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이미 현장에서 감지된다. 대천항과 제주항 등 해상 통신 시장에서는 기존 4G LTE가 닿지 않는 먼바다에서 스타링크가 사실상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위성 와이파이를 통해 해경과 연결하고 데이터 통신까지 가능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국가가 메우지 못한 해상 통신 공백을 해외 민간 플랫폼이 채우는 구조가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상용 위성통신 사업자인 KT SAT이 최근 스타링크 상품 요금을 낮추며 ‘로컬 파트너’ 전략을 강화한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치 않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더 큰 문제는 ‘통신 주권’이다. 해상, 재난, 국방 등 핵심 통신 인프라가 특정 해외 민간 사업자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될 경우, 국가 안보와 기간망 통제권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전쟁과 재난 상황에서도 민간 위성통신 사업자의 정책 결정이 국가 통신 운영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의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 역시 제한된 예산과 장기 개발 일정 속에서 속도감 있는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주 통신 산업은 기술 완성도만 기다리는 시장이 아니라, 궤도와 주파수를 선점하는 속도전 성격이 강하다. 부처별로 나뉜 R&D 체계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과거 넷플릭스 상륙 당시 국내 방송 시장이 안이하게 대응했다가 주도권을 내준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상망과 위성망이 함께 작동하는 6G 시대를 앞둔 지금부터의 몇 년은 새로운 네트워크 질서가 재편되는 결정적 시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느린 R&D가 아니라, 통신·방산·우주 산업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전략과 컨트롤타워다. 하늘 위 인프라 경쟁에서 뒤처지는 순간, 통신 강국이라는 이름도 흔들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