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훑고 유세전략 짠다"...선거판 흔드는 AI참모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후 06:31

[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인공지능(AI)이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 지형 전반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여론조사와 빅데이터 분석에 머물렀던 선거 예측 기술이 최근 생성형 AI 단계로 진화하면서, 민심 분석은 물론 메시지 전략과 선거 시뮬레이션까지 AI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는 모습이다.

선거 예측 기술은 전통적으로 통계학 기반 여론조사에 의존해왔지만, 2010년대 들어 대규모 표본조사와 온라인 여론 데이터를 학습하는 알고리즘이 등장하면서 빅데이터 기반 분석으로 진화했다. 정형 데이터뿐 아니라 소셜미디어, 검색 트렌드, 뉴스 흐름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함께 읽어내며 보다 입체적인 민심 분석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특히 2016년 미국 대선에서는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활용한 일부 빅데이터 분석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비교적 일찍 포착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선거 분석은 단순 여론 수치 예측을 넘어 유권자 성향과 이슈 반응을 정밀하게 읽어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기술적으로는 2010년대 ‘서포트 벡터 머신(SVM)’과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 같은 머신러닝 기법이 유권자 성향 분석과 여론 예측에 활용됐다. 이후 복잡한 비선형 관계를 포착하는 그래디언트 부스팅, XGBoost 등 트리 기반 부스팅 계열 모델까지 도입되면서 데이터 특성과 분석 목적에 따라 다양한 모델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정교화됐다.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방대한 텍스트와 실시간 온라인 데이터를 종합·해석하는 단계까지 진화하면서, 선거 분석 역시 예측을 넘어 전략 수립과 여론 변화 탐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17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인쇄소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비례대표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선거 투표용지 인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단일 알고리즘에 의존하던 초기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여론조사 데이터와 소셜미디어 감성 분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과 여러 예측 모델을 동시에 적용해 결과를 교차 검증하는 앙상블 모델이 확산되면서 선거 분석의 정교함도 한층 높아졌다. 특정 후보나 정책에 대한 온라인 반응은 물론 지역별 이슈, 유권자 관심사, 이슈 확산 경로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 보다 입체적인 예측이 가능해진 것이다.

인간의 뇌 신경망 구조를 모사한 인공신경망(ANN)과 이를 고도화한 딥러닝 기술도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정치 지형을 읽어내는 데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인 통계 모델이 변수 간 선형 관계를 중심으로 분석했다면, 딥러닝은 수많은 변수 사이에 숨어 있는 복합 패턴과 미세한 상관관계까지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문병성 싸이텍 이사는 “SNS와 뉴스 기사 댓글, 온라인 플랫폼 게시글 같은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에 실제 여론조사 수치, 경제·인구 등 사회경제 지표를 결합하는 방식이 최근 주요 흐름”이라며 “단순 여론 예측을 넘어 유권자 행동 패턴과 이슈 반응까지 분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 방식 자체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 빅데이터 분석은 통계·데이터 전문가가 SQL이나 파이썬 코드를 직접 작성하고, 데이터 전처리부터 모델링, 시각화까지 일일이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코파일럿(Copilot) 도구가 확산되면서 자연어 기반 분석 환경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이 지역 유권자 특성을 분석해달라”, “핵심 공약 선호도를 분류해달라”와 같은 자연어 지시만 입력하면 AI가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코드를 생성하고, 분석 모델을 적용한 뒤 결과 해석과 시각화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데이터 분석이 생성형 AI를 통해 대화형 분석(interactive analytics)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로 ‘가상 유권자 사회’ 만들어 선거 결과 예측 기술 연구도

최근 해외에서는 생성형 AI 발전에 힘입어 거대언어모델(LLM)에 가상의 유권자 특성을 부여한 뒤 선거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는 연구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 유권자의 성향과 행동 패턴을 AI 에이전트로 구현해 선거 과정을 가상 공간에서 재현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선거판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로 평가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낮아지는 여론조사 응답률과 표본 한계를 보완할 차세대 분석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이 개발한 ‘FlockVote’ 프레임워크는 다수의 LLM 에이전트로 구성된 ‘가상 유권자 사회’를 만들어 선거를 시뮬레이션하는 모델이다. 각 AI 에이전트에 인구통계학적 특성, 정치 성향, 사회적 이슈 반응 등을 부여하고, 상호작용 속에서 집단 의사결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모사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소셜미디어에서 수집한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100만 명 규모의 가상 유권자 집단을 구축해 선거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기도 했다.

특히 연구팀은 인구통계학적 프로필과 후보별 정책 정보를 결합한 LLM 에이전트를 활용해 2024년 미국 대선 스윙스테이트 7곳의 투표 결과를 시뮬레이션했고, 실제 선거 결과와 상당 부분 유사한 패턴을 재현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이는 생성형 AI가 단순 텍스트 생성 도구를 넘어, 복잡한 사회 현상을 가상 실험하는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Agent-Based Modeling)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유세 전략도 AI가 짠다…여의도에서 활약하는 AI

각 정당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AI를 선거 전략 수립과 유권자 소통 전반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과거 단순 데이터 분석 수준을 넘어, 후보 공천부터 유세 동선 설계, 정책 제안 수렴까지 AI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부터 운영해온 ‘전략지도’ 플랫폼을 지속 고도화해 이번 선거에도 활용하고 있다. 정당 내부 데이터에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와 통신사 유동인구 데이터 등을 결합해 지역별 유권자 특성과 이슈를 분석하고, 맞춤형 선거 전략 수립에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국민의힘은 공천 과정에서 AI 기반 정치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해 지원자의 당 기여도, 지역 공적 활동, 도덕성 등 주요 평가 요소를 수치화해 활용했다. 정성 평가에 의존하던 공천 심사 과정에 데이터 기반 분석을 접목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3월 9일 국회에서 'AI 선거 사무장' 애플리케이션을 시연·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앞둔 19일 경기 안성시의 한 선거 유세 차량 제작 업체에서 관계자들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 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유권자와의 소통 및 현장 유세 전략에서도 AI 활용은 확산되고 있다. 개혁신당은 유세 동선 최적화를 지원하는 ‘AI 선거 사무장’ 플랫폼을 개발해 활용 중이다. AI가 지역 일정과 동선을 분석해 효율적인 유세 계획을 추천하고, 복잡한 선거법 규정을 챗봇 형태로 안내하는 기능도 갖췄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 공식 홈페이지에 정책 제안 AI 기능을 도입했다. 유권자가 정책 아이디어를 입력하면 AI가 핵심 내용과 기대 효과를 요약·정리해 후보자 측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정책 소통 과정에 생성형 AI를 접목한 사례다.

정치 컨설팅 분야에서도 AI 활용은 이미 일상화되는 추세다. 최재용 AI선거전략연구소장은 “국가 공개 데이터와 SNS 크롤링 데이터를 결합해 지역 유권자의 관심사와 정책 수요를 분석하고, 지역 발전 공약 문구나 카피라이팅 작업까지 AI가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기초단체장 선거 캠프부터 대형 선거 조직까지 AI 도입에 적극적인 분위기다. 최 소장은 “과거에는 홍보물 제작이나 SNS 운영을 외부 용역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인력 부담을 줄이고 선거운동 효율을 높이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시장도 성장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그로쓰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선거 관리 소프트웨어(SW) 시장 규모는 2025년 1억7176만달러로 추산되며, 기관의 약 45%가 투표율 예측과 유권자 행동 분석을 위해 AI 기반 분석 도구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장은 선거인명부 관리와 사이버 보안, 데이터 기반 선거 운영 수요 확대에 힘입어 2035년 3억1641만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연평균 6.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