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스타링크가 미국 위성사업자 에코스타(EchoStar)를 품으면서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코스타가 보유한 대규모 주파수 자산과 통신사업자 지위를 확보함에 따라 단말이 위성과 직접 연결되는 D2D 서비스를 상용화할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스타링크 기술에 에코스타의 주파수와 통신 인프라를 결합한 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통신사들의 핵심 수익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재 스타링크의 확산은 기존 LTE로는 대응이 어려웠던 해상·항공·오지 통신과 국가 간 로밍 시장에서 시작되고 있다. 특히 로밍 영역에서는 해외 통신망 의존을 대체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기존 통신사의 수익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주파수 확보와 단말 직접통신이 본격화할 경우 도심 이동통신 시장까지 경계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통신 국경이 무너지는 시대”라고 표현한다.
◇KT그룹 대응…위성사업 재편과 ‘로컬 파트너 전략’
이런 가운데 외부의 강력한 위협에 맞서기 위한 KT그룹의 위성 사업 재편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과거 김영섭 KT 대표 체제에서 논의됐던 KT스카이라이프와 KT샛(SAT) 간의 합병 검토가 새롭게 취임한 박윤영 대표 체제 하에서도 중단 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T스카이라이프는 KT샛의 위성망을 임차해 위성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간 위성 임차 비용만 약 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비용 구조 효율화와 위성 인터넷·방송 사업 통합 측면에서 체질 개선을 위한 합병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내부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시장 방어를 위한 ‘적과의 동침’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자체 저궤도 위성이 없는 KT샛은 스타링크의 공습에 맞서기 위해 우선 스타링크 망을 국내에 재판매하는 로컬 파트너 전략을 택했다. 실제로 KT샛은 지난 5월 1일부터 스타링크 기반 상품의 요금제를 세분화하고 가격을 낮추며 적극적인 시장 수성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최경일 KT샛 대표는 “경쟁 구도보다 고객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연근해 소형 어선들은 기존 해상 위성통신 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대량 구매한 용량을 세분화해 제공함으로써 비용 부담을 낮춘 것”이라며 “기상 악화 대응, 수협 연계 유통, 조업 안전관리 등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를 단순한 요금 인하가 아니라, 글로벌 공습에 대응해 데이터·안전·유통을 결합한 ‘플랫폼형 위성 서비스’로 사업 모델을 진화시키려는 신호로 해석한다.
시장에서는 KT샛과 KT스카이라이프의 향후 관계 설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 대표는 “해외 기업이나 국내 항공우주·방산 기업과의 협력도 모두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우주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성통신 경쟁, 국가 대항전으로…“지금이 골든타임”
이처럼 위성통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이제 단순 민간 기업 간의 싸움을 넘어 사실상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와 아마존 ‘카이퍼’를 제외하면 민간 단독으로 저궤도 위성망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아지면서, 유럽의 IRIS², 캐나다 텔레셋의 ‘라이트스피드’처럼 국가·연합 중심의 위성망 구축 사례도 늘고 있다.
최경일 대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국가 차원의 소버린 네트워크(Sovereign Network·통신 및 데이터 주권을 국가가 스스로 통제하는 망) 필요성이 커졌다”며 “한국도 유럽·호주·중동 등과 연계한 글로벌 컨소시엄 형태의 연합형 위성망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방향을 정하면 KT도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위성통신 경쟁이 이제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궤도와 주파수 선점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강충구 위성통신포럼 집행위원장(고려대 교수)은 “위성은 기술 산업이 아니라 선점 산업”이라며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한국은 영영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특히 국내 위성·6G 연구개발(R&D)이 부처별로 분산돼 전략이 파편화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2030년 6G 상용화 이전 향후 3년이 사실상 골든타임”이라며 “대통령실까지 연결되는 강력한 컨트롤타워 기반의 탑다운(Top-down)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6G는 지상망 고도화가 아니라 위성과 지상이 통합되는 네트워크”라며 “AI와 위성을 결합한 통합 인프라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 등은 저궤도 위성통신과 6G 기반 통합망 전략을 긴밀히 논의 중이며, 올해(2026년) 6월 말까지 ‘위성-지상망 결합 서비스’ 정책 방향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독자 위성망 구축 또는 글로벌 얼라이언스 참여 전략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장 당시 유료방송 업계가 위협을 과소평가했던 것처럼, 위성통신도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면 주도권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며 “지금은 스타링크를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들의 진입을 얼마나 늦추면서 동시에 우리가 빠르게 그 위성 플랫폼에 올라탈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