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통위, 방송법 후속조치 놓고 격론..."절차적 정당성 중요" vs "단체주의"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08일, 오후 01:01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가 8일 ‘방송 3법’ 후속 시행령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위원들 간의 격론을 펼친 가운데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특히 편성위원회 구성의 핵심인 종사자 대표 선출 방식을 두고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특정 노조에 대한 특권”이라는 비판과 “노사 대등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이라는 논리가 맞섰다.

방미통위는 8일 서울 정부과천청사에서 제7차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이른바 ‘방송 3법’ 시행을 위한 대통령령 및 규칙 제·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달 1차 회의 이후 입법예고와 토론회를 거쳐 보완된 최종안이다.

방미통위가 지난 4월 29일 2026년 제5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반대측 “직접 선거 생략은 ‘KBS판 게리맨더링’… 민주 원칙 정면 위배”

이날 회의의 최대 쟁점은 과반 노조가 있는 경우 별도 투표 없이 노조가 종사자 대표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었다.

이상근 비상임 위원은 이를 “민주적 선출 원칙과 정면 충돌하는 조항”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반대했다.

이 위원은 “방송사 내부는 기자, PD 외에도 기술, 행정, 파견직 등 직군이 매우 복잡하다”며 “누가 투표권자인지 범위조차 불명확한 상태에서 특정 노조에 지정권을 주는 것은 사실상 특정 세력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게리맨더링’과 다를 바 없다”고 성토했다.

최수영 비상임 위원 역시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최 위원은 “편성권은 방송의 가장 핵심적인 권한이며, 편성위원회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며 “상대 파트너인 사측과 대등한 힘을 가지려면 노측 대표가 직접 투표를 통해 확실한 정당성을 부여받아야지, 기계적으로 과반 노조에 지정권을 넘기는 것은 새 방송법 취지를 가볍게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찬성 측 “현실적 차선책… 노사 대등주의 확보가 우선”

반면 류신환·윤성옥 비상임위원과 고민수 상임위원 등은 입법 취지인 ‘노사 대등주의’ 입장에서 필요성을 주장했다.

류신환 위원은 “이미 우리 법제(근로자 참여법 등)에서 과반 노조에 대표성을 인정한 사례가 많고 헌법상 단결권 보장 측면에서도 정당하다”며 “사측의 편성 개입을 막기 위해 노측도 단결된 힘을 가져야 하며, 노조가 편성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역사적 맥락을 반영해 노동조합이 대등한 지위에서 사회적 책무를 법제화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맞섰다.

윤성옥 위원은 “종사자 범위를 정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지만, 이번 안은 최소주의 원칙에 따라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최선책은 아닐지라도 보도 공정성을 위한 차선책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힘을 보탰다.

고민수 위원은 “우리는 시행령과 규칙을 정하는 것이기에 방송법이 정한 위임입법의 한계 내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법(방송법 4조 3항 2호)은 이미 ‘취재·보도·제작·편성 부문 종사자’로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며 “범위를 벗어나 전체 근로자를 상정하게 되면 위법한 시행령이 되어 효력을 상실(무효)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법 규칙 제·개정안에 대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 별 찬반 입장 정리(자료=방미통위)
◇김 위원장 “단체주의로 사측과 대등하게…국가 개입 최소화가 원칙”

마무리 발언으로 김종철 위원장은 ‘단체주의’와 ‘자율주의’를 키워드로 이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먼저 국가 개입의 최소화를 언급하며 “편성위원회의 권한은 명명하자면 ‘자율주의 원칙’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 “취재·보도·제작·편성의 개념에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라며 “나머지 ‘플러스 알파’는 방송 편성의 주체인 각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종사자 대표 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김 위원장은 “대등주의 원칙에서 개인주의, 비례주의에 따라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비례적으로 반영하는 구조는 오히려 (사측에 의해) 방송 편성의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단체주의를 채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부문 종사자 대표들이 ‘단결된 힘’으로 사측과 대등한 교섭력을 갖춰야만 방송 편성의 자유를 지키는 보루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러한 단체주의적 접근은 방송 사업자에 의한 ‘노노 갈등’이나 ‘분열’을 방지하고 내적 다원주의를 확보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안건은 표결 결과 찬성 4명, 반대 2명으로 원안 가결됐다. 이에 따라 향후 방송사는 노사협의회 의장 등이 확정한 종사자 범위 내에서 과반 노조 여부를 따져 대표를 선출하거나 지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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