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AI 병리 전환 본격화…바이오다인 기술 적용된 핵심 장비 역할 확대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18일, 오전 08:21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글로벌 진단기업 로슈(ROCHE)가 인공지능(AI)·디지털 병리 중심으로 진단사업 전략 재편에 나섰다. 이에 따라 바이오다인(314930)으로부터 도입한 액상세포 도말 기술 블로잉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로슈가 최근 세포검사 영역까지 AI 병리 체계 확대를 공식화하면서 균일한 세포 슬라이드를 구현하는 바이오다인 기술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슈가 지난 12일(현지시간) 개최한 진단부문 IR 행사에서 바이오다인의 '블로잉 기술'을 적용한 벤타나SP400을 '최근 출시한 핵심장비'(Recent Key Launces)로 분류했다. (자료=로슈)




◇패스AI 품은 로슈…바이오다인 기술 중요성 커져

로슈는 최근 진단부문 기업설명(IR) 행사(Diagnostics Day 2026)에서 AI 디지털 병리 기업 패스AI(PathAI) 인수를 공식화했다. 로슈는 진단사업의 핵심 방향성을 AI·디지털 병리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진단업계에서는 이번 IR행사의 핵심을 로슈의 AI 기반 디지털 병리 기업 전환 선언으로 보고 있다. 특히 패스AI 인수를 계기로 병리 데이터를 신약개발·동반진단과 연결하는 정밀의료 전략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세포 슬라이드 입력단을 담당하는 바이오다인 기술의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로슈는 핵심 출시 장비군 중 하나로 ‘벤타나SP400’을 직접 포함시켰다. 벤타나SP400이란 액상세포검사(LBC) 슬라이드를 제작하는 장비를 말한다. 벤타나SP400에는 바이오다인의 블로잉(blowing) 특허 기술과 바이알 기술이 적용됐다. 환자 검체를 슬라이드에 균일하게 도말하는 기술과 검체 보존 구조 자체가 바이오다인 특허에 기반을 두고 있다.

로슈의 AI 전략이 강화될수록 오히려 바이오다인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병리 진단은 결국 슬라이드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학습·판독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바이오다인 관계자는 “로슈가 기존 의료장비 회사에서 AI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로 방향성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강하게 언급했다”며 “특히 로슈는 디지털 병리 영역을 핵심 축으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진단으로 가려면 결국 검체의 표준화와 일원화가 필요하다”며 “세포 슬라이드 입력단을 담당하는 벤타나SP400은 로슈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장비”라고 강조했다.

실제 로슈는 발표자료에서 병리 스캐너 벤타나 DP200·DP600의 세포검사(cytology) 체계 개선 계획도 공개했다. 기존 조직 중심 디지털 병리를 세포검사 영역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세포 슬라이드는 조직과 검체 특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스캐닝 방식 자체를 새롭게 최적화해야 한다. 로슈가 이번 IR 행사에서 2026~2027년 사이 세포 슬라이드 디지털화 체계 구축 계획을 공개하면서 벤타나SP400의 글로벌 출시 역시 이 기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맞춤형 치료 확대 흐름…세포 단위 AI분석 중요성 커져

로슈가 세포검사 영역까지 AI 기반 디지털 병리 체계로 확장하려는 배경에는 맞춤형 치료 확대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자별 면역 반응과 암 특성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해 치료제 개발과 동반진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뿐 아니라 세포 단위 데이터까지 AI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치료 이후 재발 여부나 치료 반응까지 지속적으로 추적하려면 세포 기반 면역진단 데이터 축적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진단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바이오다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세포 슬라이드 품질 한계로 인해 조직 기반 면역진단 중심의 작업체계가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바이오다인의 블로잉 기술로 액상세포 슬라이드가 균일한 도말과 세포 형태 보존 문제를 개선하면서 세포 기반 면역진단 상용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로슈가 이번 IR 행사에서 비부인과 세포검사와 세포 스캐닝 워크플로우 확대 계획을 공식화한 것도 이 같은 기술 검증이 상당 부분 완료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로슈는 이번 IR 자료에서 미래 전략 항목 중 하나로 비부인과 세포검사(Non-Gyn Cytology)를 공식 명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존 자궁경부암 중심 세포검사 시장을 넘어 폐암·흑색종 등 비부인과 영역까지 AI 병리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정밀진단 플랫폼으로 진화…폐암·췌장암까지 확대

일본 현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사카국제암센터는 지난해 일본 임상세포학회에서 벤타나SP400 도입 사례를 공개하며 “배경 제거가 잘 돼 표적 세포 관찰이 쉽고 기존 장비보다 세포 이미지가 더 깨끗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췌장 EUS-FNA, 폐암 EBUS-TBNA 등 다양한 비부인과 검체 적용 사례와 함께 면역세포화학염색(ICC) 연계 사례도 제시하며 SP400이 단순 자궁경부암 검사 장비를 넘어 폐암·췌장암·비뇨기암 등 정밀진단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강조했다.

로슈는 IR 행사에서 “2035년까지 모든 슬라이드가 AI 판독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병리 시장 역시 2024년 약 8억2000만스위스프랑(약 1조6000억원) 규모에서 2029년 16억1000만스위스프랑(약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병리사업 성장세도 가파르다. 로슈는 올해 병리검사실(Pathology Lab) 사업 매출이 17억스위스프랑으로 전년 대비 14% 성장했다고 공개했다.

진단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장 흐름 속에서 SP400이 단순 세포검사 장비가 아니라 AI 병리 데이터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다인 관계자는 “이번 IR 자료를 통해 로슈가 벤타나SP400을 향후 전략 사업의 핵심 축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으로 창출될 수 있는 가치와 시장 규모가 훨씬 커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IR 행사를 계기로 바이오다인의 장기 가치에 대한 재평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진단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단기 실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로슈가 향후 AI 병리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SP400 워크플로우를 활용하겠다는 방향성을 공개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며 “향후 글로벌 출시와 AI 병리 확산이 본격화될 경우 바이오다인의 수익 구조 역시 예상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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