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OTT가 물가 올렸다?”…KISDI 분석해보니 오히려 ‘억제 효과’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26일, 오후 06:0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식 물가 급등과 OTT 구독료 인상을 두고 디지털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이른바 ‘역(逆) 아마존 효과’ 우려가 제기돼 왔다. 초기에는 저가 정책으로 이용자를 확보한 뒤 점유율이 높아지자 가격을 올려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실제 통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디지털 플랫폼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실증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광고형 요금제 도입과 무료 배달 경쟁 등 수익모델 전환과 사업자 간 경쟁이 가계의 실질 지출을 낮추는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김경은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디지털 플랫폼의 인플레이션 유발효과 검증: OTT와 배달앱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OTT 구독료가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OTT 구독료가 포함된 ‘온라인콘텐츠이용료’ 품목 가중치는 0.8% 수준에 불과했고, 팬데믹 이후 해당 품목의 물가 상승률도 소비자물가 총지수나 생활물가지수보다 낮게 나타났다.

특히 광고형 요금제 도입이 실질적인 요금 인하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티빙, 웨이브 등이 광고형 요금제를 잇따라 도입하면서 이용자들의 평균 지불 금액이 낮아졌고, 통신사 결합상품이나 플랫폼 멤버십 할인 등을 활용해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OTT를 이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배달앱 역시 배달비가 외식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외식 물가는 배달앱 이용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구조였으며, 최근 물가 급등은 배달비보다는 팬데믹 기간 인상된 식재료 가격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외식배달비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12% 수준으로 제한적이었다.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팁은 최근 오히려 하락하거나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쿠팡이츠가 무제한 무료 배달을 도입한 이후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주요 배달앱 3사 간 무료 배달 경쟁이 격화되면서 실질 배달비 부담은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확산된 ‘이중가격제’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강화보다는 음식점주의 비용 구조 조정 전략으로 해석했다. 매장 가격보다 배달 메뉴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는 배달앱 의존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음식점주들이 오프라인 매출을 극대화하고 배달 수수료 부담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결국 OTT와 배달앱 시장에서 나타난 요금 인하 흐름은 플랫폼의 독점력 강화보다 팬데믹 이후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사업자들의 경쟁 전략에 가깝다고 결론 내렸다.

OTT는 광고주를 끌어들이는 양면시장 구조로 전환하며 구독료 부담을 낮췄고, 배달앱은 점유율 경쟁 속에서 무료 배달과 할인 정책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김경은 연구위원은 “두 시장에서 이용료가 인하된 직접적인 원인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에는 이용자 규모 축소를 방지하고 이용률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자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비자의 플랫폼 이용은 플랫폼 간의 비교뿐 아니라 오프라인 대체재와의 비교를 통해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에도 플랫폼의 인플레이션 영향을 살피기 위해서는 협의뿐 아니라 광의의 관련시장 변화 양상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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