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먼 미래기술 아냐"…IBM, 기업 적용 확대 시동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19일, 오후 05:36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IBM이 양자컴퓨팅을 연구실의 미래 기술이 아닌, 기업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차세대 컴퓨팅 인프라로 제시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GPU와 결합해 기존 방식으로 풀기 어려운 산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IBM 퀀텀 글로벌 세일즈를 총괄하는 페트라 플로리주네 디렉터가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IBM 퀀텀 커넥트 APAC’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IBM)
IBM은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IBM 퀀텀 커넥트 APAC’을 열고 양자컴퓨팅 기술 로드맵과 산업 활용 가능성을 소개했다.

양자컴퓨팅은 큐비트의 특성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가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를 빠르게 병렬 계산하는 기술이다. 아직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기 쉬운 기술은 아니지만, 슈퍼컴퓨터가 백신 개발·입자물리학·기후 예측 등에서 보이지 않게 기여해온 것처럼, 양자컴퓨팅도 신약·소재·금융·물류 등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산업 영역에서 먼저 쓰일 것으로 IBM은 측은 보고 있다.

IBM 퀀텀 글로벌 세일즈를 총괄하는 페트라 플로리주네 디렉터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양자컴퓨팅을 ‘두 번째 양자혁명’으로 설명했다. 반도체, 레이저, MRI 등이 첫 번째 양자혁명의 결과물이었다면,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팅으로는 계산 부담이 큰 문제를 해결할 새 기술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그는 “양자컴퓨팅의 미래는 지금”이라며 “내결함성 양자컴퓨터가 나온 뒤 준비하면 늦다. 지금부터 역량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IBM이 제시한 양자컴퓨팅 전략의 핵심은 ‘통합’이다. 양자컴퓨터만 따로 쓰는 것이 아니라 CPU, GPU, QPU(양자처리장치), AI, HPC를 함께 활용하는 구조다. 플로리주네 디렉터는 “AI로 풀 수 있는 문제는 AI로 풀면 된다”며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흐름 중 고전컴퓨팅으로 풀기 어려운 일부 구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신약 개발에서는 AI가 후보 물질을 찾고 데이터를 정리할 수 있지만, 분자 구조를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은 기존 컴퓨터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때 해당 계산을 양자회로로 변환해 양자컴퓨터에서 처리하고, 결과를 다시 기존 컴퓨터로 가져와 후처리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IBM은 최근 클리블랜드 클리닉,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등과 협력해 1만2635개 원자 규모의 단백질 복합체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사례도 소개했다.

활용 가능 분야는 신약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IBM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 개발, 항공기 부식 방지 소재 탐색, 금융 리스크 분석, 거래 최적화, 물류 경로 최적화 등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플로리주네 디렉터는 HSBC와 진행한 금융 분야 벤치마크 사례를 언급하며, 채권 발행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문제에서 양자컴퓨팅 방식이 기존 고전컴퓨팅 대비 34%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초전도 양자 비트 아키텍처 개발과 양자 생태계 구축을 주도해 온 양자 컴퓨터 분야 핵심 연구자인 백한희 IBM 퀀텀 디렉터이자 수석 연구원(박사)가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IBM 퀀텀 커넥트 APAC’ 미디어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현재 양자컴퓨팅은 연구, 개념검증(PoC), 벤치마킹을 거치며 실제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다. IBM은 양자 사업 출범 이후 누적 계약액이 10억달러(약 1조원)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기술적 과제는 남아 있다. IBM 퀀텀 디렉터이자 수석연구원인 백한희 박사는 대규모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오류 정정, 즉 에러 커렉션을 꼽았다. 양자컴퓨터는 계산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 만큼, 이를 안정적으로 보정하는 기술이 상용화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QPU 바깥의 제어 전자장비, 고전컴퓨터와의 통합, 에러 정정을 위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러 QPU를 연결하는 모듈형 확장도 과제다. 하나의 거대한 양자칩을 만드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여러 QPU와 칩을 연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여러 대의 양자컴퓨터를 광학적으로 연결하는 방식까지 필요하다는 것이다.

IBM은 올해는 특정 문제에서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더 빠르거나 정확하거나 저렴하게 계산하는 ‘양자 우위’를 입증하고, 2029년에는 오류 수정이 가능한 ‘내결함성 양자컴퓨터’를 선보이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현재 IBM 퀀텀 네트워크에는 300개 이상의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연세대 IBM 퀀텀 시스템 원을 중심으로 연구 활용이 이뤄지고 있다. 백 박사는 “연세대 시스템을 활용한 논문이 최근 2~3년간 상당히 많이 나왔고, 활용도도 70~80%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수요가 커지면 생태계와 인프라도 함께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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