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한진희 교수(왼쪽), 김무준 박사 (사진=KAIST)
우리는 매일 새로운 경험을 통해 기억을 업데이트하며 살아간다. 예를 들어 어제보다 오늘 방문한 식당이 더 만족스러웠다면, 뇌는 기존 기억을 수정해 새로운 정보를 반영한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의 기억 사이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능력은 의사결정, 문제 해결, 미래 예측, 논리적 추론과 같은 고차원 인지 기능의 핵심이다. 그러나 뇌가 어떤 원리로 기억을 구분하고 전환하는지는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내측중격’에 주목했다. 내측중격은 해마의 활동 리듬을 조절하며, 뇌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도록 돕는 ‘조율자’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과거·최신 기억 선택을 조절하는 MS-MEC 억제성 신경회로 스위치 (사진=KAIST 제공)
반대로 연구팀이 빛을 이용해 이 신경 회로를 인위적으로 차단하자 실험동물은 최신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고 과거 방식대로 행동했다. 기억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의 신경 활동 역시 과거 상태로 되돌아갔다. 이는 해당 회로가 여러 기억 가운데 현재 상황에 필요한 최신 정보를 선택하는 ‘신경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뇌의 활성 상태에 따른 기억 수행 능력도 함께 분석했다. 우리 뇌는 활발히 정보를 처리하는 ‘온라인 상태(세타파·학습과 집중 시 활성화되는 뇌파)’와 휴식 상태인 ‘오프라인 상태(델타파·수면이나 휴식 시 나타나는 느린 뇌파)’를 반복적으로 오간다.
분석 결과, 온라인 상태가 길게 유지될수록 최신 기억을 더 잘 떠올렸으며, 반대로 온라인·오프라인 상태 전환이 잦을수록 기억 인출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의 특정 리듬과 상태가 효과적인 기억 인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신경학적 지표임을 시사한다.
과거·최신 기억 선택을 조절하는 MS-MEC 억제성 신경회로 스위치, 생성형 AI 생성 이미지 (사진=KAIST 제공)
한진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 뇌가 수많은 경험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활용하는 원리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기존에는 기억 인출을 단순히 저장된 흔적을 재생하는 과정으로 이해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뇌가 경쟁하는 기억들 사이에서 최신 정보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조절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김무준 박사, 서보인 박사과정, 소선회 박사과정, 최정욱 박사과정, 황재민 박사과정, 박주희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연구는 신경과학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4월 29일자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