과정에서 대량의 중·저준위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표층처분시설이 구축돼 연내 처분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극저준위 폐기물 처분을 위한 매립형 시설에 대해 사업자가 연내 건설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안위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철저한 검토와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