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안 막는 ‘오픈이어 이어폰’ 뜬다…삼성·소니 참전에 샥즈 “경험이 경쟁력”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21일, 오전 09:01

[선전(중국)=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삼성이나 소니와 같은 경쟁사들은 브랜드와 인지도 측면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경험을 토대로 가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켄 천(Ken Chen) 샥즈 공동창립자 대표는 19일 중국 선전 샥즈 본사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삼성전자 등 대형 제조사의 오픈이어 이어폰 시장 진입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샥즈는 2004년 중국 선전에서 설립된 오디오 기술 기업으로, 초기에는 무전기용 이어피스를 생산하던 제조업체였다. 2011년 ‘애프터샥즈(AfterShokz)’로 헤드폰 시장에 진입한 뒤 골전도 헤드폰과 오픈이어 이어폰을 앞세워 글로벌 소비자 브랜드로 성장했다.

최근 삼성전자(005930)와 소니, 보스, 화웨이 등 대형 브랜드가 잇따라 오픈이어 제품군으로 발을 넓히면서 시장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켄 천(Ken Chen) 샥즈 공동창립자 대표가 19일 중국 선전 샥즈 본사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귀를 막지 않는 이어폰…왜 뜨나

오픈이어(Open-Ear) 이어폰은 귀 안쪽을 밀폐하는 일반 커널형 이어폰과 달리 귀를 막지 않고 열어둔 채 소리를 전달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음악이나 통화를 하면서도 주변 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어 최근 스포츠·야외 활동은 물론 일상용 이어폰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오픈이어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과 안전성이다. 귀 안쪽에 이어팁을 밀어 넣지 않아 장시간 착용해도 통증이나 답답함이 적고, 통풍이 잘 돼 외이도염 같은 귀 건강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또 음악을 들으면서도 자동차 경적, 자전거 벨, 주변 사람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어 러닝이나 라이딩, 야간 보행 시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귀를 막지 않아 통화 시 자신의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들리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구조상 주변 소음이 많은 곳에서는 음악 몰입감이 떨어지고, 강력한 노이즈 캔슬링(ANC)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이 같은 수요 확대에 따라 보스 ‘울트라 오픈’, 화웨이 ‘프리클립’, 소니 ‘링크버즈’ 계열 등 유사 제품이 잇따라 등장했고, 삼성전자도 원UI 펌웨어에서 클립형 오픈이어 구조로 추정되는 ‘갤럭시 버즈 에이블’ 아이콘이 발견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며 시장 진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샥즈 “브랜드보다 경험”…착용감·음향 기술 자신감

