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학 UOK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네이버와 함께 사우디 슈퍼앱 지도 구축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공간정보 기업 UOK는 20년 가까이 거리뷰 구축 사업을 통해 도로와 현장 공간정보 데이터를 수집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사우디 프로젝트의 기술검증(PoC) 단계부터 참여했다.
강 대표는 사우디 현지에서 마주한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였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국가 공간정보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보급을 담당하는 GEOSA를 중심으로, 측량·공간정보·파노라마 이미지 등 관련 활동을 국가 차원의 라이선스와 허가 체계로 관리하고 있다.
강 대표는 “사우디에서는 관련 라이선스나 별도 허가가 없으면 도로 조사나 지도 제작 업무를 직접 수행하기 어렵다”며 “대부분 사우디 현지 기업이 사업의 중심에 서고, 외국 기업은 기술 지원이나 품질 관리 역할을 맡는 구조”라고 말했다.
즉, 사우디는 외국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자국 기업이 사업의 주도권을 갖도록 제도적으로 설계해 놓은 셈이다.
강 대표는 “이 같은 구조 덕분에 사우디 현지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자체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성학 UOK 대표가 UOK서울지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구글에 고정밀 지도반출 자체보다 반출 이후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주도권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국내기업이 단순 하청구조로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강 대표는 사우디 사례를 통해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허용 이후 우리 정부가 공간정보 산업 육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월 구글에 1대5000 축척의 고정밀지도 반출을 19년 만에 조건부로 허용하며 국내 산업에 기여할 상생 방안 마련을 권고했고, 구글도 한국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국내 기업의 참여 방식이나 갱신·검수·품질관리 체계는 불명확한 상태다.
강 대표는 “지도를 줬느냐, 안 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도 반출 이후에도 계속 갱신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데이터를 가공하고 조사하는 업무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 업무들이 결국 한국 기업이 중심이 돼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제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우려하는 지점은 국내 공간정보 기업들이 단순 현장 조사나 데이터 가공 업무만 머무는 것이다. 실제 강 대표는 2016~2017년 구글이 스트리트뷰 데이터 구축을 위한 관련 업무를 국내 업체들에 타진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구조는 차량과 장비를 미국 본사에서 가져오고 사실상 운전 업무만 맡기는 방식에 가까워 상생하자는 느낌은 아니었다”며 “굳이 지도 데이터를 다루는 업체와 일할 필요가 있나, 렌터카 회사와 하는 게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강성학 UOK 대표가 UOK서울지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구글에 고정밀지도 반출 이후 정부가 국내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 안정장치 마련을 강조하면서 국내 기업 참여 구조를 제도화하고 지도서비스 오류를 즉시 차단·수정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지도는 더 이상 길 찾기 앱 안의 보조 서비스가 아니라 검색, 광고, 자율주행, 피지컬 AI 등 모든 서비스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반도체’에 가깝다. 구글이 수십 년간 반출을 요청할 정도의 전국 단위 1대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를 국가와 국내 기업이 함께 만들어온 만큼, 이를 산업 경쟁력으로 되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강 대표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 공간정보 시장에 들어올 때 국내 기업이 단순 하청업체로만 참여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공동 연구개발, 데이터 구매, 기술 협력, 품질관리 참여, 보안처리 참여, 전문인력 양성 같은 구체적 산업 기여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생존전략으로 현장 데이터와 AI의 결합을 꼽았다. 강 대표는 “앞으로 경쟁력은 지도를 한번 잘 만드는 능력보다 현실세계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서비스로 연결하는 능력에서 갈린다”고 말했다. 건물 출입구, 지하공간, 복합몰 등 세밀한 현장 데이터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역할도 단순 지원금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봤다. 강 대표는 “국내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실제 데이터를 만들고 검증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실증시장”이라고 강조했다. 3차원 공간정보, 디지털트윈 등 분야에서 공공수요를 만들어 국내 기업이 기술을 고도화할 장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후관리 체계도 안보 중심에서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넓혀야 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지도서비스에도 공장 생산라인의 비상정지 버튼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안시설 노출뿐 아니라 길찾기 오류, 개인정보 노출 등이 발생했을 때 국내 책임자 지정, 수정 요청 처리, 피해 대응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지도 반출 협의체 내에 민간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두거나, 공간정보산업 영향평가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강성학 UOK 대표는 “산업 전반의 공정경쟁은 물론, 데이터 주권과 기술 발전, 국민 안전까지 함께 고려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현장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제도 논의에 참여해야 정책과 실제 운영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번 변화를 위기이자 국내 기업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신호로 봤다.
그는 “이번 변화는 분명 위기이지만, 동시에 국내 공간정보 기업들이 고도화된 데이터·AI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며 “상생은 선언이 아니라 구조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 갱신과 검수, 품질관리, 현장 데이터 축적의 주체가 될 때 비로소 구글 지도 반출 이후에도 한국 공간정보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학 UOK 대표가 UOK서울지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UOK가 20년 가까이 국내 도로·현장 공간정보 데이터를 수집한 지도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