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는 이 요청을 바탕으로 AI 추론 작업을 수행하고, 생성된 고용량 이미지를 다시 해저케이블을 통해 한국으로 전송한다. 우리가 화면에서 마주하는 AI 결과물 뒤에는, 바다 밑을 오가는 막대한 데이터 흐름이 존재하는 셈이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해저케이블과 같은 ‘백본망(Backbone Network·기간망)’의 용량과 속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일 KT 부산국제통신운용팀 오명환 팀장이 해저케이블의 특징과 작동 원리를 소개하고 있다(사진=KT)
해저케이블이 해외에서 한국으로 연결되는 과정(사진=KT)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인터넷의 근간인 ‘백본망(기간망)’의 중요성이 닷컴 버블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넷플릭스 영상처럼 이용자가 많이 찾는 콘텐츠를 국내 서버에 미리 저장해두는 ‘캐싱(Caching)’ 기술로 해외망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AI 서비스는 다르다. 사용자 질문마다 새로운 답변과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생성해야 하기 때문에 캐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만큼 AI 트래픽은 즉시 해외 서버와 연결되고, 이는 글로벌 백본망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 190개국에 생중계된 BTS 공연과 1억명이 시청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안정적으로 서비스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KT의 초고속 광대역 백본망이 있었다. 그러나 AI·AX(AI 전환) 시대의 데이터 트래픽 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텔레지오그래피(TeleGeography)에 따르면 글로벌 국제 인터넷 백본망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1480Tbps(테라비트)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직접 해저케이블 구축에 나서는 것도 같은 이유다. AI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 결국 백본망 용량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찾은 부산시 소재 KT 부산국제통신센터는 이런 글로벌 데이터 전쟁의 최전선이다. 태평양을 건너온 데이터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AI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1980년 완공 이후 국가핵심기반시설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으며,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디지털 요새’로 불린다.
신도철(좌측 첫째) KT 부장이 바다와 육지를 잇는 해저케이블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KT)
센터 관제실에 들어서자 정면을 가득 채운 12개의 대형 모니터가 실시간 해저케이블 상황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관리하는 장비만 5만여 대, 회선 수는 100만 개가 넘는다. 직원들은 성인 엄지손가락보다 얇은 광섬유 다발이 태평양 바닥에서 이상 없이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지 24시간 감시한다.
김인준 KT 국제통신운용센터 센터장은 “2000년 이후 25년간 한국 영해 내 해저케이블 장애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중국이나 동남아 근해에서 연간 수십 건의 사고가 발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안정성”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AIS(선박자동식별장치) 시스템이다. 해저케이블 절단의 주범인 선박의 닻을 감시하기 위해 50톤 이상 선박을 추적한다. 케이블 경로 위에 선박이 30분 이상 머물면 자동 경보가 뜨고 즉시 해당 선박에 주의를 촉구한다.
이날 해저케이블을 점검하는 현장에서 만난 신도철 KT 부장은 “경쟁사보다 30년 앞선 직영 기술 노하우가 우리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국내 해저케이블 현황(사진=KT)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정부는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 트래픽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110Tbps(테라비트퍼세컨드) 수준인 국제 인터넷 백본망 용량을 2030년까지 220Tbps 이상으로 두 배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해저케이블이 육지로 연결되는 ‘육양국’을 동남권 중심 구조에서 서해와 남해까지 다변화해 안정성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KT와 SK브로드밴드, 드림라인 등은 신규 해저케이블 4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KT도 AI 시대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부산과 거제에 이원화해 운영 중인 육양국 외에 제주 등에 제3의 육양국 건설을 검토 중이다.
지정학적 환경도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전력과 부지 비용이 높고, 홍콩은 보안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 역시 지진 위험이 상존한다. 반면 부산은 상대적으로 안정성과 비용 경쟁력을 모두 갖춘 만큼, 아시아 데이터 허브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우형 KT 네트워크코어서비스본부장(상무)은 “AI 데이터센터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해저케이블 인프라가 필수”라며 “KT는 2029년까지 국제 인터넷 백본망 규모를 현재의 5배 수준으로 확대해 한국이 아시아의 대표 디지털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