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양자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KAIST가 과학기술과 외교를 연결하는 ‘과기외교센터(KCSD)’를 공식 출범시키며 글로벌 과학외교 전면에 나섰다.
KAIST는 13일 대전 본원에서 ‘과기외교센터(KAIST Center for Science Diplomacy)’ 출범 기념 글로벌 포럼을 열고 AI 시대 과학외교 전략과 국제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 학술 토론을 넘어 각국 대사와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실전형 과학외교 플랫폼’ 성격으로 마련됐다.
이 포럼의 핵심 화두는 ‘기술 주권’이었다. AI와 양자기술이 산업은 물론 안보와 외교 질서까지 흔들면서 과학기술이 국가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특히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박진 전 외교부 장관 겸 KAIST 초빙석학교수는 “국가 간 경쟁의 중심이 군사·자원에서 첨단 기술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AI와 양자기술이 국가 경쟁력과 외교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AI를 ‘산업과 사회를 재편하는 지능혁명’, 양자기술을 ‘보안과 컴퓨팅의 한계를 넘는 혁명’으로 규정하며,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글로벌 규범과 협력 구조를 설계하는 ‘퍼스트 무버’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학기술은 이제 외교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국제 신뢰 구축과 공동 번영을 위한 핵심 전략 자산”이라며 “기후위기, 팬데믹, 에너지, 식량, 고령화 같은 초국가적 문제 해결에도 과학외교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AI부터 고령화까지…“인류 공동 과제 함께 해결”
이날 포럼에서는 AI 시대 글로벌 협력 전략과 함께 고령화·보건·디지털 격차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라운드테이블에는 EU를 비롯해 싱가포르, 스웨덴, 노르웨이, 태국, 필리핀, 몽골, 탄자니아 등 주요국 대사와 대리대사들이 참석해 ‘AI 시대의 과학외교’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과학협력’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AI 기술 혁명이 가져올 산업·사회 구조 변화 속에서 각국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제 협력 규범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한국과 북유럽 국가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초고령화 문제를 두고 로봇·바이오·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국제 협력 필요성도 논의됐다. 고령층 삶의 질 개선과 의료 시스템 혁신을 위한 글로벌 표준 구축 방안도 주요 의제로 제시됐다.
KAIST는 앞으로 AI·디지털, 양자기술, 로봇·스마트시티, 바이오·헬스케어를 4대 핵심 협력 분야로 삼아 글로벌 공동 연구와 정책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KAIST, 글로벌 과학외교 허브 역할 맡겠다”
유럽연합(EU)의 국제 협력 프로그램도 소개됐다. 주한 EU 대표부의 라이너 붸슬리 참사관은 유럽의 교육 교류 프로그램 ‘에라스무스(Erasmus)’와 연구혁신 지원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사례를 소개하며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과학기술 협력 모델을 설명했다.
KAIST는 향후 개발도상국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케냐의 ‘Kenya-AIST’처럼 KAIST 모델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과학기술 교육 협력 확대도 검토 중이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과학기술은 이제 국가 간 신뢰를 구축하고 인류 공동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며 “과기외교센터가 글로벌 과학기술 협력을 선도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KAIST는 이번 센터 출범을 계기로 국제 공동연구와 정책 협력, 글로벌 과학기술 네트워크 구축, 개도국 과학기술 역량 강화 등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