샥즈는 대형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오랜 시간 축적한 착용 경험과 소재·음향 튜닝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켄 대표는 “이어폰 시장은 언제나 경쟁이 치열했지만, 샥즈는 오랜 기간 오픈이어 경험을 발전시키며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을 축적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귀를 막지 않는 구조에서는 소리를 어떻게 전달할지, 얼마나 새어나가지 않게 할지, 장시간 착용해도 불편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지가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소프트 실리콘 러버, 티타늄 소재, 폼팩터별 맞춤 음향 설계 같은 기술은 샥즈가 여러 제품을 통해 반복적으로 검증해온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샥즈는 원래 골전도 헤드폰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골전도는 귀를 막지 않고 두개골을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공기전도 방식의 오픈형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이에 대해 켄 대표는 “하나의 이어폰이 모든 사람과 모든 사용 환경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기업이 성장하면 기존 고객층을 넘어 더 넓은 소비자층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샥즈의 방향은 여전히 오픈이어”라며 “더 편안한 착용 경험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샥즈 오픈형 이어폰 ‘오픈핏’ 구조 (사진=신영빈 기자)
샥즈의 다음 확장 분야로는 청각 보조·헬스케어 시장이 거론된다. 다만 켄 천 대표는 난청·의료 분야 진출 계획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청각 보조(hearing)’는 의료적 의미가 있는 만큼 가볍게 쓸 표현은 아니다”라면서도 “관련 기기를 오랫동안 개발해왔고, 중국과 호주 등에서 일부 시도를 해왔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하고 싶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켄 대표는 이를 “블루즈(Bluez) 모먼트”라고 표현했다. 샥즈가 과거 골전도 블루투스 헤드폰 ‘블루즈’를 개발하던 초기처럼 가능성은 있지만, 기술적·사업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관련 작업은 진행 중이지만, 적절한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샥즈가 2009년 처음 선보인 골전도 이어폰 시제품 ‘와이어드’ (사진=신영빈 기자)
초기 시장 반응은 냉혹했다. 샥즈는 2011년 CES의 작은 부스에서 골전도 헤드폰을 선보였지만, 관람객들의 관심은 제품보다 부스 앞 스마트폰 보호필름 행사에 쏠렸다. 켄 대표는 “아무도 우리가 무엇을 보여주려는지 알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첫 골전도 블루투스 헤드폰 ‘블루즈’의 완성도도 기대에 못 미쳤다. 그는 “회사에는 매우 복잡한 제품이었고, 첫 제품은 버튼 다섯 개가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판매 성적도 부진했다. 샥즈는 오피스디포 1000개 매장에 제품을 입점시켰지만 첫 주 판매량은 전체 18개에 그쳤다. 켄 대표는 “충격적이었지만 놀랍지는 않았다. 나에게도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실패 속에서 시장의 신호를 읽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오픈이어를 원했고 골전도에도 관심이 있었다. 다만 원하지 않았던 것은 당시 우리의 제품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콘셉트가 아니라 제품 완성도에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후 샥즈는 마케팅보다 기술 개선에 집중했다. 더 큰 음량과 나은 음질, 소리 누출과 진동 감소, 착용감 개선에 집중하며 기술의 뿌리부터 다시 손봤다. 그 과정에서 누음 저감 기술, 음질 개선 기술, 티타늄 프레임 등 핵심 기술을 축적했다. 켄 대표는 “제품이나 판매에서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제품으로 돌아갔다”며 “좋은 가치를 만들면 시장은 알아본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전환점은 ‘트랙(Trekz)’이었다. 제품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골전도 헤드폰에 대한 시장 인식도 바뀌었고, 아마존 평점 개선과 함께 러너·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켄 천(Ken Chen) 샥즈 공동창립자 대표가 19일 중국 선전 샥즈 본사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입소문으로 키운 샥즈…“단거리 아닌 마라톤, 기본기에 집중”

켄 천 대표는 샥즈의 성장 방식을 “그라스루츠(Grassroots)”, 즉 바닥부터 차근차근 키워온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유통망을 한 번에 공략하기보다 러닝 전문 매장, 공항 매장, 얼리어답터 매장 등에서 먼저 성공 사례를 만들고, 이를 다른 유통망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켄 대표는 “우리는 한 매장을 키우고, 그 매장이 만족하면 다음 매장으로 갔다”며 “러너와 얼리어답터가 우리를 가족과 친구에게 추천했고, 그것이 연쇄 반응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샥즈가 외부 투자 없이 성장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지분투자를 받은 적이 없다”며 “항상 문제를 유기적으로 해결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하루아침에 풀 수 없다”며 “이것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덧붙였다.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글래스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켄 대표는 “스마트글래스 같은 스마트 기기는 모든 회사에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우리도 AI 발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고, 뒤처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무엇을 하든 가장 먼저 중요한 것은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기기여야 한다”며 “글래스는 이미 여러 세대의 시도가 있었지만, 실제 대중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망은 밝다.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골전도 헤드폰 시장은 2026년 19억7000만 달러(약 2조970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24.4% 성장해 2035년 138억8000만 달러(약 20조9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이어 제품군도 골전도에서 공기전도, 스포츠·라이프스타일, 청각 보조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시장은 더욱 세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켄 대표는 샥즈의 미래에 대해 “나는 용이 아니라 드래곤 슬레이어이고 싶다”고 말했다. 시장의 지배자로 안주하기보다 도전자의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는 가장 착용하기 좋은 헤드폰을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도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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