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일환 기자)
◇①카카오 총파업 현실화하나…주주들 “영업이익은 주주 몫” 반발
삼성전자 노사가 영업이익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는 데 합의하면서 촉발된 성과급 배분 논쟁이 카카오로 번지고 있다. 카카오 노조가 총파업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오는 6월 10일 대규모 집회까지 예고하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수년째 주가 하락을 감내해온 개인 주주들 사이에서는 노사가 영업이익 배분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상황 자체가 주주 권익을 침해한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배당이 사실상 없는 국내 플랫폼 기업 특성상 주주들은 주가 상승 외에는 마땅한 보상 수단이 없는데, 노사가 성과급 확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주행동주의 단체인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합의는 상법과 헌법 질서를 훼손하는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재계 전반의 영업이익을 재원으로 한 성과급 체계 전반에 대해 법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주주운동본부는 “형식은 임금 협약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상법상 배당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장된 배당”이라며 “영업이익은 법인세 공제와 배당가능이익 산정,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분배할 수 있는 주주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 실패와 주가 하락의 부담은 주주들이 떠안고 있는데 노사는 회사 경쟁력 회복보다 파이 나누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라며 “이사회 차원에서 보상 체계와 거버넌스를 전면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하는 관행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면 자본시장 질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보상 체계의 투명성과 주주 신뢰를 함께 고려하는 독립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신아 카카오 CA협의체 의장. (사진=카카오)
카카오의 총파업이 현실화하더라도 당장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가 마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부분 파업 당시에도 핵심 서비스는 정상 운영됐기 때문이다. 다만 본사를 포함한 계열사 공동 총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 전면 개편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사실상 경질 수순으로 퇴사 절차를 밟게 되면서 서비스 컨트롤타워도 바뀌었다. 홍 CPO의 퇴사는 최근 서비스 개편 과정에서 불거진 이용자 반발과 조직문화 논란, 고용노동부 조사 및 내부 감사 등 복합적인 압박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측은 핵심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고 신사업 추진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 개편에 나섰다. 기존 프로덕트 조직을 ‘카카오톡’과 ‘비즈니스’ 조직으로 이원화하고, 이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유저 퍼스트(User First) TF’를 신설한 것이다.
테크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실제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조업과 달리 플랫폼 기업은 서비스 안정성과 이용자 신뢰가 핵심 경쟁력인 만큼, 파업 장기화 자체가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서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국민의 90% 이상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특성상 서비스 장애나 소통 차질이 발생하면 유지·보수 대응 속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핵심 운영 인력이 파업에 참여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같은 2차 피해 가능성까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AI 전환 경쟁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노사가 극한 대립의 선례를 남기기보다 조속히 협상을 타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③현금 8조 쥐고도 투자 제동…늦어진 임금협상에 AI 신사업 차질 우려
카카오 노사 갈등으로 2025년 임금협상이 장기화하면서 AI 신사업 투자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두나무와 카카오게임즈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약 8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톡 고도화와 인공지능(AI), 글로벌 콘텐츠 분야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노사 갈등 장기화로 내부 조직 안정과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실제 투자 집행 속도도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카카오가 하반기 핵심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에이전틱 AI’ 전략 역시 대규모 투자와 신속한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AI 경쟁이 빅테크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투자 타이밍까지 놓칠 경우 시장 주도권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영업이익은 주주와 채권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균형 속에서 활용돼야 하는 영역”이라며 “카카오가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 빅테크 수준의 기술 경쟁력 확보와 인프라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