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업계에서는 글로벌 모빌리티 공룡 우버(Uber)가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을 넘어 배달·결제 생태계까지 동시 장악하려는 움직임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배구조 흔들림과 국내 배달 앱·모빌리티 시장의 격변이 맞물리면서 토종 플랫폼 업계 전반에 극도의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플랫폼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수익성위원회 논란의 본질은 단순히 사모펀드의 경영 개입 수준이 아니다”라며 “국내 플랫폼들이 규제에 묶여 체급을 키우지 못하는 사이, 글로벌 거대 자본을 앞세운 우버가 한국 시장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큰 그림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본시장과 IT 업계 안팎에서는 우버를 중심으로 한 국내 플랫폼 생태계 재편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우버가 배달의 민족(우아한형제들)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배달의민족 인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29%)인 글로벌 사모펀드 TPG 지분 확보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다.
이날 DH는 우버가 발행 주식 19.5%와 추가 5.6%를 확보할 수 있는 옵션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DH는 이번 투자를 자사 플랫폼 경쟁력에 대한 신뢰로 평가하면서도 “현재로선 의결권 30% 이상 확보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우버가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우버이츠(Uber Eats)’ 모델과의 결합을 통해 배달·물류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려 한다는 점이 관심이다. 특히 투자 회수 시점을 넘긴 TPG 지분을 글로벌 자본이 흡수할 경우 카카오모빌리티 경영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국내 플랫폼 산업의 주도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 같은 생활밀착형 플랫폼은 단순 배달 앱이 아니라 카카오페이 등 국내 핀테크 결제 트래픽의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며 “모빌리티와 배달 플랫폼 주도권이 글로벌 빅테크로 넘어갈 경우 결제·금융·데이터를 아우르는 국내 IT 생태계 전반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위원회 논란…9년 만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투자 계약
이처럼 사방에서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내부를 옥죄는 카카오와 TPG와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PG는 2017년 투자 계약 당시 설정된 조항을 근거로 ‘수익성위원회’와 ‘주주가치제고위원회(옛 IPO위원회)’ 가동 카드를 꺼내 들며 수익성 개선 압박을 강화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계약에는 2022년까지 상장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관련 기구를 운영할 수 있는 조건과 TPG의 출구 전략 관련 내용에 대해 철저한 비밀유지 조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내용이 보도될 경우 엄청난 배상금을 물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재무적 투자자가 사실상 상법상 이사회 밖에서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례적인 지배구조 왜곡이라고 지적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공문 등을 통해 가동 시점을 유예하며 버텨왔지만, 투자 회수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갈등의 뇌관이 터졌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TPG로부터 약 5,00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뒤 독자적인 체급을 키워왔으나 플랫폼 규제 강화, 수익화 지연, 그리고 최고경영진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겹치며 국내 상장 적기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9년이라는 장기 보유 부담이 임계점에 달했을 것”이라며 “상장이 지연될수록 자본의 압박과 지배구조 흔들림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토종 플랫폼만 역차별 규제”…다윗만 묶인 싸움
업계에서는 국내의 옥죄기식 규제 환경이 결과적으로 글로벌 공룡들에게 안방을 내주는 판을 깔아줬다는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때 카카오모빌리티에 수수료 1% 이하를 요구하는 등 지난 수년간 정치권과 여론의 전방위적인 수수료 인하 압박과 상생안 요구가 몰아치며 시장 논리보다 정치 논리가 우선됐다”며 “토종 기업들이 과도한 사법·여론 리스크에 대응하느라 미래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미 자리 잡은 비즈니스 모델을 사후 입법을 통해 배회영업 수수료를 규제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제한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데이터 기반 플랫폼의 효율성 자체가 약화됐다”며 “미국은 우버 같은 플랫폼을 글로벌 기업으로 밀어주지만 한국은 네이버·카카오처럼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면 규제가 집중된다. 글로벌 빅테크라는 골리앗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플랫폼(다윗)의 손발만 묶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ADR 상장론 부상…“토종 플랫폼 주도권 지키기 위한 방어전”
국내 증시 상장 여건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면서 카카오모빌리티가 결국 미국 ADR(주식예탁증서) 상장을 선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IPO 시장에서는 플랫폼 규제 이슈와 지배구조 논란, 사법 리스크 등이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반면, 해외 상장은 자금 조달과 글로벌 투자자 확보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증시의 물량 부담(오버행)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규제와 여론 리스크를 피하면서 동시에 TPG의 투자금 회수 요구까지 충족하려면 미국 ADR 상장이 사실상 유일한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장이 경영 정상화보다 TPG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엑시트용 IPO’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ADR 상장 역시 해외 투자자 확보와 국내 증시 부담 완화라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국내 상장 심사의 엄격한 지배구조·사법 리스크 검증을 우회하려는 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해외 IPO 추진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국내 플랫폼 생태계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전’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공모 자금 상당 부분이 신규 투자보다 기존 투자자인 TPG의 현금 회수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누구를 위한 상장인가”라는 시장의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향후 흥행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