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행거리 늘릴 단서 찾았다…'리튬 배터리' 망가지는 순간 첫 포착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10일, 오전 12:02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차세대 배터리 소재인 리튬 금속 음극의 성능 저하 원인을 나노(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만 분의 1) 수준에서 직접 관찰해 규명했다.

차세대 배터리 난제 ‘리튬 금속 음극 열화 원인’ 규명한 홍승범(왼쪽부터) KAIST 교수, 김성현 석-박사통합과정, 최영우 박사, 조윤한 박사(사진=KAIST)
KAIST는 홍승범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리튬 금속 배터리의 열화 메커니즘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고 10일 밝혔다.

리튬 금속은 기존 배터리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어 전기차와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용 음극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충·방전을 반복할수록 성능이 빠르게 떨어지고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EC-AFM 측정 과정의 개요로 3회의 리튬 도금·박리 사이클 동안, 도금과 박리 단계마다 각각 AFM 측정을 수행한 실험 절차를 나타내고 있다.(사진=KAIST)
특히 리튬이 불규칙하게 쌓이거나 떨어져 나가는 과정에서 전기적으로 단절된 ‘죽은 리튬’이 형성되면 배터리 용량과 수명이 저하된다. 다만 리튬 금속 표면은 반응성이 높고 형태 변화가 빨라 기존 분석법만으로는 열화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배터리 내부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전기화학 원자힘현미경을 활용해 리튬이 쌓이는 도금 과정과 제거되는 박리 과정을 직접 추적했다.

그 결과 리튬 반응은 표면 전체에서 균일하게 일어나지 않고 특정 위치에서 선택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표면이 거칠거나 구멍이 많은 다공성 영역에서는 리튬이 떨어져 나갈 때 빈 공간이 쉽게 생겼고, 이 과정에서 일부 리튬이 전기적으로 고립돼 죽은 리튬으로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배터리 성능 저하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리튬이 처음 형성되는 초기 표면 형상이 이후 배터리 수명과 열화 양상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점도 확인했다.

1~3차 도금·박리 과정에서의 높이 변화 지도와 표면 기울기 지도(사진=KAIST)
이에 따라 리튬이 형성되는 표면을 균일하게 제어하면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배터리 노화 지연에도 활용될 수 있는 설계 지침을 제시한 셈이다.

홍승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배터리 성능 저하의 원인을 나노 수준에서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더 오래가고 안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신소재공학과 김성현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에 지난 2월 24일 게재됐으며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는 LG에너지솔루션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미래개척융합과학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ACS Energy Letters 표지논문 선정 사진(사진=KAIST)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