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스'발 암호 붕괴 위협 속…정부, 국가 '양자보안' 인프라 전면 전환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12일, 오후 03:48

(AI 생성 이미지)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앤스로픽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미토스(Mythos)’ 등과 관련한 사이버 보안 위협이 전 세계적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국가 보안 인프라를 양자내성암호(PQC) 체계로 전환하는 작업을 법적 의무로 명문화했다. AI와 양자 기술이 결합해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양자 위협’에 대응해 국가 보안의 근간을 다시 쓰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12일 국무회의를 열고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양자기술산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연구개발(R&D) 단계에 머물러 있던 양자 기술을 산업 현장에 보급하고, 특히 안보의 핵심인 보안과 국방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전격 확대한 전주기 지원 체계를 담고 있다.

◇‘해킹 불가능’ 암호 체계 구축 의무화…국정원과 협업 명시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양자컴퓨팅 발전에 따라 현행 암호체계가 순식간에 해독될 수 있는 위협에 대비해 ‘양자보안체계 구축’을 법적 의무로 규정한 것이다. 최근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는 양자 컴퓨터의 강력한 연산력을 이용하면 현재 전 세계 금융·통신망이 사용하는 공개키 암호 방식(RSA 등)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해커들이 데이터를 미리 탈취해두고 미래에 해독하는 ‘선 탈취 후 해독(Harvest Now, Decrypt Later)’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도 양자 보안 전환을 서두르는 핵심 배경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관계기관은 양자내성암호(PQC)와 양자키분배(QKD)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실제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한 계획을 반드시 수립·추진해야 한다.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로도 해독하기 어려운 복잡한 수학적 난제를 기반으로 하며, 양자키분배는 양자역학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암호키 탈취를 원천 방지하는 기술이다.

특히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미토스 등 고성능 AI 모델이 불러올 보안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양자보안 등 원천적인 방어체계 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번 법 개정은 미토스와 같은 고성능 AI가 사이버 공격에 활용될 경우 기존 암호 체계가 힘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한 조치다.

법안에 대한 국회 심사 과정에서 보안의 완결성도 높아졌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기술지침을 마련할 때 반드시 국가정보원장과 협의하도록 법적 장치를 보완한 것이다.. 이는 범정부 차원의 통합된 보안 역량을 결집해 국가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양자-AI 융합 시대 개막…‘연구실에서 시장으로’ 규제 혁파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맞춘 신규 지원책도 촘촘히 마련됐다. 특히 양자컴퓨팅의 계산 우위와 고성능 AI의 학습 능력을 결합한 ‘양자-슈퍼컴퓨팅(HPC)-AI 융합 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 근거가 법률에 최초로 명시됐다. 이는 신약 개발이나 소재 설계 등 기존 기술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최적화 문제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차세대 영역으로, 관련 R&D와 실증, 특화 인력 양성 사업이 본격적인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상용화 발목을 잡는 규제 문턱도 낮췄다. ‘연구실에서 시장으로(Lab to Market)’ 이어지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규제 개선 신청 대상을 기존 기업에서 대학 및 연구기관까지 확대했다. 연구자나 기업이 규제를 맞닥뜨릴 경우 정부에 개선을 신청하면, 정부는 법령 정비나 규제 특례 부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규제 개선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적극행정 면책특례를 적용해 실효성을 높였다.

이 밖에도 개정안에는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공급망 자립성 확보를 위한 지원 근거와 양자클러스터 지정 시 교통망·인프라 등 입지 기준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방 분야에서도 도청 방지 군 통신 체계와 양자 레이더 등을 개발·실증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다만, 새로운 의무 부과에 따른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법 시행일은 공포 후 6개월로 정해졌다.

개정안은 양자사업 영향평가 도입 등 피규제 기관에 새로운 의무가 부과되는 점을 고려해, 공포 후 6개월 이후인 올해 11월 시행된다. 과기정통부는 개정법이 현장에 차질 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법 시행 전까지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세밀하게 마련할 계획이다.

배 부총리는 “양자는 AI의 높은 전력 소모와 연산속도 한계를 극복하고, AI 혁신을 한 차원 더 진전시킬 수 있는 핵심 전략기술”이라며 “정부는 대한민국이 AI 이후(Next-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양자 R&D, 산업화, 보안, 주력 산업 적용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쳐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