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노사 갈등 확산속…게임업계는 '파업 무풍지대'인 이유

IT/과학

뉴스1,

2026년 5월 22일, 오전 06:10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가 12일 경기도 성남시 넥슨코리아 판교사옥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네오플 모회사 넥슨에게 최근의 파업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성과급 지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2025.8.12 © 뉴스1 김민재 기자

삼성전자와 카카오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노사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반면 게임업계는 파업 사정권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업계는 과거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단행했다 역풍을 맞은 사례와 전체적인 업황 부진이 맞물려 '파업 무풍지대'가 생겨났다고 분석한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 노사는 이달 13일 '평균 연봉 300만 원 인상'을 골자로 하는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체결했다.

양측은 지난달 말 도출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그대로 확정했다. 해당 안은 연봉 인상과 복지 조항 신설 등을 포함했다.

넷마블 노조도 지난달 임금 교섭을 마쳤다. 넷마블넥서스는 기본급 300만 원 인상, 넷마블네오는 기본급 3.5% 인상에 합의했다. 넥슨은 기본급을 6%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 조합원들이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고용 안정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임금교섭 결렬의 책임을 경영진에 묻겠다며 대규모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2026.5.20 © 뉴스1 박지혜 기자

이는 같은 정보기술(IT)업종으로 분류되는 카카오와 상반되는 모습이다. 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최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파업 찬성을 결정했다.

앞서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임금협상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노조는 조정이 결렬되며 쟁의권을 확보했다. 카카오 본사는 이달 27일로 조정 기일을 연기했다.

카카오 노사는 보상 체계를 구성하는 상여 항목과 구체적인 내용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넥슨지회 네오플분회 소속 네오플 본사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네오플 본사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5.6.25 © 뉴스1 오미란 기자

게임업계가 카카오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지난해 네오플 노조의 '파업 실패' 사례가 꼽힌다. 당시 사건이 게임업계 노사 관계에 학습효과를 주었다는 관측이다.

네오플 노조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중국에서 흥행하며 역대 최고 매출을 냈음에도 신규 개발 성과급(GI)을 축소했다며 지난해 6월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을 감행했다.

그러나 파업 영향으로 '던전앤파이터' 20주년 기념 행사가 취소되자 게임 이용자들의 마음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넥슨지회는 지난해 10월 대회의를 열고 하위 노조인 네오플 노조를 해산했다. 해산을 결정한 사유 자체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노조 내부에서 임단협과 쟁의 방식을 놓고 갈등이 있었던 이른바 '노노(勞-勞)갈등'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소재 게임사에 재직 중인 A 씨는 "네오플 노조가 '전면 파업'이라는 강수를 두며 성과급을 요구했지만, 요구 사항과 쟁의 방식 모두 공감을 얻지 못했다"며 "이 실패 사례가 업계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업황 부진도 노조가 강경 투쟁을 자제하는 요인이다. 서비스 차질이 치명적인 매출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이용률은 50.2%로 전년 대비 9.7%포인트(p) 감소했다. 이는 콘진원이 게임 이용률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1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5'에서 관람객들이 신작 게임을 즐기고 있다.2025.11.13 © 뉴스1 윤일지 기자

판교 소재 게임사 직원 B 씨는 "게임 시장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자칫 이용자 심기를 거스르거나 게임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프로젝트의 흥행 여부가 실적을 좌우하는 산업 특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성과 균등 분배'를 지향하는 전통적인 노동운동의 방향성과 대치된다는 지적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산업은 제조업처럼 규격화된 생산라인이 없고 프로젝트별 기여도에 따라 보상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업황 둔화 기조 속에서 노조 역시 무리한 집단행동보다는 실리적인 성과를 확보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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