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 아토피치료제 ‘룬세키믹’ 2상 고배…新기전 에이프릴바이오 주목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11일, 오전 08:21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연간 178억달러(약 26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듀피젠트의 후속 신약 룬세키믹을 개발하던 사노피가 3개 적응증 중 아토피피부염(AD) 임상 2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에 따라 앞서 임상 2a상에서 듀피젠트 대비 경쟁력을 시사하는 데이터를 확보한 에이프릴바이오(397030)가 유력한 듀피젠트 후발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사노피는 '룬세키믹'이 중등도-중등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b상(VELVET)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료=사노피 홈페이지 갈무리)




◇사노피, ‘포스트 듀피젠트’ 전략 빨간불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사노피는 최근 룬세키믹이 아토피피부염 임상 2b상(VELVET)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차 평가지표는 기저치 대비 습진 중증도 평가지수(EASI) 점수의 백분율 변화로 해당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룬세키믹이란 아토피피부염의 주요 사이토카인으로 피부에서 제2형 염증반응을 유도하는 염증순환에 관여하는 인터루킨-13(IL-13)과 여러 염증반응을 유도하는 인자인 TSLP를 동시 억제하는 이중타깃 신약을 말한다. 룬세키믹은 염증반응 경로의 상위 신호와 하위 효과 신호를 동시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듀피젠트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번 임상 2상 중 아토피 적응증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당분간 사노피는 듀피젠트 수명연장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노피의 블록버스터 약물 중 하나로 사노피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듀피젠트는 2017년 아토피피부염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초로 승인됐다. 이후 듀피젠트는 △천식 △만성 비부비동염 △호산구성 식도염 △알레르기성 진균성 비부비동염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사노피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 중 아토피피부염 처방으로 인한 매출만 전체 듀피젠트 매출의 65~73%를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

듀피젠트는 IL-4·IL-13 이중 억제를 통해 아토피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약으로 출시 초기 게임체인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불응 환자 비율이 30~40%에 달하고 완전관해율이 10~20% 수준에 머무르는 데다 가려움 개선에도 한계가 있어 차세대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에보뮨이 지난 2월 발표한 EVO301 임상 2a상 톱라인 데이터 결과(자료=에보뮨)




◇에보뮨, 용량·투여빈도 높여 듀피젠트에 도전장

룬세키믹이 아토피피부염에서 난관에 맞닥뜨린 사이 에이프릴바이오가 개발해 지난 2024년 미국 바이오텍 에보뮨(EVMN)에 기술이전한 APB-R3(EVO301)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EVO301은 지난 2월 발표한 임상 2a상 톱라인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효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에보뮨은 EVO301이 임상 2a상에서 투여 4·8·12주차 모두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EASI 감소율을 보여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아토피피부염에서 관찰되는 CCL-17(TARC), CCL-22, IL-22 등 Th2와 비Th2 염증성 바이오마커도 모두 줄어들었다. 약물 관련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EVO301은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18(IL-18)을 직접 억제하는 신약으로 동일 기전 후보 중 선두군에 있다. 특히 듀피젠트와 같은 기존 IL-4·IL-13 중심 치료와 달리 상위 염증 축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L-18은 질환 연관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 오랫동안 주요 타깃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의 임상 데이터를 계기로 새로운 치료 축으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에보뮨은 임상 2b상에서 EVO301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설계를 시험할 예정이다. 용량을 높이거나 투여 빈도를 늘리는 등 치료 효과 개선을 위한 전략도 반영될 전망이다. 적응증 확장 전략도 가동된다. 에보뮨은 기업공개(IPO) 당시 2026년 중 EVO301의 적응증을 궤양성 대장염으로 확장해 임상 2상을 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이프릴바이오와 에보뮨의 총 계약 규모는 4억7500만달러(약 6500억원)로 이 중 계약금 1500만달러(약 207억원)와 임상 2a상 첫 환자 투약 마일스톤 150만 달러(약 22억원)을 수령했다. 연내 에보뮨이 EVO301의 아토피치료제 임상 2b상에 진입하거나 궤양성 대장염 임상 2상을 개시할 경우 추가 마일스톤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EVO301 증량 및 투여횟수 증가를 통해 IL-18 억제 강도를 높였을 때 감염 등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지가 2b상의 최대 관건으로 여겨진다. 선천면역 및 감염 방어에 관여하는 IL-18의 특성상 억제 강도가 높아지면 바이러스 및 세포내 병원체 감염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초기 임상 대비 환자군이 확대되면서 효능이 희석될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실제로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초기 임상에서 확인된 효과가 후기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에보뮨은 일라이릴리에 회사를 매각한 경험을 가진 창업팀이 2020년 설립한 회사로 지난해 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에보뮨은 지난해 기준 매출 1300만달러(약 193억원)에 순손실 6890만달러(약 1024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에보뮨은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2028년까지 버틸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핵심 파이프라인인 EVO301 임상 2b상 진행에 자금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프릴바이오 관계자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시장은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며 “룬세키믹과 같은 경쟁 후보물질의 탈락은 에이프릴바이오를 비롯한 타 업체들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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